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에 밧줄 장식 단다니까 다들 미쳤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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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애시드 펑크」 디자이너

2011-04-11 오후 3:28:59


“예? 후두염이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음성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후두염에 걸려서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온단다. 최근 2011 춘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이후 피로가 쌓여 ‘목이 갔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곧바로 다시 문자가 왔다. ‘제가 생각만큼 심한 환자는 아니에요. 괜찮으니 이따봐용.’


구두 디자이너 박소현은 참 털털하다. 구두 얘기만 나오면 꽤 진지한 눈빛으로 변한다. 「애시드 펑크」도 이런 그녀를 꼭 닮았다. 핑크, 보라, 진녹색 등 주로 강렬하고 센(?) 컬러를 사용해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애시드 펑크」의 구두는 박소현의 ‘펑키’하고 유쾌한 성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10㎝ 이하는 하이힐 축에도 못 낀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굽을 메모리폼으로 처리해 최대한 편안한 구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다운 면모도 갖고 있다.


작년 7월 론칭한 「애시드 펑크」는 아직 한 살도 안 된 파릇파릇한 신진 구두 브랜드다. 박소현 디자이너는 남들 보다는 조금 늦은 27살에 처음 구두 디자인을 시작했지만 뜨거운 열정을 가졌다. 구두를 하겠다고 마음 먹자마자 무작정 공장부터 찾아갔다고 하니 말이다. “수소문해서 유명 브랜드 하청 공장을 찾아갔는데 거기서 청소하고 커피 타면서 6개월을 버텼어요. 이론 공부하는 것 보다 그 때 직접 부딪히면서 몸으로 익힌 게 더 많은 도움이 됐어요. 힘들었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악착같이 해야겠다는 오기도 생겼죠.”


공장에서 기본기를 다진 박소현은 이후 조성경 디자이너 밑에서 잡화 팀장을 맡아 1년 넘게 동고동락했다. 홈쇼핑도 해보고 컬렉션 샘플도 만들면서 실전 경험을 쌓은 것이다.  
“조성경 선생님은 누가 봐도 안 어울릴 것 같은 컬러로 정말 멋진 조합을 만들어냈어요. 디자인적 측면에서 응용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죠. 가끔씩 주변에서 「애시드 펑크」 구두가 디자이너 조성경하고 느낌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어요. 참 많은 걸 배웠는데… 지금 제 모습을 보면 좋아하시겠죠?”


브랜드 론칭 2달만인 작년 9월 서울패션트레이드쇼에 참가해 일본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받았을 정도로 「애시드 펑크」는 놀라운 성장 가능성을 가졌다.


지난 3월 춘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해 과감한 프리젠테이션 쇼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키니를 입은 모델들이 굽 높은 「애시드 펑크」 구두를 신고 등장해 관객 시선을 압도한 것이다. 밧줄 장식이 돋보이는 구두에서 매듭 장식, 배색이 강조된 구두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또다른 재미거리다.
“의류 뿐만 아니라 잡화 컬렉션도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 전체적으로 통일감 있게 보이면서도 하나 하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와야 진짜 컬렉션이죠. 앞으로는 의류까지 함께 보여주는 토털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톤을 높여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꼭 해내고 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편집숍에 마구잡이로 입점하는 것 보다는 추구하는 방향이 같은 곳을 몇 군데만 골라 브랜드를 전개하고 싶다는 박소현 디자이너. 과연 다음 시즌에 「애시드 펑크」가 보여줄 구두는 또 어떤 과감한 모습일지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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