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계에 발을 담근지 벌써 4년째. 사회 생활의 대부분을 외환은행 등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언젠가는 경영 현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순식간에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전혀 경험이 없었던 패션기업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2007년 9월 지엔코 부사장으로 처음 패션업에 들어온지 4년 만에 지엔코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김석주 사장을 만났다.
“처음 지엔코에 왔을 때 외부에서는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저 사람 언제 나가나…’하는 눈초리로 쳐다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 줄곧 금융권에 있던 사람이니 시세차익 거두면 다시 매각하고 떠날 것으로 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을 갖고 경영에 접근하다보니 직원들도 하나둘씩 믿어주고 흔들리던 회사 분위기도 눈에 띄게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패션 기업 현장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지만 금융권에서 일할 때에도 거래처들이 주로 섬유·패션 회사들이어서 업계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이후 지엔코의 모기업인 큐로컴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큐로컴이 지엔코 지분을 인수할 때 부사장으로 영입된 케이스다.
“3년 반 동안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공시자료를 보면 이해되겠지만 지난 2008년에 121억원, 2009년 77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기술적으로 포장할 수도 있었지만 누적되어온 부실을 털어내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에는 매출 905억원에 영업이익 93억원을 올렸다. 주력 브랜드인 「서스데이아일랜드」가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는데다 「TI포맨」도 안정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금까지 다진 기틀을 배경으로 신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 2008년 중단했던 「엘록」을 편집형 브랜드로 재론칭할 계획입니다. 올 초 오픈한 쇼핑몰에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고 「서스데이아일랜드」를 토대로 익스텐션 브랜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TI포맨」이 정식으로 중국 진출에 나설 계획이고 국내외 브랜드의 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의 현재 목표는 ‘패션 기업 경영인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만드는 사람들의 감성과 기업 문화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패션 기업은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지엔코는 포텐셜이랄까요? 성장 잠재력이 굉장히 큰 회사입니다. 구성원들이 브랜드에 갖는 애착은 그 어떤 브랜드에 비해도 뒤지지 않고 재무 건전성도 탄탄합니다. 지난 3년간 MD와 관리 부서 직원들은 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원가를 절약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에 철저하게 훈련했습니다. 실제 「서스데이아일랜드」는 현재 MD 2명이서 물량을 운용하는데도 영업이익률이 16%에 달할 정도니까요. 제가 갖고 있는 장점을 패션 기업 경영에 접목한다면 패션 비즈니스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사장은 패션업이야말로 강소(强小) 기업이 나와야만 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매출 규모를 떠나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면 지속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제가 경험이 없다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더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고정관념이 없으니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지요. 지엔코는 패션 강소 기업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일단 이번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를 보장 받았으니 앞으로 3년 동안은 죽기살기로 전력투구하면서 매달려 볼 작정입니다. 기대해주십시오.”
김정명 기자
kjm@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