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혐오 발언 디자이너에겐 독
가+
가-
히틀러 찬양-유태인 혐오 발언 존 갈리아노

2011-05-27 오후 3:06:09


패션과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 패션계와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히틀러 찬양-유태인 혐오’ 발언만 보면 양측은 너무나 닮아 있다. 지난 2월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존갈리아노의 반유태적, 히틀러 찬양 발언 사건이 갈리아노에게 화려했던 디올 시절을 마감케하는 치명타를 입혔다면, 칸느 영화제 기자 포럼에서 자신의 영화 ‘Melancholia’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던 중 ‘히틀러를 이해한다’, ‘나치에 일말의 동정심을 느낀다’는 발언을 한 영화 감독 라스폰트리에는 ‘기피 인물 (Persona non grata)’로 칸느 영화제에서 축출되는 사태에 직면했다.


영화보다 패션계가 양심적?


반면 사태의 전개 과정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존갈리아노가 파리 la perle 카페에서 말싸움 끝에 유태인 비하 발언을 했고 사건 이전의 비디오 영상(히틀러를 찬양하고 유태인을 조롱하는 발언이 담겨있는) 비디오가 등장하면서 디올에서 쫓겨나는 운명에 처했다면, 기자들과의 공개 포럼에서 히틀러에 대한 동정심과 애정을 농담처럼 드러낸 라스폰트리에는 칸느 영화제 기간 중 공식 활동이 금지되었음에도 여전히 ‘황금종려상’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실제로 문제가 된 발언이 있던 날 밤 레드카펫에 선 라스폰트리에게는 박수가 쏟아졌고 황금종려상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뿐 아니다. 15년간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디올을 ‘핫’한 럭셔리 브랜드로, 매출의 일등 공신으로 기여했던 갈리아노가 파파라치를 피해 은둔하며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자신의 시그너처 라벨 ‘존갈리아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서 밀려나고, 그의 컬렉션이 삭스에서 퇴출되는 숨 가쁜 과정을 겪은 반면 라스폰트리에의 영화 ‘Melancholia’의 해외 배급 업자들은 여전히 그의 영화 개봉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달 파리패션 주간 크리스찬디올 여성복 가을/겨울 캣워크 쇼에는 아나윈투어, 수지맨케스 등 유명 인사가 프론트로우를 지켰지만 반파시스트 주의자들이 ‘갈리아노의 유태인 혐오’ 발언을 비난하는 데모를 펼쳤고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라거펠트는 존갈리아노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과 반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한 존갈리아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패션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 입을 다물고  외부에서는 패션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존갈리아노를 엄단해야 한다는 압력을 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존갈리아노를 쉽게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영화계 및 배급 업자들은 라스폰트리에의 발언을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말려들어 저지른 실언이나 ‘예술적, 창작적 자유’에서 이뤄진 발언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오랫동안 칸느 영화제의 ‘총아’로 군림해 온 라스폰트리에가 이번 발언으로 영원히 칸느에 발을 디디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계에서는 라스폰트리에가 늘 논란적인 주제를 영화에 담고 ’논란‘을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왔던 만큼 이번 발언 또한 ‘영화를 위한 해프닝’ 정도로 넘어가는 모습이라 나찌 찬양 발언으로 그가 영화를 만들지 못하거나 영화판을 떠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라스폰트리에가 나치 동조 발언으로 재활원에 입소하거나 연이은 법정 싸움에 내몰리는 존갈리아노의 입장에 처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존갈리아노 변호사에게도 피소


하지만 존갈리아노의 수난은 멈출 기미가 없다. 카페에서 말다툼을 벌였던 커플과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는 존갈리아노는 법정에서 혐의가 인정될 경우 3만34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6개월 징역형을 살 수도 있다.


지난 3월 디올에서 해고된 후 ‘모든 불행한 상황은 모두 나의 어리석음이며, 비난은 나의 몫’이라는 사과문을 밝힌 후 미국에서 ‘재활원’에 입소했던 갈리아노는 프랑스로 귀국한 뒤 두문불출하고 있는데 5월


12일 파리 고법에서 진행된 청문회에 불참, 우려를 사고 있다.  그대신 청문회에 참석한 변호사 올렝아밀은 존갈리아노가 현재 프랑스에 없어 참석 못했다고 설명하며 6월 22일 진행될 재판에는 반드시 본인이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며 논란을 진화했다.


하지만 le perle 카페에서 유태인 모욕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당시 너무 취해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다’는 초기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6월 22일 진행될 재판은 Le perle 카페에서 벌어진 반유태적 발언 외에도 별개의 유태인 모욕 및 인종 차별적 소송이 함께 진행된다. 즉 존 갈리아노를 상대로 두 건의 반유태적/인종차별적 소송이 제기된 상태.)


이런 와중에 존갈리아노가 그의 변호를 맡아왔던 유태계 변호사 스테판저빕과 소송전에 직면, 사건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건 발생 초 두문불출하는 존갈리아노를 대신해 언론을 상대해왔던 저빕이 갑작스럽게 해고된 것은 금전 문제였다. 새로 선임된 존갈리아노의 변호사 올렝아밀에 의하면 스테판저빕이 수년간 존갈리아노의 재정 문제를 관리하며 약 440만 달러를 횡령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5월 9일 저빕이 명예 훼손 혐의로 존갈리아노를 즉각 맞고소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가지를 뻗고 있다. 그 결과 존갈리아노는 유태인 혐오 발언 소송과 변호사 횡령 혐의 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존갈리아노를 바라보는 시각


사건 발생이 두 달이 지났지만 존갈리아노의 패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연간 400만 파운드를 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그가 디올에서 해고되고, 디올의 소유주 LVMH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그의 라벨 ‘존갈리아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서 밀려난데 이어 하이스트리트 브랜드 디젤과 진행하고 있는 아동복 컬렉션의 미래도 장담하기 힘든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존갈리아노의 격렬하고 쾌락 탐닉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영국에서 디자이너 활동을 하던 초창기 시절의 악동 이미지를 버리고 드라마틱한 정서를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로 승화시키는 듯했던 그가 어느 틈엔가 다시 ‘술과 파티와 쾌락’에 탐닉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 여기에 15년간 디올을 지휘하며 승승장구해 온 자신감이 드라마틱한 그의 성향과 뒤엉켜 자신의 행동이 모두 용납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패션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제와 그의 심리 분석을 한 듯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디자인 인생의 최고점에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존갈리아노가 패션계에 다시 복귀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복귀하더라도 ‘디올의 화려한 시절’과 늘 비교되는 삶을 살아야 하니 말이다. 또한 패션계가 더 이상 ‘스타 디자이너’가 아닌 브랜드 자체를 중시하는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고, 존갈리아노 사태가 이를 재촉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문이다.


물론 드라마틱한 그의 무대처럼 드라마틱하게 재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