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수 신성통상 부사장
신성통상(회장 염태순)의 내수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대표 브랜드인 「지오지아」를 비롯 「올젠」 「유니온베이」 등 3개 브랜드에서 지난해 110억원의 순익을 내는 등 확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신규 사업에 대한 아픔도 있었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내공이 쌓였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평가다. 올 들어서도 순탄하다. 지난 2월까지 모두 3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30% 이상 신장했다.
‘워크홀릭’은 인정, 그러나 노련한 ‘어드바이저’
신성통상 내수사업은 이춘수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신성통상이 첫 직장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09년 친정에 복귀한 후 종횡무진으로 사업부를 진두지휘한 덕분에 ‘만성적자 해소’와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부 기준으로 봤을 때 신성통상 정도의 기업이면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대부분 직원들이 나름대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무작정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과거의 타성에 젖어, 예전 방식대로 한다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휴일도 없이 ‘워크홀릭’으로 소문난 이 부사장은 본인 철저히 ‘어드바이저’라고 말한다. 전체적인 업무 흐름에서 막힌 부분을 뚫어주거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것을 해결해 주기만 해도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품 기획을 할 때도 먼저 지난 시즌과 경쟁사, 전체적인 시장흐름에 대한 철저한 분석부터 하게 한다. 분석에 따른 체계적인 데이터가 나온 이후에는 1, 2개월 앞서 조기기획에 들어가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한 배팅도 불사한다.
패션은 과학적 분석과 배팅의 조화
“사실 패션사업은 시즌별 트렌드가 있고, 물량 수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학적 분석과 과감한 배팅이란 서로 상반된 논리를 믹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무자와 관리자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더욱이 오너가 아닌 관리자 입장에선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이 부사장의 과감한 배팅은 친정 복귀 초기부터 이미 예견됐다. 2009년 「유니온베이」를 처음 맡아 대리점주 간담회를 열었는데, 당시 103개점 가운데 27개점만이 참석했다. 그만큼 본사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부사장은 과감한 배팅을 선택했다. 그 해 추동 물량을 30% 늘린 그는 점주들에게 무조건 따라올 것을 주문했다. 따라오는 점주에겐 풍족한 물량을, 그렇지 않으면 정리했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되 ‘동참하면 돈을 번다’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점주들은 수익이 나지 않으면 본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장사하기 좋아야 한다. 점주들이 의욕을 가지고, 먼저 팔을 걷어붙여야만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 역할
이춘수 부사장은 패션기업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신성에 다시 돌아올 때 혈혈단신으로 들어왔다. 신규 사업을 위해 몇몇 직원을 채용하기도 했지만, 기존 사업부에서는 교체하지는 않았다. 기존 직원들의 능력과 소양을 믿었기 때문에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직원과 회사는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리더의 역할은 직원들이 자기 일을 제대로, 제 때 소신있게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분야별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무에 대한 깊이있는 파악이 선행되야 한다. 막연한 지시나 책임만 따져서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바둑에서 냉철한 분석력, 등산으로 건강관리
이 부사장은 바둑과 등산을 즐긴다. 아마 5단의 수준이 말해주듯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승부사 기질을 가졌다. 게임이 끝난 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를 해주며 풀이도 해 줄 만큼 분석적이다.
“바둑은 내 것 뿐이 아닌 상대방 수도 잘 읽어야 한다. 그만큼 논리적이어야 하고, 때론 과감한 승부수도 던져야 한다. 등산은 처음에는 오기로 달려들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 탓에 남들보다 열심히 올라갔고, 험악한 산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 부사장은 요즘도 저녁 10시 이전에 퇴근하면 어김없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근처 올림픽공원을 걷는다. 또 휴일엔 서울 인근 산을 즐겨 찾는다. ‘다람쥐’란 별명이 따라 붙을 만큼 등산에는 웬만큼 자신있다고 한다.
“처음엔 산을 이해할 수준만큼은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지금은 한 번 마음 먹으면 반드시 한다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모든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춘수 부사장은 54세인 올해가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말한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3개 브랜드 모두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각각의 시장에서 파워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미얀마에 설립한 내수 전용 공장과 볼륨화된 내수 브랜드 사업을 제대로 접목한다면, 미래 성장가치는 매우 높다라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신성통상의 미래 비전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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