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루이비통 “지금이 변화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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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 오후 2:33:02


글로벌 침체 속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럭셔리 패션 업계.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럭셔리 제국 LVMH의 최종 병기 루이비통이 신임 최고 경영자를 영입했고, 21년간 루이비통을 지휘해왔던 CEO 이브카르셀은 자리를 내놓았다. 중국을 위시한 이머징 마켓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가열된 지금, 안정된 지도력을 발휘해왔던 이브까르셀을 밀어내고 신임 CEO를 영입한다는 것은 루이비통의 경영 전략에 변화가 온다는 신호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비통을 지휘하게 된 새로운 CEO는 누구일까?


신임 CEO 조르디콘스탄스
스페인 출신의 조르디콘스탄스는 바르셀로나 센트럴 대학에서 비즈니스/경영학을 공부했고 1990년 요거트 기업 다농, 스페인 지사에서 마케팅/세일즈의 요직을 거친 후 다농 인터내셔널 마케팅 부서에서 활약한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다농 스페인, 다농 프랑스의 이사를 거친 뒤 2007년 다농그룹 산하 Fresh Dairy Products의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2008년에는 Fresh Dairy Products 유럽 부회장 및 다농 임원회의 멤버로 임명된 인물로 패션 경영에는 전혀 문외한이다.


요거트 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조르디콘스탄스에게 자존심 강한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의 경영을 맡긴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다국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출신의 로버트플랫을 CEO로 맞아 글로벌 마켓을 확장하고 팔리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재정비된 구찌 그룹의 전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루이비통이 조르디콘스탄스를 선택한 것이 놀랍지 않다. 단지 그가 가져올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다.


이브까르셀의 지휘 아래 노쇠한 러기지 메이커에서 의류, 백, 액세서리, 풋웨어, 시계 제품을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 루이비통의 1차 변화였다면 소비자 유통 환경에 익숙한 조르디콘스탄스는 ‘소비자와 소통력을 높이는, 루이비통’를 알리는 2차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혁과 변화의 시점에 선 루이비통
소비자 마케팅 부문에서 탄탄한 노하우를 쌓아온 조르디콘스탄스는 루이비통의 소비자 접근력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고, 루이비통보다 규모가 큰 연간 97억 유로의 다농 그룹을 성공적으로 지휘해온 그의 경영 능력이 루이비통의 구조 개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루이비통은 LVMH의 전체 수익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LVMH가 패션쇼와 각종 스폰서 사업에 모습을 비추면서 적극적인 패션 행보를 보이며 의욕적인 홍보 행보를 보였던 이브까르셀을 밀어내고 조르디콘스탄스에게 깃발을 넘긴 것은 그만큼 조르디콘스탄스가 갖고 있는 소비자 노장 노하우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또한 ‘가장 성공한 시점이 바로 변화가 필요한 때’ 라는 사업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90년 루이비통의 CEO로 취임, 지난 21년간 루이비통의 성장을 지휘했던 이브까르셀은 2012년 루이비통을 떠나 루이비통 재단 회장으로 취임, 루이비통과의 인연을 이어간다. 또한 LVMH 이사진 위원회 멤버로 LVMH 수장 베르나르아르노와 함께 전술 개발 작업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루이비통의 야심적인 성장을 위한 그의 공헌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스마켓과 친하게” 럭셔리 업계 화두
흥미로운 점은 조르디콘스탄스 영입이 럭셔리 업계에 확산되는 매스마켓 친화력 확대와 일맥 상통한다는 점이다.


루이비통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로 이끌어낸 현 CEO 이브까르셀 역시 홈텍스타일 업계에서 활약한 매스마켓 출신으로 일반 럭셔리 패션 경영진과 달리,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라인 론칭에 직접 관여하고 런웨이 쇼 프론트 로우에도 본격적으로 참석할 정도로 브랜드 성장과 움직임에 적극 참여했다.


객관적인 시각에도 루이비통을 바라보고 배우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소비자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매스마켓 출신의 이브까르셀이 가진 장점이었고 젊고 신선한 럭셔리 라벨의 루이비통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실제로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제이콥스와 적절한 경영-크리에이티비티 호환성을 이뤄온 보기 드문 경영자로 꼽힌다.



다국적 소비재 그룹 유니레버 냉동 디비젼 출신으로 구찌그룹을 지휘했던 前 CEO 로버트폴렛 역시 매스마켓 친화력을 그룹 매출 확대로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유니레버의 경영/마케팅 디비젼에서 활약했던 팀 작업에 능숙하고 글로벌 마켓 개척에 노하우가 풍부한 인물이지만 럭셔리 패션에는 경험이 전무했다.


하지만 매스마켓을 움직이는 소비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그는 '소비자의 욕구 충족'이라는 매스마켓의 사업 원리를 구찌 경영에 도입, 소비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바라보고 개선점을 찾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그는 기존의 구찌의 시스템을 점검, 불필요하게 긴 디자인/생산/배송 과정을 단축하고 스피디한 생산/유통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패스트 패션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반영하는 영리함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구찌 매장을 찾는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신제품 반입 속도를 단축, 매출을 늘린다는 정책으로 스피디한 신제품 순환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패스트 패션 라벨의 성공 비결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친화력과 접근력을 높이는 전략은 기존의 럭셔리 업계에서는 생소한 개념으로 ‘소수를 위한 럭셔리’가 아닌 ‘다수를 위한 럭셔리'가 화두로 자리한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 매스마켓 출신의 경영진들이 럭셔리 업계에 영입되고 있는 것도 갈수록 확대되는 럭셔리 소비층을 보다 효과적으로 포섭하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제 럭셔리 업계는 마켓 중심형 시장 전략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고 이것이 곧 매스 마켓 출신의 경영진이 럭셔리 업게에 진군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가
물론 마켓 중심형 시장 전략이 단기적 매출 증진에는 도움이 되지만 브랜드 가치를 저하시킨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 점이 로버트폴렛이 구찌 그룹을 떠나게 된 빌미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다농 출신의 조르디콘스탄스가 루이비통의 CEO로 영입된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루이비통의 브랜드 이미지가 저하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트위터에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럭셔리 패션 시장의 경쟁이 그 어느 때부터 치열한 지금, 시장 확대와 수익 창출이라는 절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에 친숙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매스마켓 출신이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지금 루이비통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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