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 심장부에 한국 디자인 혼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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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디자이너

2010-10-14 오후 10:58:41



작년 말 세계적인 패션 명문 ‘세인트마틴’의 M.A 과정 졸업 작품 심사에 파이널까지 올랐을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 대부분 유색 인종에 대한 배려겠거니 생각했다.

지금까지 유색인종, 특히 동양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던 런던 패션계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끼워맞추기 식의 들러리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2월 컬렉션을 치르고 당당히 최고상인 헤롯상을 거머쥐자 그 주인공에게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로 디자이너 이정선이다.

이정선은 늦깎이 디자이너다. 영국으로 건너가기 전 국내에서는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잭앤질」 「코데즈컴바인」 등에서 모델리스트(패턴사)로 근무했다. 디자이너의 꿈을 갖고 의류학과에 진학했지만 피팅을 할 수 없으면 디자이너가 될 수 없는 현실에 마감하게 모델리스트로 전향했던 것이다.

영국을 오게 된 계기도 좀 더 높은 수준의 모델링을 배우기 위해 15주 과정의 패턴 코스를 이수한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이정선은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재발견하고 2년 과정의 정규 M.A에 도전했다. 들어가기도, 졸업하기도 쉽지 않다는 세인트마틴 M.A에서 이정선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그녀는 “사실 디자이너로 승부해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영국에 오지 않았는데 무엇인가에 이끌리는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순간 순간 최선을 다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세인트마틴’과 ‘헤롯백화점’이 인정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충분하다. 각종 패션지에 이정선의 작품이 실리기 시작했고 <보그>의 유력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가 ‘질 샌더의 뒤를 이을 미니멀리스트’라고 극찬하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영국 최고의 백화점으로 꼽히는 헤롯은 이정선의 옷을 바잉, 판매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녀는 “헤롯백화점에서 세계적인 명품 수준의 가격대로 옷을 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정선’의 이름을 포지셔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홍보 수단”이라며 “가격 결정을 비롯해 비주얼 촬영 등 세심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매니지먼트까지 헤롯백화점에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런던 패션 위크 뉴젠 부문 두 번째 참여인데 벌써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다. 몇몇 바이어들은 부스 구석 조그마한 액세서리까지 관심을 보이며 구매 상담을 한다.

이정선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옷을 팔지 못해 기본적인 생계와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 겪을 단계는 벗어난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이제 더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단계”라고 말했다.

그녀의 꿈에 대해 물었다. “사실 거창하게 무엇인가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옷, 내가 표현하고 싶은 디자인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입히고 싶은 것뿐이다.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다시 부상하면서 잠시 눈에 띄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미니멀을 제대로 표현하고 이정선만의 미니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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