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자라' 보다 잘 나가요”
가+
가-
김영한 '원더플레이스' 대표

2011-09-01 오후 1:57:03


“처음에는 유명 브랜드 대리점 사업을 했죠. 나름대로 수익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유통 트렌드가 급변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시도했고 대형 편집숍이 해답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부터 철저히 준비해 지금의 ‘원더플레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원더플레이스’는 지난해 9월 전주에 1호점을 연 이후 대구, 수원, 평택, 대전, 청주, 광주 등에 연이어 매장을 오픈하는 등 지방에서는 이미 ‘에이랜드’에 버금가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대구, 대전점은 인근에 위치한 「자라」보다 평당 효율이 좋을 정도로 매출이 쑥쑥 오르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서울 홍대점을 오픈하면서 수도권 시장 진출하는 등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국 1위 파워 점주 출신 탁월한 안목으로 유통 변화 미리 읽어 
2003년 김 대표는 이랜드, 예신, 지엔코 등 패션 기업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리점 운영은 전국 주요 상권에 번듯한 매장 하나만 잘 잡고 있으면 꽤 괜찮은 수익을 보장하는 유망 사업이었다. 브랜드에서 공급해주는 물건만 잘 팔아도 월매출 1억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올렸기 때문이다.


김 대표도 7~8개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한 브랜드 대리점은 월평균 매출 2억원을 기록하는 전국 1위 매장이기도 했다. 운영하는 대리점마다 모두 잘 될 정도니 김 대표는 말그대로 ‘파워점주’였던 셈.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두 상권에는 미래를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형 백화점이 속속 들어서는가 하면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도 경쟁적으로 패션 상권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브랜드 프랜차이즈 형태로는 더 이상 승부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어느 순간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잘 되던 대리점 사업 매출이 매년 10~20%씩 감소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브랜드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Soul21」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독특한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이 마음에 들어 매장을 오픈하게 됐습니다.”동대문 시장 사입 위주로 상품을 구성한 「Soul21」은 브랜드 대리점이 대세였던 당시 패션 유통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매장 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인테리어와 영 소비층을 겨냥한 상품들로 금방 입소문을 탔고 대리점 사업까지 확대하게 됐다.


김 대표는 「Soul 21」 대리점을 개설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으나 만만치 않았다. 도매 시장 사입을 하는 본사가 다시 대리점에 물건을 공급하다 보니 수익구조가 부실했고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문제의식을 느낀 김 대표는 본사 측과 해결책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마저도 본사의 소극적인 태도로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직접 사입에 나서기로 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대리점 사업만 하던 제가 직접 동대문 새벽 시장에 가서 물건을 고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지요.”


도매 시장의 생리를 익힌 후에는 「스타일랩(StyleLab)」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리테일 사업을 시작했다. 유명 디자이너를 상품 디렉터로 고용하고 자신은 리테일에만 전념하는 일종의 셀렉트숍을 만든 것. 3~4년 하다보니 직영 매장이 13개로 늘었고 연간 매출도 110억원 대를 기록하는 등 꽤 괜찮게 사업이 유지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또다른 한계의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소싱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보니 다른 보세 가게와 상품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양한 상품을 보여주고 싶어도 매장 규모가 작으니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었지요. 결국 가격 차별화로 경쟁해야 하는데 그러면 수익이 나지 않는 겁니다.”


그럴즈음 「H&M」 「자라」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몰려들어왔다. 소비자들은 대형 매장의 쾌적함과 재미에 맛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최선의 방편은 대형화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형 편집숍 「원더플레이스」 지방 상권에선 「자라」보다 매출 좋아
“「스타일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대형화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봤습니다. 5억원 짜리 매장 100개가 아니라 50억원 짜리 매장 10개로 500억원 규모를 만드는 게 새로운 유통 흐름인 것이죠.”


김 대표는 2009년부터 대형 매장에 대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유망 상권을 고르고 점포 입지를 선정하는 데에 대한 안목은 탁월했지만 소비자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해 컨설팅 업체에 자문도 구했다. 1년여 동안 준비를 거쳐 드디어 지난해 9월 전주 중앙로에 ‘원더플레이스’ 1호점을 오픈했다.


매장은 ‘놀라움이 가득한 곳’이라는 이름처럼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줄만한 상품들로 가득했다. 도매 시장 사입 상품 뿐만 아니라 「플랙진」 「캉골」 「수페르가」 등 인기 수입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넓은 공간에서 쾌적하게 쇼핑하면서 고르는 재미까지 더해지자 빠르게 고객층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몇 달 뒤에는 대구 동성로에 561㎡ 규모의 2호점을 열고, 백화점에서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수원 AK몰(82㎡)에 입점시켰다. 올해 4월에는 대전 은행동에도 991㎡ 규모의 대형 매장을 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장에 안착하는 속도도 빨라 대구점의 경우 월평균 6억원, 대전점은 4억원을 달성하며 인근에 위치한 「자라」 매장보다 더 큰 효율을 나타내고 있다. 월평균 2억원을 기록하는 수원 AK점도 2배 더 큰 크기의 타 브랜드 대리점 매장과 효율성 면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광주에도 991㎡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여세를 몰아 청주에도 매장을 열기로 결정했으며, 9월 초에는 서울 홍대 앞에도 매장을 오픈해 본격적으로 서울 중심 상권에 진출할 계획이다.


“대구점, 수원점을 운영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평당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글로벌 SPA 브랜드나 국내 유수의 브랜드 대리점과 맞붙어도 손색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올해는 총 8개 매장에 250억원 매출이 목표입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 내년에는 48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엔 서울상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만큼 편집숍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을 계획입니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