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 높은 「샤넬(Chanel)」의 장기집권 디자이너이자 럭셔리업계의 카리스마 칼 라거펠트가 「H&M」과 손잡고 선보인 한정 컬렉션이 광적인 소비자들의 열기에 휩쓸려 순식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라거펠트의 감성이 담긴 30개 아이템으로 구성된 컬렉션이 베를린 「H&M」 매장에 들어서자 장사진을 치고 있는 소비자들은 마네킹에 입혀진 옷까지 벗겨내 가져갈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전 제품이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칼 라거펠트가 「H&M」과 제휴한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 밝혀질 때부터 출시되기만을 기다렸던 여성들은 탈의실에 들어서는 시간도 아까워서 매장에서 속옷 차림으로 옷을 입어보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디자인과 사이즈를 따질 틈도 없이 다른 사람이 집어갈까 봐 아무 아이템이나 손에 잡고 놓지 못하는 불안감을 드러내 여성들이 얼마나 ‘럭셔리 디자이너의 감성’에 목말라 있었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전쟁터 같은 매장, 전 제품 매진!
「H&M」은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인을 카피, 값싸게 제공하는 콘셉트로 성공을 거둬온 브랜드였지만 진짜 유명 디자이너와 직접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광적인 소비자들의 반응 앞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더불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파워 디자이너’의 감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섬뜩한 느낌까지 받은 모습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 때문에 「H&M」의 카피 디자인을 구매하는 것일 뿐 명망 있는 유명 디자이너, 그들의 디자인에 대해 지독한 신뢰감과 짝사랑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매장의 점원들은 전쟁을 치르는 듯한 소비자들의 반응 앞에 공포심을 느꼈다면서 눈에 띄는 옷마다 서로 잡겠다고 다투는 여성들이 큰 싸움이라도 벌일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그렇다면 칼 라거펠트의 디자인이 모두 무릎이 떨릴 만큼 매력적이었던 것일까?
디자이너의 이름, 그 무게
지방흡입술로 날씬한 몸매를 갖게 된 뒤 슬림한 스타일에 더욱 애착을 보이고 있는 칼 라거펠트는 「H&M」 한정 컬렉션에서도 레깅처럼 타이트한 팬츠와 블랙 시폰, 얇은 자두빛 탑,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된 화이트 쇼츠 슬리브리스 등, 몸매의 선을 최대한 강조한 심플하면서도 대담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일부 여성은 몇몇 아이템(특히 화이트 셔츠)에 거부감을 표시하면서도 앞으로 값진 클래식 디자인이 될 것이라며 무조건 구매를 선택했다. 다른 아이템들도 모두 마찬가지 반응을 얻었다.
한 마디로 디자인 자체에 대한 매력보다는 ‘디자이너 이름값’에 더욱 매료된 현상을 보인 것. 일부 소비자들은 노골적으로 무조건 사는 게 남는 장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른 사람에게 비싼 값에 팔거나 eBay에 올려 경쟁가로 판매한다는 상술까지 드러냈다.
전쟁터 같은 매장을 지킨 점원들은 매장의 아이템을 휩쓸고 간 사람들 중 꽤 많은 숫자가 ‘되팔기’를 목적으로 한 소매상이나 소비자들이라고 꼬집고 있다. 실제로 라거펠트의 「H&M」 컬렉션이 매장에서 판매된 같은 날 이미 eBay는 매장에서 매진된 라거펠트 아이템이 줄줄이 경매에 올라 있어 재판매 효과를 노려 구입에 나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케 한다.
‘디자이너 광증’이라고 불릴 만한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유명 디자이너가 트렌디 라벨과 제휴할 경우 그냥 이름만 내걸면 쉽게 장사가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할 만큼 후유증이 예상된다.
반면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트렌디 마켓에서도 통하는 그의 독창적 디자인 세계와 카리스마, 남들보다 앞서 다운마켓에도 발을 내딛는 과감성을 드러내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이너의 면모를 다시금 입증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특히 날씬해진 모습에 자신감을 가진 듯 모델보다 더 모델 같은 포즈로 「H&M」 한정 컬렉션 광고에 등장해 그 자신의 상품가치를 한껏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칼 라거펠트는 1996년 독일의 인기 카탈로그 쇼핑업체 ‘퀘엘(Quelle)’과 제휴, 어패럴 라인을 선보였고, ‘디젤(Diesel)’과 손잡고 ‘라거펠트갤러리(Lagerfeld Gallary)’ 진 라인을 런칭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두려움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럭셔리업계, 마땅찮고 민망하고
럭셔리업계는 칼 라거펠트HM 컬렉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스캔들처럼 진행된 이번 사건이 내심 달갑지는 않은 모습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수년 간 매출 몸살을 앓다가 최근 들어 겨우 숨을 돌린 럭셔리업계로서는 정통성을 벗어나 이벤트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칼 라거펠트의 선택이 럭셔리업계의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물론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스타성과 상품성을 다운마켓 대중에게 과시할 수 있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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