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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업계의 은밀한 ‘쩐의 전쟁’

2011-02-11 오후 2:43:07



지난해 말 패션계를 놀라게 했던 LVMH의 은밀한 에르메스 지분 인수 작업, 그리고 더 많은 주식을 LVMH의 손에 넘기지 않기 위해 홀딩컴퍼니를 구성하며 필사적 대항에 나선 뒤마스 가문. 프랑스 증권거래소와 금융시장감독원(AMF), 소액주주보호협회(ADAM), 언론이 뒤얽혀 드라마틱한 전개를 펼쳤던 양측의 대결은 지분 매각을 막기 위한 에르메스의 홀딩컴퍼니 구성이 합법으로 판명되면서 일단 에르메스가 시간을 번 상태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집요하게’ 이루어지는 LVMH의 적대적 에르메스 인수 작전이 중지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에르메스 지분 14.2%를 매입, 보유 지분율을 17.1%로 늘리며 적대적 인수 논란을 불러일으킨 뒤에도 LVMH의 수장 베르나르아르노는 ‘에르메스 인수나 경영권 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우아한 발언을 하면서 뒤로는 에르메스 지분 보유율을 20.2%로 끌어 올린 바 있다.

수익성 높은 브랜드를 둘러싼 암투
문제는 에르메스의 지분 73.1%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뒤마스 가문이 홀딩컴퍼니를 구축, LVMH의 적대적 인수에 맞서려는 전략이 소액 주주자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행동이라며 ADAM(프랑스 소액주주보호협회)에서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70여 명의 가족 주주들이 각자 보유한 지분 50%를 투자, 지주 회사를 설립 LVMH와 가족주주의 개별 접촉 및 지분 매각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한 기업의 주식 3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나머지 지분 거래에 응해야 한다는 프랑스 법이 존재하는 한 ADF가 지주회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지금도 여전히 법적 불씨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단은 자세를 낮춘 LVMH과 ADAM의 법적 행동을 지켜보면서 추가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LVMH와 에르메스의 적대적 인수 공격-방어전은 지루하고 집요한 물밑 전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20세기 말, 럭셔리 업계에 수익성과 상업성의 논리를 도입, 공격적 브랜드 인수전의 시발점을 알렸던 LVMH가 오랜 전통과 울트라 럭셔리의 가치, 그리고 탄탄한 매출을 과시하고 있는 에르메스의 상품성을 그냥 보아 넘길 리가 없기 때문이다.

버버리 인수 노리는 PPR·LVMH
이런 와중에 버버리가 럭셔리 제국의 인수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금융권과 패션계에 떠돌고 있는 소문에 의한 글로벌 불황에도 강한 매출을 유지, 뛰어난 상품성을 입증한 버버리가 최고가를 받을 수 있는 지금을 매각 적기로 판단하고 있고 LVMH과 PPR이 버버리 인수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런던의 애널리스트들은 LVMH (모에헤네시루이비통)는 버버리가 ‘매력적인 인수 타깃’이라 언급하고, 패션 중심의 브랜드 포토폴리오를 짜고 있는 PPR 역시 시장성 높은 버버리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럭셔리 양대 제국과 버버리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PPR은 버버리의 시장 가치가 60억 달러를 쉽게 커버할 수 있는 유동자본 90억 달러를 확보하고 있어 버버리 인수에 보다 유리한 상태이다.

PPR은 구찌, 보테가베네타, 입셍로랑, 알렉산더맥퀸, 발렌시아가, 세르지오롯시, 부세른, 스텔라매카트니 등의 실제 소유주로 1990년대 말 LVMH의 적대적 구찌 인수 계획을 무력화시킨 전력이 있다. 따라서 PPR과 LVMH간에 경쟁적 버버리 인수전이 펼친다면 패션계는 21세기 최대의 ‘라이벌 전’을 지켜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PPR은 버버리의 성향이 산하 럭셔리 브랜드 포토폴리오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를 부인했고 브랜드 전문가들 또한 구찌그룹 산하 브랜드와 버버리의 타깃이 겹치는 면이 있는 만큼 PPR의 버버리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PPR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구찌가 버버리 런웨이 라인업에 오른 모델들-프레야베야, 릴리도날슨-등을 의도적으로 밀라노로 데려가는 ‘심술’을 부린 것으로 알려져 PPR이 버버리 인수 야심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LVMH의 경우 지난 2000년 버버리 인수를 꾀한 바 있고 기업 사냥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망한 브랜드 인수에 공격적 입장을 취해와 버버리 인수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나 LVMH의 산하 브랜드 포토폴리오와 버버리의 성향이 맞지 않고, 적대적 에르메스 인수 전략을 펼쳐 패션계의 시선이 집중된 지금 버버리 인수까지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버버리 - 중국·중동 자본 눈독 들여
그렇다면 정작 버버리는 어떤 입장일까? 페이스북 이용자들로부터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꼽히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타킷을 포섭하는 융통적 브랜드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버버리는 글로벌 금융 불황기에도 두 자리 숫자의 성장을 이뤄낼 정도로 내실 있는 럭셔리 브랜드 꼽힌다.

최근에는 중국 라이선스를 인수, 중국 내 유통망을 직접 관할하기 위한 걸음을 내디뎠고 지난해 12월에는 인도 뉴델리에 5번째 매장을 오픈하는 등 중국과 인도 등 성장력 높은 이머징 마켓에 유통망 확장 전까지 펼치고 있다.

소매 유통망 중심의 현명한 투자와 모든 라인의 제품을 한 매장에 비치, 구매를 촉진시키는 원스토어 콘셉 전략, 세르비아, 이집트, 이스라일 등지에 럭셔리 브랜드 최초로 모노 브랜드 매장을 오픈하는 과감한 결단력으로 승부수를 일궈낸 버버리는 런웨이 무대를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달, 온라인을 소비자와 직접 유통 창구로 활용하는 테크놀로지 친화적 모습에서도 한 발 앞서고 있다. 특히 버버리는 중국에서 하청으로 제조하는 제품에 거부감을 보이는 럭셔리 소비자들조차도 ‘Burberry, Made in China'를 용납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융통적 브랜드 포지셔닝을 갖고 있어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꼽힌다.

버버리 또한 강력한 매출과 주식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받고 있는 지금이 가장 유리한 매각 시기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PPR과 LVMAH, 혹은 제 3자 사모펀드의 인수설을 유발시킨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중동 투자 펀드가 올해 안에 버버리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글로벌 패션계에 큰 손으로 떠오른 중동과 중국 자본의 힘이 다시금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버버리의 소매 유통망 절반 이상이 지난 2년 동안 문을 연 것이며 모두 이머징 마켓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중국이나 중동 자본의 관심을 유발시키는 요소다.

또한 버버리의 가격 경쟁력이나 브랜드 포지셔닝을 생각하면 성장성 높은 이머징 마켓에 버버리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버버리의 라이벌은 루이비통이나 프라다가 아니라 엠포리오, 아르마니, 미우미우, 져스트까발리, D&G 등으로 엠포리오아르마니, 미우미우를 제외하고는 버버리의 매출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럭셔리 구매에 한창 재미가 들린 이머징 마켓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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