대비가 심한 형태는 아무래도 눈에 잘 띈다. 형태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서 모양이 다른 형태들을 서로 대비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형태의 대비에서 중요한 것은 대비를 무조건 심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비의 정도를 원하는 정도나 목적하는 바에 따라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강한 대비, 약한 대비
서로 다른 모양이 대비되면 그만큼 대비가 강해서 눈을 많이 자극하게 된다. 만일 디자인을 좀 튀게 해주고 싶으면 이런 조형적 대비감을 극도로 높여주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그러나 형태의 대비감은 무조건 심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디자인에 따라서 대비감이 심한 것이 좋을 수도 있고 대비감이 적은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예컨대 프라다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디자이너는 형태의 대비감을 완만하게 해서 은은한 느낌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달구어놓는 스타일이고, 장 폴 고띠에나 존 갈리아노 같은 디자이너는 대비의 정도를 극단적으로 취함으로써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형태의 대비를 공부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대비감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비의 정도
아래 <그림 1>에서 <그림 6>까지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패션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들을 형태가 대비되는 정도에 따라 순서를 한번 매겨보자.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가 있겠지만 대략 그림 2, 4, 5, 3, 1, 6으로 순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2>는 대비감이 없는 단순한 형태들로 이루어진 디자인이다. <그림 4>는 치마의 단순한 면과 상의의 가로줄 무늬가 대비를 이루긴 하지만 그렇게 강한 대비는 아니다. <그림 5>는 상의의 무늬가 하얀 색 바지와 상당히 심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림 3>은 모자의 깃털과 상의의 무늬, 단순한 모양의 바지가 서로 조형적 대비를 이루고 있다.
서로의 모양과 질감이 다르기 때문에 대비감이 심해 보이고 대비의 요소들도 세 개이기 때문에 보다 복잡한 대비가 된다. <그림 1>은 세로로 긴 선과 치마부분의 가로면이 대비를이루고 있고, 질감에 있어서도 치마 밑부분의 주름 모양과 윗부분의 심플한 면이 대비를 이룬다. 이렇게 형태가 중층적인 대비를 이루게 되면 대비의 정도는 한결 복잡하고 강해 보인다.
<그림 6>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질감이나 구조, 색상, 모양 등이 아주 복잡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는 디자인이다. 이렇게 많은 조형요소들이 한데 모여서 다양한 내용의 대비를 이루게 되면 대단히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게 된다. 하지만 잘 못하면 형태 전체의 균형이 깨져서 형태의 대비는커녕 형태 자체를 수습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처럼 디자인에 따라 대비의 정도는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데 대비의 정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위의 디자인들은 모두 뛰어난 디자인들이다. 대비의 정도는 좋은 디자인과 그렇지 않은 디자인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이다.
디자이너의 생각과 개성과 조형적 특징이 잘 어울려서 완전한 하나의 디자인이 되었을 때 조형의 모든 논리들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바, 형태의 대비에서 디자이너가 추구해야 할 포인트는 대비의 정도를 조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비되는 조형요소들
하나의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조형요소들이 들어가서 대비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것도 대비효과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 적은 조형요소가 하나의 디자인에서 대비를 이루는 것과 많은 조형요소가 하나의 디자인에서 대비를 이룰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림 7>에서처럼 상의의 어깨에만 걸쳐지는 옷과 몸을 감싸는 나머지 부분의 옷이 서로 강하게 대비되는 경우에는 요소의 수가 적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그림 8>과 같이 많은 조형요소들이 하나의 디자인에 들어가서 서로 중층적인 시각적 대비를 이루게 되면 형태의 인상이 복잡해진다.
같은 대비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단순한 대비와 복잡한 대비의 효과들은 각각 그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이런 것까지 고려하게 되면 표현의 폭이 아주 넓어진다.
서로 다른 형태들을 대비시켜 주는 경우에도 이처럼 여러 가지 상황들과 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형태의 대비를 생각할 때 막연히 대비감이 심한 형태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대비효과들을 계산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비를 정확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론 다양한 대비효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직접 디자인을 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최경원 디자이너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