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업계도 日 쓰나미 앞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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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5 오후 4:32:45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과 방사능 누출 위기…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일본의 대지진 이후 상황이 럭셔리 패션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수만 명이 죽거나 실종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논한다는 것이 몰인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금융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던 럭셔리 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일본의 재난이 또 다른 암초로 작용하지 않을까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코치나 티파니는 일본 매장의 문을 닫거나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있고, 많은 업체들은 일본 내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잠정 유예할 것인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천재지변, 럭셔리 업계 발목 잡나?
주식 시장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일본의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럭셔리 제국 LVM H(모이헤네시루이비통)과 에르메스의 주가는 각각 3.5%, 2.3% 하락했다.


스위스 럭셔리 그룹 리쉬몽은 1.1%, 일본 의존성이 높은 코치의 주가는 5.2% , 티파니 4.5%, 폴로랄프로렌 3.1% 하락 등 투자자들 또한 일본 쓰나미가 럭셔리 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이 글로벌 럭셔리 매출의 11%를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인 만큼 재난 앞에 무너진 일본 경제 앞에 럭셔리 마켓의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것.
티파니는 일본에 55개 매장을 갖고 있고 전체 매출의 19%가 일본 시장에서 이뤄지지만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정체된 상태인데다가 쓰나미 여파로 현지 매출 하락은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마켓의 매출이 8.5% 증가, 올 한해 매출을 기대하고 있던 코치는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 내 매장 165개 중 20개를 폐쇄한 상태다. 코치는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페쇄한 매장들의 매출은 일본 내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어서 이번 사태가 큰 매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장담하기 힘은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금융 불안기에도 매출 파워를 과시,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의 자긍심을 세운 에르메스는 전체 매출의 1/5이 일본 마켓에서 이뤄지고 있어 일본의 지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확률이 높으며 전체 매출의 1/10이 일본 마켓 수익인 LVMH, 일본의 매출 기여도가 16% 정도인 PPR, 12% 등을 차지하고 있는 리쉬몽, 7% 정도의 매출이 이뤄지고 있는 버버리 등도 일본 지진 여파로 인한 수익 하락을 피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일본 마켓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올 한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곡선에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될 전망이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심리 위축
가장 큰 문제는 일본 현 상황이 글로벌 럭셔리 심리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럭셔리 업계는 일본을 둘러싼 충격과 공포가 글로벌 경기 침제로 이어지고, 럭셔리 마켓의 불황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과 근접한 아시아 시장은 물론 유럽과 미국 증시는 쓰나미와 지진이 강타한 일본 소식이 전해지며 급락을 피하지 못했고 일시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어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럭셔리 매출이 소비자의 ‘확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방사능 누출로 극단을 치닫는 일본의 사태는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LVMH, 브랜드 인수전 가속화
이런 가운데 주얼리 하우스 불가리 인수에 성공한 럭셔리 제국 LVMH가 지미추 인수 경쟁에 뛰어 들면서 주가가 2.05% 상승 눈길을 끈다.
1996년 창설된 지미추의 매각 예상가는 약 8억400만 달러로 지미추의 소유주 Tow erbrook Capital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고용, 브랜드 방향에 대한 전략적 리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식상장을 통한 자본 확충이나 브랜드 매각이 유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LVMH가 지미추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아 지미추 매각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미추의 창업자인 지미추가 은행가들을 고용, 지미추 브랜드를 매입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지만 막강한 자본과 치밀한 술수로 무장한 LVMH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LVMH의 인수 타깃으로 떠오른 버버리의 주가 또한 4.17%나 상승, 일본 대지진 사태에도 거침없는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버버리 역시 일본의 지진 쓰나미 사태 직후 -6% 주가 하락을 경험,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힘들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대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이 일본의 주요 럭셔리 지역이 아닌 만큼 전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일본 럭셔리 매출의 10-20%가 일본 국내가 아니라 외국 여행을 통한 구매라는 점 역시 이번 재해의 부정적 매출 파고를 약화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베르사체, 일본 재진입 미뤄질 듯
한편 글로벌 금융 불황기에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뒤 중국과 싱가포르 등지로 아시아 마켓의 중심지를 이전했던 베르사체도 일본 대지진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2009년 매출이 부진한 오사카, 도쿄, 치바 매장을 폐쇄하고 싱가포르 중국 등유망 시장 중심의 유통망 구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베르사체는 글로벌 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일본 시장 재진입을 계획했던 상태였다. CEO 지안지아코모페라리스의 지휘아래 패션 및 액세서리 중심의 브랜드 운영으로 수익을 되찾고 있는 베르사체는 철수 전까지 일본 시장과 30년 간 질긴 인연을 맺어왔다. 그런 만큼 매출이 되살아나고 사업이 안정을 찾은 지금, 다시금 일본 내 유통망 구축을 계획했던 것이다.


실제로 베르사체는 히로시사이토를 Versace, Japan의 CEO로 임명하며 일본 마켓 단장을 위한 깃발을 올린 상태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대지진과 쓰나미, 더욱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이 일본의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베르사체의 일본 유통망 재구축 추진 사업은 유예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중동의 불안과 일본의 악재
가장 큰 문제는 자연 재해로 된 일본 사태가 방사능 누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지고 이집트에서 시작된 시민운동이 리비아로, 요르단으로,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럭셔리 업계의 운신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일본 럭셔리 시장의 열기가 중국으로 옮겨졌다고는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럭셔리 소비 시장이고,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은 인도와 함께 럭셔리 브랜드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신규 매출처’로서 양 지역에서 연달아 벌어지고 있는 숨 가쁜 상황이 2011 운신 폭을 넓히려는 럭셔리 업계를 움츠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람은 살아남고,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은 다시 희망을 찾는다. 럭셔리 업계가 오랜 전통을 무기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살아남은 것처럼 말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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