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구두 명가 에스콰이아가 회사명을 EFC(대표 조원익)로 바꿨다. 사명을 바꿈으로서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사명 뿐이 아니다. 이 회사는 올 초 제화BG와 컬렉션BG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브랜드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기획, 영업 등 기능 중심의 조직을 브랜드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EFC의 최근 변화는 지난해 연말 영입된 ‘김락기 전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아디다스」와 「컨버스」를 통해 ‘에너자이저’로 정평이 난 그는 이 회사에서 50년 에스콰이아의 전통은 살리면서 시장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김락기 전무는 “모든 변화의 출발은 ‘현장’이다. 현장에서 들리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바로 파악하고, 빠르게 피드백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현장 중심 경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내 커뮤니케이션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위에서부터 내려가는 일방적인 지시나 부서간 역할을 구분짓는 보수적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획, 영업, 물류 등 모든 부서가 자유롭게 얘기하고, 때론 특정 사안을 두고 서로 싸워야 한다. 치열한 투웨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갈 때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과 함께 김 전무가 중시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현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플래닝을 제대로 짰다면, 그 다음은 자신있게 내지르라는 것이다.
캐주얼&스니커즈 마켓은 미래성장 동력
EFC는 신규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캐주얼라이징이 사회적 트렌드인 만큼 캐주얼 브랜드와 패션 스니커즈에 대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시장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패션성과 기능성을 갖춘 컴포트 슈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스콰이아」와 「영에이지」 「미스미스터」 등 기존 대표 브랜드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고, 「젤플렉스」와 「내추럴라이저」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컴포트&캐주얼 슈즈 마켓은 고객들의 수요에 비해 다양성이 현저히 부족한 양상이다. 「젤플렉스」와 「내추럴라이저」가 각각 100억원대 외형으로 성장한 만큼 이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장 메아리 듣고 싶은 새벽형 본부장
김락기 전무는 아침 7시경 출근한다. 잠원동에서 성남까지 비교적 먼 출근길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새벽형’이다. 그렇지만 퇴근 시간도 만만치 않다. 평일에도 밤 11시~12시에 퇴근하는 그는 하루 15시간 이상 회사일에 매달리고 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팀장 회의를 시작해 초기에는 원성(?)도 있었지만, 3개월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김 전무는 캐주얼이 일상복이다. 폴로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가 출근복이다. 꽃샘추위가 몰려온 지난주에도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을 만큼 건강미를 과시하고 있다.
다소 보수적인 기업 이미지를 생각하면 파격이지만, 이 또한 직원들에게는 변화해야 한다는 신호로 보여지고 있다.
현장을 중심하는 김 전무의 행보는 주말에도 계속된다. 그는 토, 일요일이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 매장을 순회한다. 단순히 순회가 아닌 숍 매니저와 ‘얘기’하기 위해 방문한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를 듣고 싶었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인사하거나 말문을 닫았지만, 자주 보고 얘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메아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의 얘기가 아닌 서로의 주장이 오고가고 이것이 반영될 때 현장에서는 힘을 얻게 된다.”
김 전무는 변화를 위해서는 때론 과감한 결정도 서슴치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전국 매장에서 근무하는 40여명의 지점장을 전격 교체했다. 능력있는 사람에게는 보다 많은 기회를 줌으로써 조직은 성장할 수 있지만, 이를 가로막고 있는 사람은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전체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EFC의 변화는 지금부터 ‘기업문화’ 바뀔 것
EFC는 지난 2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오너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화, 브랜드 중심으로 조직 재편성, 인적 쇄신과 외부 전문가 영입 등 전방위 측면에서 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김 전무는 EFC의 진짜 변화는 지금부터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적인 변화였다면, 지금부터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특히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패션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바꿔야 하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구성원들의 마인드 변화에서부터 시작된 새로운 기업문화가 만들어 질 때 크리에이티브도 나오고, 미래 성장 모델도 나올 수 있다.”
김락기 전무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EFC의 새로운 도전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