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에 인수 합병되어 패션계를 놀라게 한 불가리. LVMH의 든든한 자금과 지원 아래 글로벌 유통망 확대의 기회를 선택한 것이지만 이탈리아 패션계는 LVMH의 품에 뛰어든 불가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불가리가 이탈리아의 패션 자존심을 ‘돈’에 넘겼다며 분개하며 패션 하우스를 잡아먹는 거대한 입, LVMH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20세기 말, 구찌와 펜디가 독립적인 이탈리아 브랜드로 남는 대신 프랑스 럭셔리 제국을 선택했듯 멀티 브랜드를 보유한 거대 기업의 유통망과 경영지원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럭셔리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단독 브랜드가 강한 조직력과 자금으로 밀어붙이는 럭셔리 제국과 공정한 대결을 펼치기 힘든 만큼 불가리를 비난하는 대신,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들이 힘을 합쳐 좀 더 강한 조직을 구성, 글로벌 마켓에 진군하는 방안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계가 이기심을 버리고 하나로 뭉쳐 더 큰 시장의 몫을 함께 얻어내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이탈리아 패션의 몫은 점점 작아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들이 20세기 말부터 위기를 외쳐오면서도 정작 자신이 차지한 ‘작은 몫’을 온전히 지키는데 정신이 팔려 이탈리아 전통이 LVMH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방조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 투자은행들이 프라다나 아르마니 등 패션하우스들에게 광고나 유통 등을 함께 진행하는 제안을 수 차례 했지만 결국 이기심 앞에 무너진 바 있다.
이처럼 ‘뭉치지 못하는 이탈리아 패션계’의 편협한 사고방식의 글로벌 불황기에 많은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파산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이자 불가리 가문이 LV MH의 우산 속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