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베르사체 “더 이상 역주행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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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2 오후 2:53:38




고난을 이겨낸 사람은 빛이 난다. 패션계도 마찬가지다. 전성기를 누리다 매출 추락의 늪에 빠져 타인의 손에 매각되는 일이 벌어지는 패션계에도 역경을 뚫고 재기한 브랜드는 찬란한 빛을 뿜는다. 그 가운데 이탈리아 패션하우스 베르사체가 있다.


럭셔리 제국 LVMH와 PPR, 그리고 사모 펀드들이 럭셔리 브랜드 인수전을 재점화 시키고 있는 지금 베르사체는 절대 매각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독립적인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로 존재할 것임을 확고히 밝힌 베르사체의 CEO 지앙지아꼬모페라리스의 말에서 보듯, 혹독한 구조조정과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해 흑자 전환을 이뤄낸 베르사체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브랜드 매각 따윈 없어


실제로 지난해 베르사체 매출은 9.1% 상승한 2억9200만 유로, 운영 수익은 223만 유로의 흑자로 돌면서 베르사체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유동 자본 압박을 유발했던 부채 문제도 거의 해결된 지금 베르사체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매각을 나설 이유가 전혀 없는데다 Swin ger International에 보유하고 있던 Versus 라이선스를 재매입한 것에서 보듯, 디퓨전 사업도 본격화 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베르사체의 독자적 행보는 본격화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베르사체는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로 충격에 빠진 일본 시장에 예정대로 재진입하고 미국과 유럽에 신규 매장을 오픈, 글로벌 매장 수를 77개에서 80개로 늘리는 등 유통망 확장에 탄력을 더할 방침이다.


베르사체는 2009년 성장성 높은 중국과 싱가포르, 동남아 지역 유통망 확대를 위해 매출이 부진한 일본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지만 아시아 시장의 매출 기여도를 확대하고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해 올 9월경 일본 내 백화점에 4개 매장을 재 오픈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 이렇게 되면 베르사체의 전체 수익 30%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과 아시아 시장의 매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럭셔리 호텔과 콘도 사업 Go!


글로벌 유통망 확대와 함께 베르사체의 성장에 활력을 더하는 또 다른 요소는 럭셔리 호텔 레지던스 사업이다. 럭셔리 업계의 호텔 사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 2000년 호주 퀸스랜드, 골드 코스트 메인비치에 ‘Palazzo Versace’를 오픈, 호주의 명소로 이끌어낸 베르사체는 특유의 화려한 감성을 담은 호텔 사업을 확대, 두바이에 두 번째 Palazzo Versace 호텔을 오픈했고 베이루트 부동산 개발업체와 Damac Tower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는 등 호텔 레지던스 사업에 기치를 올리고 있다.


럭셔리 업계의 새로운 노다지 땅으로 주목받는 중동 지역에 들어설 Damac Tower는 이 지역에 들어서는 두 번째 럭셔리 레지덴셜 빌딩으로 중동 마켓에 베르사체의 이미지를 높이는 깃발이 될 전망이다.


그 뿐이 아니다. 럭셔리한 호텔 사업에 자신감을 얻은 베르사체가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럭셔리 콘도 디자인에 나서며 베르사체의 주력 시장인 아시아에 보다 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개발업체 Century Properties와 제휴, 2015년 필리핀 마닐라 미카티市 칼라이얀 애버뉴에 오픈될 Milano Residences 콘도는 53층 규모에 350여개 베드룸을 갖춘 럭셔리 주거용 레지던스 콘도로서, 메인로비, 복도, 라운지, 도서관, 정원, 스파, 풀장 등에 Versce Home 가구와 설치물이 들어선다.


팔라쪼베르사체가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팔기였다면 Milano Residence는 돈 많은 필리핀 럭셔리 소비자, 나아가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베르사체의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고 친숙하게 만드는 ‘소비 구축’의 장이 되는 셈. 베르사체의 CEO 지안지아코모페라리스 또한 호텔과 레지던스 사업이 글로벌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베르사체의 힘을 실어줄 뿐 아니라, 성장성 높은 아시아 시장에 브랜드 파워를 구축할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험난했던 재활의 여정


지금의 자신감을 되찾기까지 베르사체는 험난한 여정을 겪어야 했다. 1997년 지아니베르사체가 피살 이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과 디자인 지휘에 나섰던 도나텔라베르사체는 그녀의 시그너쳐라 할 법한 ‘과도한 태닝과 탈색한 금발’에나 어울릴법한 지나치게 화려한 옷을 줄지어 선보였고 베르사체의 명성은 퇴보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노출과 블링블링한 컬러는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 연계되며 파파라치 컷에 즐겨 등장하는 핫 이슈가 되었지만, 레드카펫의 유명세와 달리 브랜드 이미지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여자 ‘White Trash’와 동일시 될 정도로 놀림감이 된 것. 이처럼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디자인은 연이은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고 유동 자본 압력과 도나텔라의 약물 중독이 더해지면서 베르사체는 최악의 수순을 밟는 듯 했다.


전문 경영인의 힘: 디롯시부터 페라리스까지


결국 2004년 베르사체는 1억4600만 달러의 부채와 1억2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위기감을 느낀 도나텔라는 전문 경영인 지안카를로디롯시를 영입, 경영의 지휘권을 넘기고 자신은 디자인만 지휘하는 결단을 내리며 베르사체의 전문 경영인 시대가 시작된다. 재기의 칼날을 쥐게 된 디롯시는 즉각 베르사체 일가의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 유동 자본을 확보하고 수익성 낮은 아동복 라인을 정리하고 뉴욕,  런던, 밀라노 플래그십 매장에 집중하는 절약형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성장성 높은 중국 등 신흥 시장에 신규 매장을 오픈, 매출을 자극하고 람보르기니, 아우구스타웨스트랜드 헬리콥터 등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콜래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며 2006년 베르사체를 다시 수익권으로 이끌며, 베르사체를 다시 패션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전략적 투자 집행에 대한 디롯시와 도나텔라의 견해 차이와 런웨이를 중시하는 도나텔라와 경비 절감 효과가 큰 트렁크 쇼를 고집하는 디롯시의 알력이 심화되면서 2009년 디롯시는 베르사체의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디롯시의 후임으로 베르사체에 입성한 지앙지아꼬모페라리스는 수익성 낮은 매장 폐쇄, 성장성 높은 이머징 마켓 유통망은 확대 전략과 제조 시설 통합, 아웃소싱 체제 구축, 인원 감축을 골자로 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행하며 운영비 절감 정책을 집행했고 도나텔라 역시 ‘팔릴 수 있는 디자인’ 위주의 디자인에 주력하는 태도 변화를 수용하면서 베르사체는 다시 화려한 재기의 깃발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제한적인 사업 능력과 자본, 시장을 읽는 전문적 시야가 부족한 패밀리비즈니스의 한계가 베르사체를 벼랑 끝에 몰고 갔고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략, 유통에 대한 전문 지식을 구비한 전문 경영인이 베르사체의 생환을 유도한 힘인 셈이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한계를 벗어나라


문제는 베르사체를 벼랑 끝에서 구하고도 도나텔라와의 알력으로 자리에서 밀려났던 디롯시에서 보듯 패밀리 비즈니스 체제 하에서 전문 경영인의 목소리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점이다. 도나텔라가 베르사체의 지분 20%를 갖고 있고 그녀의 딸 알레그라가 50%, 산토베르사체가 30%를 갖고 있는 패밀리 비즈니스 체제에서 전문 경영인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어 막강한 자본과 전문적 전략, 유통망을 구비한 럭셔리 제국이 지배하는 럭셔리 시장 환경에서 베르사체는 여전히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저 지켜볼 일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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