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스니커즈를 그저 그런 운동화쯤으로 생각한다면 큰 실수. 스니커즈는 어느새 가장 핫하고 쿨한 패션 아이템으로 우리와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로커들-특히 늘 한발 앞선 영국 로커-들은 일찌감치 스키니한 수트와 심플한 스니커즈를 통해 자유로운 젊음의 스타일을 구사하며 동조자를 포섭해왔고,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와 패셔니스타들이 빈티지한 플라워 드레스나 디스트로이드 진에 캔버스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을 때 스니커즈는 이미 그 자신만의 멋들어진 패션 스테이트먼트를 선포하고 있었다.
이제 패션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형식을 깨뜨리고 무거운 옷차림에 상큼한 위트를 더하는 스니커즈를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디지털, 변화, 자유의 상징 스니커즈
실제로 18-49세 층의 소비자들은, 남녀 구분 없이 심플한 컨버스 화부터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변화를 더한 스니커즈를 몇 개씩 구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문화와 친숙한 젊은 층은 전통적인 스니커즈부터 그래피티 하이탑 스니커즈, 레더 스니커즈, 심플하고 시크한 슬립온, 도전적이고 활동적인 하이탑, 그리고 슬림하게 빠진 수트에 감각을 더하는 슬릭하고 감각적인 스니커즈에 흠뻑 빠져있다. 이처럼 스니커즈가 생활 속의 패션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자리하면서 스니커즈 마켓 또한 독립적인 마켓으로, 황금알을 낳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진화되면서 하이엔드부터 매스마켓까지 수익성 높은 아이템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니커즈가 컴퓨터와 모바일로 상징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생활을 지배하는 21세기 사회 문화적 흐름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20세기 말 컴퓨터에 능숙했지만 어딘지 괴짜 같은 인물들이 티셔츠나 수트에 아무렇게나 스니커즈를 걸치고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 사임을 선언한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물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누님처럼 단정한 수트 차림이지만 여전히 터틀넥과 스니커즈를 착용할 때 가장 매력적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글로벌 젊은 층의 숭배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주커버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늘 대충 신고 나온 듯 한 스니커즈가 함께 떠오른다.
마치 자라지 않는 피터팬처럼 하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고 변화를 추구하는 시대의 혁명가들 옆에 스니커즈는 에르메스의 망토처럼 함께해 온 것이다. 물론 활동적이고 도전적이며,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힘을 스니커즈에 부여하는 것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반박도 있겠지만 스니커즈가 21세기 디지털 세대에게 가장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고 기존에 주어진 스타일에 변화의 숨통을 터주는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문화 예술과 함께 진화하는 스니커즈
이처럼 스니커즈가 생활 속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자 관련 업계는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와 연계하여 스니커즈를 더욱 생활 깊숙이 투영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 푸마 등 전통적인 애슬레틱 슈즈 메이커의 광고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미국에서 전파를 타고 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라인 광고 ‘All Originals’를 보면 스케이터보더, 뮤지션, 패셔니스타 등 젊은층의 생활과 친밀한 주제, 그리고 친숙한 인물들이 등장, 생활 속의 스니커즈를 강조하고 있는데 래퍼 스눕독의 나레이션과 힙합 비트가 스트리트 열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문을 열고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활기찬 거리 풍경과 젊은 층의 문화, 엔터테인먼트 속에 숨 쉬는 아디다스의 이미지를 투영,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개개인의 독창성(originality)을 부각시켜 긍정적인 메시지는 스니커즈와 젊고 활기차고, 독창적인 젊음을 하나로 묶어준다.
나이키 또한 획일적인 스포츠 스폰싱에서 벗어나, 젊음의 문화, 스트리트 스포츠와 융화되려는 모습을 강화하고 있다. 나이키는 최근 US Open Surfing의 스폰서로 서핑뿐 아니라 스케이트보딩, BMX 경기, 음악 콘서트 등의 이벤트를 함께 진행해 젊음의 문화를 나이키와 영리하게 연계시켰다. 모든 이벤트를 대중에게 무료로 오픈, 동참을 유도한 데 이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중계해 글로벌 젊은 혈기들을 포섭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Make Yourself"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프린트 광고를 통해 젊음과 문화 공연, 그리고 삶의 멘토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한편 리복은 음악과 스니커즈를 결부시킨 흥겨운 캠페인을 진행,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에 한층 밀착된 모습인데 음악 프로듀서 스위츠비츠와 콜래보레이션으로 진행한 ‘Reethymn of Lite’ 광고는 라스베가스에서 콘서트 공연으로 이어졌고, 라이브스트림으로 인터넷 중계되는 등 디지털과 공연 예술 속에 리복을 브랜딩했다.
스타일 & 스니커즈
패션의 중심에 선 스니커즈의 힘은 지난 2009년 스니커즈 팝업 숍을 순회 오픈했던 구찌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구찌는 스타일리쉬한 남성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 스니커즈 마켓을 타깃으로 구찌 스니커즈 컬렉션을 한 번에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런던부터 뉴욕 베를린, 파리, 홍콩, 도쿄 등지로 이어진 ‘구찌아이콘 템포퍼리’ 매장에는 남성용 스니커즈 16종과 여성용 스니커즈 2종이 전시되어 럭셔리 스니커즈 마켓에 대한 야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이는 스니커즈의 시장성에 대한 야심뿐 아니라 스니커즈를 통해 젊고 혁신적인 럭셔리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이중적 목표가 담겨 있었다. 구찌는 뮤직 프로듀서이자 핫한 패셔니스타, 마크론슨과 제휴한 트레이너 라인을 통해 트렌디한 구찌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루이비통도 예외는 아니다. 루이비통 역시 2009년 스타일리쉬한 싱어 카니에웨스트와 제휴, 감각적이고 컬러풀한 스니커즈 컬렉션을 통해 젊음을 과시했는데 뛰어난 컬러 감각과 디테일이 가미된 스니커즈는 젊은 스니커즈 팬들의 컬렉션 리스트로 각광받으며 하이엔드 스니커즈 마켓의 경쟁을 재촉했다. (패션에 대한 진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 카니에웨스트는 기존의 나이키에어 어설트 모델을 변형, 스트랩과 바늘땀이 드러나지 않게 디자인하는 등 스니커즈 협업 작업에 관록을 자랑하며 패션계에 영향력이 큰 셀러브리티 파워를 다시금 입증했다.)
하지만 스니커즈의 패션화의 물꼬를 튼 것은 하이엔드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비티라는 점을 간과 해서는 안 된다.
아디다스+요지야마모토의 Y3 컬렉션은 애슬레틱 슈즈의 고정 관념을 털고 패셔너블한 스니커즈의 신호탄을 올리며 패션 아이템으로서 스니커즈의 가치를 입증했고 미하라야수히로+퓨마, 알렉산더맥퀸+퓨마 등 디자이너와 스포츠 업계의 콜래보레이션의 물꼬를 트면서 패션 영역을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어찌 보면 패션계 중심에 확고히 자리한 스니커즈의 패션 파워는 디자인 창의성과 스트릿 문화, 그리고 셀러브리티로 대변되는 엔터테인먼트 파워가 뒤엉켜 만들어낸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이며 자유로운 시대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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