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 광고가 오히려 약이 된다?
가+
가-

2010-12-17 오후 1:07:11



남자들의 은밀한 상상을 표출한 네덜란드 패션 라벨 ‘수트서플라이’의 광고가 도발적 이미지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광고는 수트서플라이의 ‘2010 겨울 Shameless’ 컬렉션을 홍보하기 위해 촬영된 것으로 점잖은 수트 차림을 한 남성의 ‘결코 점잖지 못한 속마음’을 드러낸 시리즈 광고물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관점을 1차원적으로 전달한 이번 광고는 도발적인 광고가 넘쳐나는 패션 광고에 익숙한 사람에겐 다소 유치하고 장난스럽고, 뭔가 빠진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지만 ‘shameless’ 광고는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수트서플라이’의 타깃인 남성들은 이를 매우 에로틱하고 위트 넘치는 광고로 받아들인다니 애초 기대한 매출 유인 효과는 긍정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섹스와 폭력이 만날 때
사실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은 패션 광고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주제로 매 시즌 광고 게재가 중단되는 일은 빈번히 벌어진다.

일례로 도발적 광고와 인연이 깊은 캘빈클라인은 이번 시즌 철장 속에 갇힌 여성을 다수의 남성이 폭행하는 듯 한 광고를 내놓았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호주광고표준협회(AASB)의 옥외 광고 중단 명령을 받은 바 있다.

2007년 노동자 복장의 청년들이 바닥에 드러누운 여성을 강제로 폭행하는 듯한 광고 스틸로 인해 스페인과 영국에서 광고가 금지되고 많은 종교, 여성, 교육 단체들의 항의를 받았던 돌체&가바나의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성적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폭행과 연계시키는 즉 성 폭행에 노출된 여성의 불안한 표정과 폭력적인 남성의 표정이 강조된 상황적 광고가 주는 섬뜩한 불편함을 잘 알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캘빈클라인 광고는 그 폭력성과 ‘상황적 해석’의 가능성이 돌체&가바나의 광고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패션 광고의 성적 폭력성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다.

호주광고표준협회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광고 옹호자들에 대해 ‘보는 사람에게 폭력과 강간을 연성시키는 상황’을 제시한 것은 설사 그 상황이 ‘당사자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문제가 되며, 여성을 성적 놀이감으로 표현한 자체가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빌보드 광고 제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적 코드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호주 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줄리안무어가 누드로 등장한 불가리 핸드백 광고가 지나치게 여성의 상품화를 조장하는 할리우드적인 광고라면서 빌보드 광고를 금지시켜 완전히 웃을 입은 줄리안무어의 이미지가 재등장했고 데님 브랜드 디젤의 “Be Stupid” 광고는 도발성을 이유로 영국에서 포스터 및 빌보드 광고가 중단됐다.

“Be Stupid” 광고는 디젤의 전통이라 유머와 성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가 조합된 시리즈 광고로 섹스를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처럼 취급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즉 밝고 유머러스한 상황 속에 섹스 코드를 집어넣어 어린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영국광고표준위원회(ASA)의 광고 금지 사유다.

일각에서는 노골적인 이미지나 폭력적 행동이 포함되지 않은 디젤의 광고 금지는 지나친 편견이라고 반박했지만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듯 “섹스=유쾌한 장난”으로 인식시키는 상황 설정이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ASA의 입장이다. (디젤의 Be Stupid 광고는 ‘깐느 국제 광고 페스티벌’에서 옥외 광고 부문 사자상을 수상, ASA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포르노그라피․아동 성애까지
가장 큰 문제는 최근의 패션 광고가 성적 코드를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아동 성애, 심지어 약하고 아름다운 남성에 대한 성폭력까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상상력’으로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거리의 창녀와 귀부인의 경계를 허무는 도발적 관능미를 주도했던 구찌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포드는 음지에 있던 포르노그라피를 패션 광고에 자리하게 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다.

구찌의 골든보이 시절이던 2003년 여성 모델(카르멘카스)의 음모를 G로 다듬은 광고를 선보여 노골성과 뻔뻔함에 충격을 불러 일으켰던 톰포드는 2007년 포르노물에서 볼 법한 온갖 성행위 장면을 짜깁기한 듯한 ‘Tomford Eyewear’와 ‘Tomford for Men 향수’ 광고 시리즈를 통해 여성의 가슴과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드러내 성적 상상력이 그의 크리에이티비티의 전부라는 악평을 들은 바 있다. (톰포드의 G 쉐이빙 광고는 잡지들이 싣기를 거부하면서 4개 잡지에만 실렸다.)

톰포드는 최근 여성복 컬렉션 론칭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난 늘 포르노그라피를 즐겨보며, 포르노를 통해 끊임없는 도발성과 상상력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다”고 밝혀 그의 광고가 늘 포르노그라피를 연상시키는 지 유추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바 있다.

또한 그의 여성복 컬렉션 화보 작업을 맡은 사진 작가 테리리차드슨은 주변에 우유가 흥건히 묻은 퇴폐적이고 몽롱한 모습의 모델을 등장시킨 시슬리 광고를 통해 ‘가장 불편하고 지저분한 성적 상상력’을 노골화시켰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인물. (톰포드는 테리리차드슨에게 내년에 선보일 여성 컬렉션 광고 캠페인을 맡겼을 뿐 아니라 프렌치판 보그에서 그와 동성 키스 장면을 화보로 찍어 선정성과 논란을 즐기는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강간도 미화되는 패션계
2007년 여성에 대한 학대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남성에 대한 강한 남성의 성적 폭력을 다룬 돌체&가바나의 광고는 ‘예술적 상상력’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지 논란과 회의감을 심화시켰다.

특히 돌체&가바나는 Rape(강간)이나 Orgy(집단 성 행위)를 지속적인 광고 콘셉으로 활용하고 새디즘과 메조키즘을 일관되게 표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패션 광고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성폭력이 결국 ‘약한 대상에 대한 약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패션계가 ‘미적 상상력’으로 정당화시키는 광고가 사회 속의 약한 대상-여성과 게이, 그리고 아동에 대한 학대를 유발하고 공인하는 장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돌체&가바나로 상징되는 가학적 성적 광고가 내포하는 가장 큰 문제다.

이 같은 패션 광고의 가학성은 10대 소녀를 내세운 포르노그라피적 광고로 영국에서 광고 중단이 내려진 ‘아메리칸어패럴’의 관행에서도 잘 드러난다. 틴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노골적인 이미지를 차곡차곡 모아놓은 아메리칸어패럴의 광고는 브랜드의 타깃이 10대이고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 또한 10대라는 점에서 소아 성애를 유발시키는 광고의 의도가 걱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처럼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아무리 풀어도 풀리지 않는 패션계의 성적 집착층은 에로틱한 꿈이나 호기심이 광고 속에 ‘예술적으로 표현될 뿐’이라는 주장으로 이해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약자에 대한 성폭력 이미지마저 미화되는 최근의 경향은 ‘아름다움을 취한다는 명목 아래 아름다움을 ‘착취’하는 패션계의 모순을 읽게 하는 씁쓸함마저 준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