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기술정보 등 선진국형 소프트웨어 지원정책 긴요
수출 위주 OEM 일변도 탈피 근접관리 시스템 갖춰야
3년 전부터 브랜드를 전개 중인 A사는 한 디자인에 40~50장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부분 서울 시내 소규모 봉제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한 장당 3만5000원(여성 재킷 기준)의 공임을 지불하고 있다. 3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인상된 공임이지만 그 가격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이 회사는 물량이 많은 편이어서 협상(?)이 쉬운 편이다.
20장 이하의 소량을 생산해야 하는 ‘초짜’들은 공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공장을 잡더라도 물량이 되는 오더가 들어오면 짧으면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생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기가 중요한 패션 상품이다 보니 이 제품은 고스란히 재고로 넘어가고, 악성 재고 누적은 이들 규모가 영세한 인디 디자이너들에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 한 바이어는 “판매가 잘 되는 아이템이 나오더라도 리피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안타깝다. 입점 브랜드에게 수시로 얘기하지만 생산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쉽지 않다. 내수 봉제산업을 활성화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수 봉제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봉제산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사양산업으로 간주돼 찬밥 신세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북한 등 해외 소싱 환경이 악화되고, 리드 타임이 짧아짐에 따라 지근 거리에 위치한 봉제산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자라」 「H&M」 등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SPA형 브랜드가 시장흐름을 주도함에 따라 국내 브랜드들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봉제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최근 셀렉트형 유통이 늘어나고,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인디 브랜드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봉제공장은 뜻밖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오더가 늘어나면서 무리한 관행도 늘어나고 있다. 공임 인상은 기본이고 납기 지연과 품질저하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봉제산업 활성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묘환 CMG 대표는 “국내 봉제산업은 90년대 중반 이후 내수 패션 브랜드의 볼륨화 정책과 그에 따른 가격경쟁력 위주 소싱정책에 밀려 외면 받았다. 매스(Mass) 지향의 결과 국내 패션은 매력이 떨어졌으며, 최근 SPA 브랜드나 인디 브랜드의 활황은 그에 반발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최근 국내 봉제산업 활황은 신선함과 인디 비주얼적 소비자 욕구에 따른 결과인 만큼 짧은 리드 타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근 거리 봉제산업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수출 주도형 OEM 방식이 아닌 내수 패션업체들이 근접해서 관리할 수 있는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수 봉제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5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봉제산업 활성화에 투자했다. 동대문, 중랑, 성동 등 3개 지역에 봉제지원센터를 건립해 운영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적인 지원보다는 시장 요구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하드웨어보다는 패션업체와 생산업체를 상호 소통하고 매니지먼트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패션기업이 자기관리 시스템을 갖추거나 몇몇 기업이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공동체를 만들고, 여기에서 소재정보 공급이나 봉제기술 지도 등 소프트웨어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발빠른 트렌드와 인디 비주얼적 구매 형태를 보이는 패션시장의 흐름에 따라 내수 봉제산업이 활황세로 접어든 만큼 패션업체와 생산업체, 정부와 지자체 등이 공동으로 노력해 국내 패션산업 경쟁력을 글로벌 스탠다드형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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