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제국 LVMH '에르메스'도 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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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5 오후 4:36:38



럭셔리 제국 LVMH가 에르메스의 지분 17.1%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패션가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20세기 말 수익을 중시하는 사업적 마인드와 유망 브랜드 인수를 통한 ‘브랜드 제국’의 시발점을 알린 LVMH는 가족 중심 운영에 만족해오던 럭셔리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유발한 주인공이다.

루이비통, 펜디, 지방시, 로에베, 디올, 마크제이콥스, 도나카란 등의 패션 브랜드와 드비어스,프레드, 쇼메 등 파인 주얼리, 태그호이어, 제니스 등 럭셔리 시계 라인과 세포라, DFS 등 면세점 체인, 그리고 모에샹동, 헤네시, 샤또뒤깸 등 와인 및 주류 브랜드 등 60여개의 고급 브랜드를 소유한, 명실공히 제 1의 럭셔리 제국이다.

이런 LVMH과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울트라 럭셔리의 상징이자 영원한 전설로 남아있는 버킨백과 켈리백의 대명사 에르메스의 지분을 차곡차곡 쌓아오고 있었다는 것은 패션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일이다.

영악한 LVMH, 파생상품 통해 지분 인수
LVMH는 Hermes International의 지분 17.1% 내역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르메스가 확보하고 있는 것은 150만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지분 중 14.2%에 해당한다.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등 파생 상품을 환산하면 2.9%의 추가 지분 인수와 동등한 만큼 에르메스의 총 지분 17.1%를 인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LVMH가 파생 상품을 통해 실제 주식 인수 가격을 시장가보다 낮은 한 주당 80 유로 5센트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영리한 사업 수단을 다시금 입증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마감한 에르메스의 주가는 한 주당 176 유로 20센트로 LVMH는 시가의 반값에 주식을 인수한 셈.).

문제는 LVMH가 에르메스의 주식을 17.1%나 인수할 동안 에르메스는 물론 시장에서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증권가는 물론 패션가에서 LVMH의 움직임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LVMH가 에르메스의 완전 인수나 지배력 확장을 노리기 위해 지분을 축척해온 것이 아니라며 재빨리 입막음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시장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LVMH의 수장 베르나르아르노는 뒤마 가족이 지휘하는 에르메스 이사진 자리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그저 에르메스의 발전을 위한 ‘주주의 역할만을 충실히’ 할 것임을 밝혀 에르메스에 대한 장기적 접근 전략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탐나고 품격있는’ 에르메스가 럭셔리 시장에서 LVMH 그룹의 차별성을 더욱 강화시킬 효과적 지렛대로 활약할 것으로 분석하며 베르나르아르노의 치밀한 전략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공격적인 브랜드 인수전을 펼쳐온 LVMAH는 PPR 그룹 (구찌, 입센로랑, 보테가베네타 등 보유), 리쉬몽 그룹(까르띠에, 피에제, 몽블랑 등 보유)과 경쟁을 일찌감치 따돌리며 수익 1위의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에르메스」 완전 인수 위한 사전 포석 일환
문제는 40~50명에 달하는 뒤마 가족이 에르메스의 지분 72% 정도를 소유하고 있어 뒤마 가족을 제외할 때 사실상 LVMH가 거의 유일한 대주주로 브랜드 운영 방식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에르메스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뒤마 가족 중 일부가 이탈, 그들의 지분을 LVMH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어 그 시기가 언제일 지가 달라질 뿐이며, 결국은 LVMH가 에르메스를 인수하게 될 것으로 성급히 진단하기도 한다.

현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르메스 측은 LVMH에게 일정 지분을 매각했다고 에르메스가 LVMH의 산하 브랜드가 된 것이 아니며 75%에 달하는 가족 지분을 충실히 유지할 것임을 밝혀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차단하고 나섰다. 또한 에르메스가 주식을 추가 발행, 기존의 주주들에게 매각해 적대적 인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인수 금액 너무 싸다” 당국 위법 수사
이런 와중에 LVMH의 에르메스 인수가가 시장가 대비 지나치게 싼값에 구입한 배경에 위법 혐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LVMH의 에르메스 지분 17.1% 인수에 대해 에르메스 내부 관계자들 조차 발표 직전에 알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시가보다 54%나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의혹이 깊어지고 있는 것.

증권가에서는 LVMH가 에르메스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밀하게, 다소 의문스런 방법으로 주식을 확보해 온 것으로 보고 지난 18개월간 한 번도 한 주당 80 유로 가격대로 거래되어 온 적이 없는 에르메스의 시가를 감안하면 LVMH의 지분 인수작업이 오랫동안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VMH가 최근이 아니라 오래 전 에르메스의 주가가 80 유로 근처였을 때 주가를 소량 매입한 뒤 매입 일자를 뒤로 미루는 옵션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주주 협회도 “공지 의무 어겼다” 거들어
AMF(프랑스 시장 규제 위원회)가 LVMH의 에르메스 주가 인수에 위법성이 없는지 확인에 나선 가운데 프랑스 소주주 협회 Adam은 LVMH가 은밀히 에르메스의 주식을 매입해 온 것은 위법성이 충분하다고 밝히고 나섰다.

Adam 관계자는 LVMH가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보했다면서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이를 시장에 알릴 의무가 있고, 10% 이상을 인수할 경우에는 시장에 이를 공고해야 하는데 에르메스의 주식을 17.1%나 확보한 LVMH가 그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던 것은 위법성이 농후하다며 공정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dam 측은 많은 투자자들이 공지 의무를 지키는 대신 옵션을 통해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LVMH의 경우도 이 같은 옵션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LVMH는 AMF에 에르메스의 전략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경영 및 이사진 선임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담은 서류를 제출, 의도적인 숨기기가 아니었음을 주장하고 나서 AMF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수치기 깜짝쇼’에 속수무책
럭셔리 브랜드 펀드 전문가들은 에르메스 인수를 노려온 LVMH가 경쟁자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으로 보면서, 위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이 LVMH의 탁월한 투자 전략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브랜드 이미지와 경영 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뛰어난 발전성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많은 업체의 타깃이 되어있는데 치밀한 전략에 따라 다량의 지분을 축척, 기선을 제압한 LVMH의 깜짝쇼는 놀랄만큼 영악했다는 것. 물론 적대적 지분 인수 작업이 결코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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