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남성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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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 미래 지향 패션을 말하다

2011-05-19 오후 2:08:10


 


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남성의 귀환이자 선혈이 낭자한 검투사의 울부짖음, 차가운 암살자의 비장한 아름다움이었다. 향기로운 아도니스는 가고 땀과 먼지에 뒤덮인 남성미의 도래를 선포한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존재감은 헤비메탈, 그 자체였다. 호랑이를 가둔다고 고양이가 되나? 발라드를 불러도 그의 정신은 헤비메탈이다.


잘 다듬어진 메트로섹슈얼에 익숙한 남자에게 그는 거친 도로를 달리는 폭주족이고, 남성미를 보강한 위버섹슈얼조차 그의 앞에서는 한갓 교태일 뿐이다.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그의 강인한 마력처럼 헤비메탈은 패션계에 중요한 디자인 원천으로 자리하고 있다.


바이커 룩, 바이킹, 밀리터리 룩까지 다양
여기서 당신의 궁금증이 시작된다. ‘록시크’ 라는 용어가 패션지를 장식하며 패셔니스타와 친숙한 용어로 자리하고 있는 반면 헤비메탈은 그 이름이 내뿜는 거칠고 투박한 느낌만큼이나 패션과 먼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 같은 의구심은 복잡한 록뮤직의 뒤엉킨 발전사를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록시크’ 속에는 분명 헤비메탈적 요소가 뒤엉켜 있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젊고 늘씬한 도회적 남성의 반항적 까칠함을 ‘록시크’라 할 때 야수적 본능으로 세상을 헤쳐 나온, 세월을 아는 남자의 거침없는 매력을 ‘헤비메탈’ 패션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실제로 거친 바이커 룩+세련된 로커 스타일+게이코드를 내포한 가죽 서브 문화+장엄하고 섹시한 고딕풍 블랙진+밀리터리 카므플라즈 팬츠+메탈 장식이 도발적인 스포티 하이탑 농구화 또는 스터드 장식 플랫폼 부츠+제멋대로 소매를 잘라낸 컷오프 베스트가 헤비메탈 로커들의 시그너쳐 스타일이니까. 록 뮤직이 히피와 도시 노동자, 방황하는 청춘과 욕구 불만에 지친 마음을 아우르듯 헤비메탈 패션은 굴곡진 삶의 구비만큼이나 많은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헤비메탈 패션=파워
음악과 패션은 늘 밀접한 관계였지만 헤비메탈 패션의 역사는 헤비메탈 밴드의 역사라 할 정도로 함께 호흡해 왔다. 실제로 주다스프리스트의 싱어 롭할포드는 1978년 “Hell Bent for Leather" 앨범 프로모션에 맞춰 가죽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헤비메탈 패션의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 가죽 의상은 바이커 스타일과 가죽 서브컬쳐(Leather Subculture: 가죽 의상을 통해 섹슈얼하고 에로틱한 의미를 표현하는 서브 문화. 종종 게이 커뮤니티와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성행위, 혹은 실험적이고 극단적 에로티시즘과 연계된다)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포드는 모토바이크를 타고 무대에 오르면서 헤비메탈과 바이커 문화의 연계성을 강조했고 아이런메이든의 폴디아노는 가죽 재킷과 스터드 팔찌를, 모터헤드는 총알이 장식된 불릿 벨츠를, 색슨은 스판덱스를 착용하면서 헤비메탈 패션의 정석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헤비메탈 초창기를 장식했던 새틴 셔츠와 벨보텀 팬츠는 사라지고 파워풀하고 에로틱한 ‘헬포드식’ 스타일이 헤비메탈 패션의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스터드 장식된 가죽 룩과 전투화, 스터드 벨츠/팔찌, 날카로운 스파이크 건틀렛(뾰족한 금속 장식이 이교도적 매력을 더하는 장갑) 등과 뒤섞이며 그들만의 패션 규범으로 정착되었다. 이후 1980년대 트래쉬 메탈 밴드 메탈리카, 메가데스 등이 가죽 일색의 헤비메탈 의상에 밀리터리 룩을 가미, 좀 더 남성적인 느낌을 덧칠했고 바이킹이나 중세의 기사 문화, 혹은 어두운 셀틱 기사풍 의상과 액세서리가 추가되면서 헤비메탈 패션은 좀 더 드라마틱하고 서사적으로 진화된다. 헤비메탈 룩을 주도했던 가죽 서브컬처가 게이적 에로티시즘을 반영하고 있다면 1980년대 이후에는 전사같은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초적 남성미로 변모하는 것.


실제로 헤비메탈 밴드의 의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둥의 신 토르의 망치 펜던트나 게르만 철 십자가 같은 이교도적인 상징과 중세 기사나 바이킹의 이미지를 차용한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 근육을 강조하는 타이트한 가죽 팬츠와 와이드 슬리브 셔츠는 ‘길들여지지 않는 남성미’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헤비메탈 음악이 그러하듯 헤비메탈 패션의 정수는 곧 ‘Power’로 요약될 수 있다.


헤비메탈, 디자이너를 홀리다
흥미로운 점은 ‘남자의 남자’를 표방한 헤비메탈 패션이 여성들의 페미니티를 강조하는 효과적 장치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패션계가 헤비 메탈적 감성을 끊임없이 변주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 여성스러운 발레 플랫 슈즈나 쉬폰 드레스에 메탈릭한 상의, 대담한 메탈 장식이 파워풀한 가죽 재킷을 매칭한 것만큼 간단하게 세련되고 섹시한 옷차림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일례로 Sea by Chloe의 스트랩리스 메탈릭 드레스나 Mark+James의 메탈릭 러플드레스, 중세 기사풍 Kaufmanfranco의 비드 튜닉 드레스, 어둡고 매혹적인 알렉산더맥퀸의 Sheath Poem Dress, 스터드 장식으로 헤비메탈한 감성을 덧칠한 존바르바토스+컨버스 쳐크테일러, 강렬한 스터드 장식이 헤비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Gunt의 커스텀메이드 컨버스 하나만 있으면 과도한 페미니티를 막고 도회적이고 시크한 세련미를 표현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2009년 봄 발망 레디투웨어 컬렉션에 등장했던 메탈장식 블랙 레더+데님 팬츠, 입셍로랑과 장폴고띠에 컬렉션에 볼 수 있었던 헤비메탈 장식들, 2010 버버리 윈터스톰 컬렉션에 선보인 매력적인 스터드백, 도시적인 스케이터/바이커 룩에 헤비메탈 디테일을 즐겨 조합하는 알렉산더왕의 의상들, 마초적이고 섹시한 가죽 서브 문화의 향기가 느껴지는 디스퀘어드2 컬렉션, 번쩍이는 메탈 지퍼 장식으로 관능적인 섹시함을 강조한 루부탱 핸드백과 스터드 플랫폼 슈즈, 중세 체인 글로브 혹은 헤비메탈 로커의 팔목을 장식했던 스터드 레더 가죽 글로브에서 영감을 얻은 로베르토까발리의 스터드 글로브, 발가락부터 종아리까지 지퍼가 교차된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발망의 집업 하프 카프 부츠는 하드코어적 헤비메탈 감성이 물씬한 패션의 좋은 사례다.


‘Rock in Fashion’
정리하자면 헤비메탈은 패션 지도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왔지만 '록시크‘라는 큰 그림자에 가려져왔다 할 수 있다. 이는 헤비메탈이 록이라는 커다란 강물의 한 지류이기도 하지만 헤비메탈의 대표적 상징인 스터드 레더룩-때론 극단적으로 변주된 스터드 레더룩-이 헤비메탈과 결부된 이교도적 요소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강렬하고 폭력적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이 같은 부정적 요인이 ’록시크‘라는 한층 걸러지고 포괄적인 용어를 보편화시키는데 한 몫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재범이 포효하며 ‘Rock in Korea’를 외쳤듯, 헤비메탈은 패션 속에서 ‘rocks’ 해왔고 ”the same old story" 의 가사 말처럼 잠시 멈춰도 또다시 계속될 것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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