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의 유명 모델 포섭 경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런던 패션주간과 밀라노 패션주간이 얽히면서 그 상황은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다. 상황은 이렇다.
런던 패션주간에 참가한 토드린, 아쿠아스큐텀, 템퍼펄리 등의 런웨이에 오르기로 했던 모델들이 구찌를 따라 밀라노 패션주간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당장 런웨이를 구성해 글로벌 기자단 및 바이어 앞에서 컬렉션을 선보여야 하는 디자이너들로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모델들의 입장에서는 더 유명한 브랜드의 런웨이에 서는 것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당초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밀라노로 달려갔지만 런던 패션주간에 참석한 후 밀라노 구찌 스케줄을 감당할 수 있음에도 굳이 일정을 앞당겨 밀라노로 불러들인 것이 해당 디자이너 및 런던 패션주간 관계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밀라노 패션주간과 런던 패션주간이 비슷한 시기에 벌어질 때마다 힘 있는(!) 이탈리아 패션하우스들이 런던 패션주간에 오르기로 했던 유명 모델을 밀라노로 조기 소집, 런던 패션주간의 맥을 끊어놓는 일은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일각에서는 구찌의 행태가 패션계의 ‘형제애’ 내지는 상호 공존 원칙을 일방적으로 깬 것이라고 비판하며 모델들 역시 런던과 밀라노 무대를 모두 설 수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힘 있는 브랜드에 끌려가야 한다는 점이 내심 불편한 모습이다. 런웨이쇼에 오를 19명의 모델 중 10명을 구찌에 강탈당한 토드린 관계자는 당장 피팅 일정에 문제가 생겨 망연자실한 상태에 빠진 것.
그럼에도 무대는 계속되어야 하는 만큼 다른 모델들이 그 자리를 메우겠지만 컬렉션 무대를 꾸미기 위해 노력했던 디자이너들은 힘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구찌 뿐 아니라 이 같은 행태를 방치는 밀라노 패션주간 조직위원회 측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자본이 탄탄한 유명 패션하우스들이 밀라노와 뉴욕, 파리에서 벌이는 모델 강탈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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