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테리블 존갈리아노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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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오후 3:55:04



이보다 더 극적인 퇴장이 있을까? 지난 15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디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존 갈리아노가 디올에서 쫓겨났다. 드라마틱한 런웨이 마지막에 ‘가장 드라마틱한 페르소나’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두려움 없는 패션 인생을 살아왔던 존 갈리아노를 무너뜨린 것은 경영진과의 알력도, 매출 부진도 아닌, 작은 카페에서 벌어진 폭언과 거짓말, 비디오가 뒤엉킨 소동이 원인이었다.

디올, 반유대적 폭언 퍼부은 갈리아노 해고
사건의 배경은 패션 피플들과 게이들이 몰려드는 파리의 명소 La Perle 카페. 주인공은 존 갈리아노와 남녀 커플. 사건의 시작은 존 갈리아노를 알아본 남녀가 저속한 말로 그를 자극했고 만취 상태였던 존 갈리아노가 폭언으로 응수, 접전을 벌인 끝에 경찰서에 연행되면서 긴장이 고조된다.

이후 갈리아노와 말다툼을 벌인 커플이 라디오 방송에 등장, 존 갈리아노가 반유대적 폭언을 했다면서 소송을 걸겠다고 말하고 머레이 경찰서에 구금되었다 풀려나온 존 갈리아노가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며 명예 훼손으로 맞고소를 진행하면서 가속화되었다.

파리패션 주간을 코앞에 두고 발생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디올 측이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갈리아노를 정직시킨 데 이어 히틀러를 찬양하는 존 갈리아노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곧바로 그를 해고하면서 존 갈리아노는 결국 무너지고 만다. (타블로이드 신문 The Sun이 입수한 비디오에는 갈리아노가 ‘히틀러를 사랑한다’ ‘당신 같은 인간들은 다 가스실에서 죽어야 돼‘ 등 섬뜩한 언사를 쏟아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몇 달 전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동영상은 유대인에 대한 존 갈리아노의 반감이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음을 입증한다. 프랑스에서는 인종 차별적 언사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고 반유대적 표현도 당연히 죄가 된다.)

숨 가쁘게 진행된 존 갈리아노의 몰락은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에게 반유대적 폭언을 퍼부었다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은 영화 배우 멜깁슨과 오버랩 된다. 실제로 히틀러를 찬양하는 존 갈리아노의 영상이 공개되자 오스카 상 레드카펫에 등장한 여배우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디올’ 가운을 선택하지 않았고 유대계 여배우로 Miss Dior Cherie 향수 광고에 등장한 나탈리포트만은 ‘역겹고 화가 난다’며 공개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디올의 CEO 시드나톨레다노가 즉각적으로 그를 해고한 것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디올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디올 측은 사건 초반부터 반유대적, 인종 차별적 발언은 패션하우스 디올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존 갈리아노와 디올의 연계성을 떨치려 애써왔다.)

존 갈리아노가 언론 노출은 피한 채 은둔한 채 자신의 발언에 대한 변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고 버틴 점이 해고를 재촉했다는 분석도 있다.

파리경찰서에 출석, 사건 발생 시 바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 조사를 받은 갈리아노는 무혐의 처리되었지만 그의 언사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 전화가 디올에 쏟아졌고 사태 악화를 우려한 디올 측이 즉각 해고 조치에 나선 것이다.

존 갈리아노는 결국 변호사를 통해 상대가 그를 모욕하고 의자로 때리려 했기 때문에 반격하다 실언을 했다며 때늦은 사과를 했지만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디올, 발 빠른 대처로 이미지 손상 적어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건 이후 디올의 주가가 4%나 상승되었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15년간 장기 집권했던 존 갈리아노가 떠나면서 디올에 변화가 기대된다는 점이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패션계에서는 벌써 존 갈리아노의 후임자로 여러 디자이너의 이름을 언급되고 있고 하이더애커만, 앨버앨바즈, 리카로도티시 등이 유력하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유통가 분위기 또한 디올에 우호적이다. 삭스피브스애버뉴 관계자는 디올의 발빠른, 현명한 대처로 디올의 브랜드 이미지 손상은 우려되지 않는다면서 디올의 변화를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펑키한 패션가의 앙팡테리블에서 디올을 수익성 높은 패션하우스로 이끌어낸 능력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추앙받던 존 갈리아노가 떠나도 디올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에디터와 셀러브리티들, 디올 연계 꺼려
문제는 이번 사건이 파리패션 주간에 펼쳐지는 디올 런웨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런웨이 프론트에 누가 초대되고, 누가 자리했는지가 해당 브랜드의 영향력을 알리는 바로미터가 된 지금 유명 에디터들과 셀러브리티, 할리우드 스타들이 디올 쇼를 ‘포기’하고 이런 움직임이 버이어와 리테일러들의 주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패션지 관계자는 존 갈리아노의 반유대적 폭언이 만천하에 공개된 지금 그와 친분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면서 이미지로 먹고사는 셀러브리티들도 당분간 디올과 연계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라거펠트는 이번 사건이 ‘끔찍하고 무서운’, 분노를 숨길 수 없는 일이라며 존 갈리아노의 발언이 패션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1996년 디올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영입된 존 갈리아노는 수익을 중시하는 LVM H의 정책과 부합되는 ‘팔리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디올의 인지도 및 수익 상승의 견인추로 활약했다.

특히 언론을 끌어 모으는 드라마틱한 행동과 논란을 즐기는 컬렉션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마케터적인 면모를 읽게 하며 디올의 장기 집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자리하게 만든 힘이 되었다. 마치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러하듯 비평가들의 비판과 논란이 디올을 ‘매력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어 준 것이다.

수익 상승의 압력? 혹은 실패  마케팅?
일각에서는 크리에이티비티와 수익 상승의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압력이 존 갈리아노를 예민하게 만들었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표출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디올의 장기 집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그 자신을 스타성 높은 ‘디자이너이자 셀러브리티’로 자리하게 했지만 디올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치열한 패션계의 경쟁에서 카메라의 관심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그를 폭력적으로 만들었다는 관점이다.

반면 존 갈리아노의 반유대적 언사는 논란을 통해 성공해왔던 존 갈리아노의 의도적인 발언으로 결과가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일 뿐, 파리패션 주간에 앞서 언론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터닝 포인트에 선 존 갈리아노
속내야 어떻든 존 갈리아노는 더 이상 그의 불 같은 성질과 드라마틱한 감정의 기복을 ‘크리에이티비티의 원천’으로 미화시켜 줄 언론과 든든한 지원군-디올-을 잃게 되면서 패션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하다.

드라마틱한 디자인 창의성과 뛰어난 쇼맨쉽을 갖춘 존 갈리아노의 퇴출을 바라보는 패션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패션계지만 존  갈리아노나 갈라거펠트만큼 영향력을 갖춘 디자이너를 찾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가 디자인 외적인 요소로 밀려나는 상황이 거듭되면서 화려하지만 잔인한 패션계의 속성을 다시금 절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알렉산더맥퀸을 잃은 영국 패션계는 존 갈리아노의 급작스런 퇴출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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