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가 지갑을 여니 패션계의 투자도 는다. 글로벌 불황기에 움추렸던 럭셔리 업계가 럭셔리 소비 심리 회복으로 신규 매장 확대 및 테크놀로지 투자에 지갑을 풀어놓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 불황기에 가장 많이 위축되었던 남성 하이엔드 브랜드조차 조심스런 행보를 멈추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2011년 하이엔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하이엔드 패션계, 공격적 확장세 실제로 소비 심리 위축과 저가 중국 상품의 글로벌 시장 포화로 위기감을 드러냈던 이탈리아 패션하우스(에르메네질도제냐, 로베르토까발리, 살바토레페라가모 등)들은 럭셔리 수요 증가로 자신감을 회복, 제나의 경우 올 한해 투자비용을 전년대비 50% 늘렸고 페라가모도 20% 투자를 증강시켜 소비 훈풍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계획.
에르메네질도제냐 관계자는 “우호적 시장 전환이 이뤄진 지금이 성장 촉진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올 한 해 공격적 투자가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다.
또한 올 한 해 럭셔리 수요가 11%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럭셔리 그룹 피낭시에리쉬몽는 소매 유통망을 확대, 소비력 강한 아시아와 미국, 그리고 회복세를 보이는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할 의지를 드러냈고 페라가모는 중국에 추가 매장을 다수 오픈하고 이탈리아와 유럽 매장을 재단장할 계획이다.
올 한해 15개 신규 매장 오픈 계획을 밝힌 로베르토까발리는 이중 50%를 직영 매장으로 진행, 글로벌 금융 불황기에 절감한 도매 유통망의 취약성을 보강할 예정이다.
지역 시장의 특성에 맞춘 공략
중국에서 성공한 남성의 상징으로 자리한 에르메네질도제냐는 이번 밀라노 남성복 패션주간에 중국을 타깃으로 한 런웨이를 꾸며,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실제로 ‘In the Mood for China’라는 제목에서 엿보듯 모델들은 만리장성과 자금성 영상을 배경으로 모델들이 런웨이 워킹을 진행했고 제냐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 동영상이 생중계되었다.
특히 영화 ‘아바타’의 비주얼 컨설턴트로 활약한 제임스리마가 Live-D 무대 및 영상 작업을 진행 테크놀로지를 찬양하는 중국인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중국은 제냐의 전체 매출 중 25%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으로 올해 오픈 예정인 신규 매장 20여개 중 대다수가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의 여파가 가시지 않던 2009년, 까다로운 고급 원단과 불필요한 디테일을 줄인 디자인 및 아울렛 매장 오픈을 통해 2010년 상반기 수익전환을 이뤄낸 까발리그룹은 2010년 하반기에 직영 매장 및 도매 사업이 활기를 되찾아 수익 전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베르토까발리는 5월 중 도쿄에 첫 번째 단독 매장을, 9월이나 10월 중 중국 베이징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하는 한편 런던 슬로안 거리의 매장을 두 배로 확장,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하는 등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유통망 단장에 돌입한다.
리쉬몽, 아시아 시장을 믿어봐!
또한 까발리 2011 봄/여름 컬렉션이 호의적 반응을 얻으며 주문이 몰려들고 있어 올 한 해 매출 전망을 밝혔고 2011 가을/겨울 컬렉션에 대한 도매 주문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올 한 해 활발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로베르토까발리가 적극적 유통망 확장 및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시장의 활력에 탄력을 더하기 위한 것.
까르띠에, 피아제, 바움 & 메르시에 등 고급 주얼리/와치 브랜드와 끌로에를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 럭셔리 제국 프랑시에 리쉬몽은 아시아 시장의 폭풍 매출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매출이 3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월부터 11월까지 홍콩과 중국의 스위스 고가 시계 수입액은 38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스위스 시계 수출액의 1/4을 차지하며, 아시아 태평양 시장 매출이 57% 증가, 기대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프랑화 인상으로 스위스에 위치한 제조공장의 전체 마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최근 중국 증권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난 4/4분기 및 2011년 전체 매출에 그늘을 늘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리쉬몽 산하 시계 라인 중 가장 낮은 가격대의 Baume & Mercier을 보강, 좀 더 편한 가격대의 신규 제품은 올 4월 선보일 계획.
한편 지난해 온라인 패션 리테일러 넷어포터(Net-a-Porter.com)를 인수, 온라인 패션 리테일의 교두보를 마련한 리쉬몽은 넷어포터의 매출이 그룹 매출 향상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온라인 유통 통로로 확고한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넷어포터의 3/4분기 매출은 23% 증가했고 2011년 한해도 매출이 가속될 것으로 기대되어 리쉬몽의 온라인 패션시장 끌어안기가 현명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불안한 상황을 보이고 있지만 럭셔리 제품에 대한 수요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올 한해 중국 럭셔리 수요가 11%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유한 중국인들은 럭셔리 시계를 보통 4.4개 소유하고 있고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얼리 브랜드가 까르띠에라는 점 역시 중국시장에 대한 리쉬몽의 기대감을 더해준다.
럭셔리 소비자 다변화… 시장 활력 더해
럭셔리 소비층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럭셔리 업계의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전통적인 럭셔리 소비자가 럭셔리 소비능력이 충분한, 즉 ‘돈 좀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최근 럭셔리 시장은 ‘경제적 여력’이 아닌 ‘구매 욕구’로 자극되는 융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오기 럭셔리 소비의 68%를 차지했던 부유층의 소비가 38%로 줄어든 반면 ‘럭셔리를 열망하는 소비자’들은 70%로 증가, 럭셔리 시장이 ‘욕망’으로 지배되는 시장으로 변모했음을 알려준다.
‘럭셔리 열망’ 소비자들은 계획적이든, 충동적이든 고가의 럭셔리 제품을 지속 구매하는 소비층으로 현재 럭셔리 매출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성장력 높은 소비층이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금융 불황이후 새로운 럭셔리 소비층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20~30대의 젊은 연령층인 신규 소비층은 트렌드에 예민한 것이 특징으로, 향후 럭셔리 시장에 변덕스런 트렌드 바람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주목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욕망에 충실하며 변덕스러운 소비성향은 경제적 능력은 미약해도 ‘트렌드’를 중시하는 정보통들로서 이들을 어떻게 지속 소비층으로 포섭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젠 너무 당연한 럭셔리 브랜드
할리우드 파파라치나 각종 방송매체를 통해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친근해진 지금, 젊은층이 TV 드라마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당연한 존재’가 된 지금, 전통적인 럭셔리 소비층에 균열이 생기고 욕망과 변화로 무장된 신규 고객층이 틈새를 파고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위로는 경제력 풍부한 전통 고객층이 자리하고, 소비력과 경제력이 보완되는 중산층 ‘럭셔리 열망 고객’이 중간에서 밀어주고, 트렌드와 욕망에 충실한 젊은 고객들이 럭셔리 시장에 발을 딛게 되면서 2011년 럭셔리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훈풍이 불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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