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데님에 럭셔리 브랜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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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2 오후 3:05:06


가장 베이직한 아이템이자 트렌디한 아이템, 데님 마켓에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매력적인 ‘핏’을 내세운 프리미엄 데님이 포화 상태의 데님 시장을 더욱 치열한 경연장으로 만든 데 이어 샤넬, 랄프로렌, 발망, 까발리 등 하이엔드 디자이너 하우스도 럭셔리 진 시장에 진군하고 있다.


프리미엄 데님의 가격에도 놀랐던 소심한 패셔니스타들이라면 한 벌에 1000 파운드(약 180만원 정도) 이상인 럭셔리 데님에 할 말을 잃을 수도 있지만, 꾸튀르 정신을 담은 럭셔리 데님의 등장은 데님이 그만큼 패셔너블하고 가치있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 하겠다. 동시에 데님 마켓이 ‘돈이 되는 시장’이며 성공한 패션은 ‘팔려야 한다’는 하이엔드 마켓의 인식 전환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팔아야 산다…돈 되는 데님


글로벌 불황은 런웨이 중심으로 움직이던 럭셔리 패션계에 ‘입는 옷’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자극했다.
하이엔드 업계는 꾸튀르 특유의 ‘보여주는 무대’를 위해 현실 속의 ‘입는 옷’과 다소 거리가 있는 컬러와 컷, 디테일 등 하이엔드 패션적인 요소를 강조할 수밖에 없고 무대가 화려하고 드라마틱할수록 일반 소비자들이 거리감을 두는 원인이 되겠다.


이 같은 면이 H&M나 자라 같은 패스트 패션 업체들의 럭셔리 디자인 카피품, 혹은 재구성 아이템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다.


즉 대다수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하이엔드 런웨이에 오른 디자인을 좀더 융통적인 디자인으로 재편집해서 매장에 내놓는데, 이는 런웨이 스타일을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재구성한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고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이 하이엔드 패션의 요소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 그 결과 브랜드 정신을 지키면서도, 많은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묘책으로 ‘데님’이라는 가장 접근력 높은 아이템이 매력적인 장치로 등장한다.


즉 글로벌 불황기에 매출의 절박성을 깨달은 럭셔리 업계가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매출 구축에 용이한 ‘데님 마켓’에 뛰어드는 새로운 전기가 된 것이다.


꾸튀르도 데이웨어처럼: 발망부터 샤넬까지


실제로 봄/여름 샤넬 꾸튀르 쇼에 등장한 페일 블루/페일 핑크/ 블랙 데님, 발목 부분에 단추를 장식한 슬림한 컷의 데님과 그레이/트위트 스커트 수트, 크림/블랙 재킷의 만남은 하이엔드와 데님의 시크하고 창의적인 만남을 보여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데님은 16명의 샤넬 장인들이 샤넬의 전통을 녹여 틀을 짜고, 조각하고, 일일이 깎아 만든 솜씨로 창출된 것인 만큼 일반 데님이 가질 수 없는 ‘샤넬만의 꾸튀르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쥬얼리로 장식한 버튼이나 부드러운 실루엣의 데님과 샤넬 꾸튀르 의상과 매끄럽게 매칭되어 칼라거펠트가 밝힌 실생활 속에서 ‘어떻게 꾸튀르를 입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본보기였다. (칼라거펠트는 데님과 심플한 화이트 셔츠는 거리에서도, 꾸튀르 나잇에도 가장 완벽한 옷차림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2009년 락시크를 가미한 발망의 데님-찢어지고 탈색되고 지퍼나 핀 장식이 가미된 블랙 데님의 신선한 충격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하이엔드 데님의 놀라운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000~2000 파운드를 넘는 발망의 데님은 웨이팅리스트를 만들었을 정도로 패셔니스타들의 동경의 대상이었고 럭셔리 리테일러들이 ‘없어서 못 파는’ 핫 셀러로 자리했다. 심지어 매 시즌 새로운 워싱과 컬러를 선보이는 발망의 데님을 수집하는 충성 고객까지 생겼을 정도.


미국 하이엔드 패션가도 예외는 아니다. 랄프로렌은 올 가을 독립적인 데님 라인-랄프로렌 컬렉션 데님-을 선보일 계획인데 프린지, 레더, 스터드 장식을 가미한 럭셔리 데님의 가격은 1000 파운드 이상이며 내구성 있는 데님을 ‘럭셔리하고 모던하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랄프로렌은 데님 론칭에 발맞춰 고급스런 메리노스웨터와 헐렁한 셔츠 라인을 보강, 조드퍼 스타일이나 울트라스키니 데님과 코디네이션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화이트 티셔츠까지 동반 활황


흥미로운 점은 럭셔리 데님 마켓이 활발해지면서 가장 심플한 패셔니스타의 필수품 ‘화이트 티셔츠’ 또한 럭셔리 하게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프로엔자슐러, 마이클코스, 질샌더 등 하이엔드 디자이너와 샤넬, 까발리 등 럭셔리 하우스들은 기존의 화이트 티셔츠에 하이엔드적 요소-자수와 세퀸, 튤 장식 등의 디테일-를 가미한 화이트 티셔츠를 선보이면서 하이엔드 캐주얼 시장에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데님과 화이트 티셔츠는 가장 컨템퍼러리하면서도 쉬크한 매력을 강조하는, 어찌 보면 미세한 테일러링과 디테일의 차이에서 가장 큰 ‘미적 정서’를 드러낼 수 있는 묘한 존재로서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의 손맛을 뚜렷하게 잘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만큼 데님 시장은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패션에 ‘민감하고 익숙한’ 소비자들이 더 이상 티셔츠나 데님을 ‘캐주얼한 아이템’이 아니라 트렌디하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인식하고 재탄생시키는 추세를 반영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티셔츠나 데님을 통해 ‘노력안한 듯, 부담 없는 패션’을 완성하고 부담스러운 럭셔리 아웃핏의 ‘무게를 더는’ 젊고 신선한 ‘분위기 메이커’로 데님과 티셔츠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꾸튀르도 데이웨어처럼 입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만큼 하이엔드 패션에 편안한 숨통을 튀어주는 소통 창구이자 ‘편안한 꾸튀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럭셔리 데님 마켓은 팔릴 수 있는 ‘마켓’이 된다.


데님 마켓, 가격 인상 붐 우려


럭셔리, 혹은 꾸튀르 데님의 시장성에 대해 “럭셔리 드레스를 구입하는데 망설이는 소비자들도 매력적인 데님 앞에서는 지갑을 열고 만다”고 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요약한다.


실제로 럭셔리 데님은 부담스런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융통적인’ 아이템이라는 미덕을 갖고 있고, 데님이라는 품목이 원래 ‘아무리 많이 구입해도 또 구입하고 싶은’ 중독성을 갖고 있어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럭셔리 데님이 시들해진 'It Bag'을 대체할 매출 효자 상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바로 이 같은 ‘상품성’과 ‘시장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가의 꾸튀르 데님 시장이 확산되면 기존의 데님 시장에 가격 인상 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프리미엄 데님 라벨이 등장한 이후 편안한 가격대의 정통 데님 라벨들이 ‘프리미엄 핏과 트렌디한 감성’을 도입한 데님을 선보이며 가격 인상을 유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주장도 꽤 근거가 있다. 하지만 이미 꾸튀르 데님은 시작되었고 데님 시장은 다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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