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휩쓴 日 패션가 다시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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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오후 3:26:13


3월 11일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 사태로 긴장에 빠졌던 패션 업계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쓰나미, 지진, 화산 폭발, 방사능 위협 등 연속적 악재로 하락했던 럭셔리 브랜드의 주가는 안정세로 돌아섰고 문을 닫았던 매장도 다시 오픈되고 있다.
이는 사건 발생 후 루이비통, 프라다, 까르띠에 등의 일본 내 경영진이 도쿄 매장 폐쇄 후 서둘러 일본을 떠난 것과 현저히 대비되는 현상이다.


혼돈 속 패션 브랜드 재무장
실제로 현재 루이비통, 구찌, 디올, 샤넬, Forever 21 등은 도쿄 매장 문을 다시 열었고 하이스트리트 업체 H&M은 오사카로 피신했던 직원들을 도쿄로 불러들이며 매장 재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대지진 사태 후 정적에 휩싸였던 오모테산도, 하라주크 거리에 쇼핑객들이 찾아들고 디올, 루이비통 매장이 문을 연 것과 달리 Forever 21, H&M 등의 플래그십 매장은 여전히 폐쇄 상태에 놓여있어 눈길을 끄는데 양측 모두 재 오픈 예정 계획에는 입을 열지않고 있다.
반면 레베카테일러, 이세이미야케 등 디자이너 브랜드는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로 뒤숭숭한 가운데도 꿋꿋하게 현재 매장 문을 열어 이채를 띠었다. 하라주쿠에 새로 문을 연 레베카테일러 매장은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하루 2시간 손님을 맞으며 매장과 카페, 콘서트홀, 전시관 등의 기능을 한 자리에 모은 긴자 지구의 이세이미야케 뉴 콘셉 매장은 지속적인 영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 시장을 바라보는 서구 패션계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할 정도이다.


럭셔리 브랜드 주가 다시 안정세로
글로벌 증권가 역시 서서히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대지진 직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에르메스, LVMH, 리쉬몽, 코치, 티파니 등은 다시 반등세를 보이며 비관적으로 예상되던 일본 마켓에 대한 시각이 낙관적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지진 발생 초기 LVMH, 에르메스의 주가는 3.5%, 2.3% 하락했고 코치 5.2%, 티파니 4.5% 각각 하락하며 글로벌 럭셔리 업계의 매출 하락이 우려되던 것과 비교하면 3주 만에 상황이 반전된 셈이다.
실제로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티파니와 코치의 주가는 각각 5%, 2% 상승세로 돌아섰고 폴로랄프로렌은 2%, 에르메스 4%, LVMH 3% 오르는 등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 3위를 자랑하는 럭셔리 마켓인 일본의 쓰나미 사태는 위협적인 초기의 불안감을 떨쳐낸 분위기다.
물론 주가 반등이 일본 마켓의 즉각적인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최악의 상태를 예상했던 업계의 우려가 다소 덜해지고 일본 국민들의 침착한 사태 반응으로 글로벌 럭셔리 소비 심리의 동반 하락 위협을 완화시켜 주었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럭셔리 브랜드는 쓰나미 이후 일본 경제의 흐름을 좀 지켜 볼 필요가 있어 일본 쓰나미 사태가 럭셔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일본 마켓에 대한 각 브랜드의 접촉과 의존도에 따라 개별화되는 경향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즉 일본 마켓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의 매출 하락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으로 일본에 55개 매장을 갖고 있고 전체 매출의 19%가 일본 시장이 기여하는 티파니나 코치, 에르메스 등의 브랜드가 LVMH, PPR 보다는 좀 더 사태의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 내 매장 165개 중 20개를 폐쇄한 코치의 일본 내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 티파니는 19% 정도로 일본 대지진 사태 여파가 유럽보다는 미국 럭셔리 브랜드에 치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 표정 관리
이런 와중에 티파니의 4/4분기 매출이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 대다수 매장의 문을 닫은 티파니는 4/4분기 매출의 급상승을 반기면서도 올해 상반기 예상 수익을 낮춰, 일본 마켓의 위축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코치는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지만 서유럽과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이 강건한 매출을 올리고 있어 당장이 기대 매출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당초 최악의 상황을 전망했던 애널리스트들 또한 일본 마켓이 위축되더라도 이머징 마켓이나 미국, 유럽 등이 이를 상쇄할 수 있어 극단적 매출 하락은 예상되지 않는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럭셔리 시장이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싱가포르, 한국 등 불황 없는 ‘매출’을 기록하는 시장이 버티고 있는 만큼 급속한 럭셔리 심리 위축은 오지 않는다는 진단에 글로벌 불황 후 다시 바짝 긴장했던 럭셔리 업계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는 모습이다.
실제로 증권 거래소에서 럭셔리 주가가 반등한 것은 럭셔리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드러낸 것으로서 임시로 문을 닫았던 도쿄 럭셔리 매장들이 하이스트리트 업계보다 먼저 재 오픈되고 있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젠 중국을 믿어봐?
어떤 면에서 이번 사태는 럭셔리 업계의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몇 년 간 럭셔리 업계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럭셔리 시장이 포화 상태를 보이면서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 지역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대지진 사태로 럭셔리 업계의 일본 의존도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
과거 럭셔리 브랜드의 노다지였던 일본이 로컬 브랜드와 스트리트 패션의 확대로 시장성이 낮아진데 이어 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누출까지 복잡다단한 난제가 부각되면서 성장 시장으로서 일본의 매력은 더욱 반감된 반면 타오르는 럭셔리 갈증을 소비로 풀고 있는 중국의 매력은 반대로 한층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산충의 럭셔리 열망으로 중국은 2020년 세계 최대의 럭셔리 소비국으로 성장이 기대되고 있어 럭셔리 업계의 중국 유통망 확대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홍콩과 마카오, 타이완을 포함한 중국 럭셔리 시장의 규모는 2009년 250억 달러로 글로벌 럭셔리 마켓의 10%에 달하고 해외 여행을 통한 럭셔리 구매까지 포함하면 15%로 늘어난다.
중국이 일본을 밀어내고 글로벌 럭셔리 시장 3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중국 마켓의 강한 소비력 때문이다. 나날이 늘고 있는 백만장자와 중산층의 증가와 저금보다는 ‘소비’를 즐기는 X 세대의 성향을 감안하면 2020년경 글로벌 럭셔리 시계, 자동차, 의류의 44%가 중국 마켓의 몫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분석은 중국이 구찌 전체 매출의 18%, 불가리 14%, 에르메스 11%를 담당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수입에서 평균 10~12%를 럭셔리 소비에 투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설득력이 높다.
일본의 대지진 사태가 럭셔리 업계의 중국 사랑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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