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LVMH에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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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오후 6:20:47


럭셔리 제국 LVMH가 불가리를 인수한다. 지난 해 은밀한 지분 매입을 통해 에르메스의 적대적 인수 야심을 드러냈던 LVMH, 하지만 이번 불가리 인수 작업은 글로벌 유통망 확장을 원하는 불가리의 적극적 동참에 의해 이뤄진 win-win 전략의 결과로 의미를 더한다.


특히 LVMH가 불가리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0.4%를 확보, 대주주가 되는 대신 불가리 가문 또한 LVMH의 지분 3.5%를 확보해 LVMH 그룹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족 주주가 되어 단순한 ‘매각-인수’ 작업이 아니라 ‘사업 동반자’가 되는 우호적 모양새를 만든 것이 눈길을 끈다.


LVMH-불가리 윈-윈 전략
전문가들은 LVMH가 불가리 인수를 통해 리쉬몽, 스와치 등에게 밀려있던 럭셔리 주얼리 비즈니스에 상당한 탄력을 더하게 되는 만큼 인수 대금 52억 달러는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LVMH와 각을 세우며 럭셔리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리쉬몽, PPR 등도 불가리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패배함으로써 럭셔리 시장에서 LVMH의 파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VMH는 쇼메, 프레드주얼리 등 파인 쥬얼리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불가리가 라인업에 가세하면서 LVMH의 시계/주얼리 비즈니스는 LVMH 전체 매출의 10%, 운영 수익 6%까지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기존의 LVMH 시계/주얼리 매출의 2배에 달하는 수치.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LVMH가 기업 평가를 바탕으로 예상된 매각가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불가리를 인수한 것을 주시하면서 최근 럭셔리 시장이 ‘투자 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로 LVMH의 경쟁자인 리쉬몽도 인터넷 럭셔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넷어포터(Net-a-porter)를 인수할 당시 당초 예상했던 평가 가격보다 3배나 비싼 가격으로 인수한 바 있고 럭셔리 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사모펀드, 돈 많은 중국의 투자사와 리테일러 들이 럭셔리 매각/인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돈의 전쟁‘이 될 가능성도 있다.


52억 달러라는 금액은 매출을 기반으로 ’매각 시장‘에서 예상되는 버버리, 티파니 등의 기업 평가액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최근 럭셔리 시장이 ’인수 합병‘ 열병이 휩쓸었던 1990년대~2000년대 럭셔리 시장과 유사성이 있다는 지적도 귀 담아 둘 만하다.


그렇지만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브랜드를 인수할 경우, 지분을 갖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안심시켜 안정적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가격적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관례를 생각하면 인수 대금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니다’는 평가도 있다.


불가리, 비즈니스 스쿨과 연계
이런 와중에 불가리가 럭셔리 비즈니스와 MBA를 연계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밀라노에 위치한 비즈니스 스쿨 ‘보코니(Bocconi)’와 제휴, MBA 과정 학생들에게 불가리 비즈니스 코스를 전공할 기회를 제공, ‘학문으로서의 럭셔리 브랜드’ 혹은 ‘럭셔리 비즈니스 입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본격적인 럭셔리 MBA 과정으로 보기에는 2% 부족하지만 보코니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MBA 과정의 학생들 100명 중에서 약 20명 정도에게 럭셔리 비즈니스를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며 럭셔리 비즈니스 현장과 학문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불가리 MBA 코스’를 진행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요점이다.


즉 MBA 학생들 중 재정학이나 마케팅 대신 ‘불가리’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불가리 로마 본사에서 진행되는 3개월 과정의 수업과 글로벌 오피스 중 한 곳에서 두 달 동안 인컴퍼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럭셔리 비즈니스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는 미래의 전문가들에게 럭셔리 비즈니스의 ‘사업성과 전망’을 인식시켜 능력 있는 미래의 ‘럭셔리 경영인’들을 키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서, 서구 시장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중동, 동유럽 등 신흥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럭셔리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프로젝트다.


실제로 불가리와 제휴, MBA 과정에 럭셔리 사업 체험 과정을 개설한 보코니(Bocconi) 스쿨 측은 브랜드 경영과 유통, 소비 심리까지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는 럭셔리 사업은 유통에 관심있는 MBA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고, 학생들 또한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럭셔리 비즈니스의 성장성에 기대감을 표시하는 등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가리는 보코니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에게 럭셔리 비즈니스 체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금 지원 및 교수진과 의견 교환을 하는 등 럭셔리 현장과 학문의 시너지 현상을 유도할 계획이다.


마케팅 효과 아닌 ‘럭셔리 미래’ 키우기
그렇다면 불가리와 비즈니스 스쿨의 제휴가 럭셔리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까? 전문가들은 이번 작업이 ‘의미있는’ 시작임은 분명하지만 럭셔리 비즈니스 과정의 ‘충실성’ 즉,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마케팅을 노린 일시적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불가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럭셔리 비즈니스 사업을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럭셔리 비즈니스’ 과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럭셔리 비즈니스가 특별한 전문성을 노리는 미래의 경영인들-MBA 전공자-들에게 틈새 시장으로 인식되고, 능력있는 경영 전문가들을 럭셔리 업계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임은 분명하다.


럭셔리 브랜드와 비즈니스 스쿨의 제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파리의 ESSEC는 1995년부터 럭셔리 비즈니스 MBA 과정을 두고 버버리, 샤넬, 그룩 샴페인 등 많은 럭셔리 브랜드와 연결 고리를 만들고 있다. 1년 기간의 정규 럭셔리 MBA 과정은 패션/액세세리 /향수/코스메틱/호텔/부동산 등의 전공 과목으로 나뉘며 LVMH 및 기타 럭셔리 하우스들의 수장과 정기적인 대화 과정 및 럭셔리 패션 브랜드나 향수 브랜드를 론칭 하는 두 달 동안의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리용에 위치한 EMLYON 스쿨은 럭셔리 경영 /마케팅 MAB 과정이 설치되어 상하이, 스위스, 프랑스 등 럭셔리 마켓을 둘러볼 기회를 제공하는 등 럭셔리 업계와 학계의 제휴는 차근차근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불가리, 날개 달다
LVMH의 불가리 인수는 갈수록 경쟁이 가열되는 럭셔리 시장에서 홀로 움직이는 브랜드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LVMH와 리쉬몽, PPR 등 자본과 유통망, 치밀한 전문 경영 시스템으로 무장한 럭셔리 업체의 그늘 아래 들어가지 않으면 럭셔리 영토에서 버터나기 힘든 상황이 된 것. 따라서 이들 거대 제국에 비해 현저히 작은 자본과 유통망을 가진 패밀리 비즈니스 브랜드들은 든든한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럭셔리 제국의 우산 아래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에 그만큼 장점도 뒤따른다. 매출 부진과 글로벌 유통망이 취약한 불가리는 LVMH의 글로벌 유통망과 자본, 경영 지원을 받게 되어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LVMH는 럭셔리 주얼리 시장에서 영토 확장을 할 지원군을 얻었으니까. 패션계가 불가리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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