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감성이 홈패션을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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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에서 침구, 커튼, 테이블웨어, 가구, 찻잔까지…

2010-09-18 오전 9:57:51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자이너 브랜드로 도배를 하는 것으로 부족한 당신이라면 디자이너 홈웨어로 집안 단장을 하면 디자이너 고갈증이 해소될 지 모르겠다. 21세기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창의적 디자인 감성으로 무장한, 현대의 마이다스 손 ‘패션 디자이너’가 홈웨어 시장을 화려하게 달구고 있으니까.

디자이너 홈웨어 시장 후끈
일찌감치 홈웨어 시장에 진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행보를 차곡차곡 다져온 랄프로렌은 물론 미소니, 베르사체, 아르마니, 다이앤폰퍼스텐버그, 심지어 대중과 거리감이 있는 듯한 마르탱마르지엘라까지 특유의 디자인 감성을 홈웨어 시장으로 진출할 정도로 패션 디자이너의 가치는 경계를 넘나든다. 벌써부터 패션 디자이너로 이름을 각인시킨 이들이 가구, 테이블웨어, 린넨 등 너무나 ‘현실적인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익성 창출’이 최고의 미덕으로 강조되던 지난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가속도를 타면서 멀티 태스커로서의 디자이너 면모를 더욱 강화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는데 그치지 않고 랄프로렌 침구에서 잠을 깬 후 베르사체 가운을 입고 아르마니까사 테이블 앞에 앉아 베라왕 찻잔에 차를 마시는, 디자이너를 보다 가까이 생활 속에 느끼며 사는 시대가 된 셈.

디자이너의 홈웨어 시장 진출은 해당 디자이너의 시그너처 컬러와 패턴, 창의적 디자인과 품격을 담아 ‘남과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차별성’을 더하는 장치로 매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2000년 아르마니까사를 통해 홈웨어 시장에 진출한 아르마니는 럭셔리하고 건축적이며 재치있는 가구와 홈웨어로 품격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고, 두바이에 들어선 그의 아르마니 호텔과 레지던스에도 아르마니까사가 단장되어 아르마니의 ‘디자인 제국’이 현실로 다가온다.

즉 디자이너 홈웨어 시장 진출은 트렌드로 자리한 디자이너 호텔 사업과 맞물 상호 보조하는 오묘한 시너지를 이루고 있으며 정통 어패럴 디자이너에서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로 진화하고 있는 현대 디자이너들의 보폭을 더욱 빠르게 하는 장치인 셈이다.

정통 홈웨어 시장은 붕괴 조짐
패션 디자이너의 색깔이 각자 다르듯이 패션 디자이너의 홈웨어도 선택 폭이 다양하다. 클래식한 미국식 상류층의 감성을 원한다면 랄프로렌이나 베라왕을, 화려한 글래머를 원한다면 베르사체를, 은은하고 복합적인 패턴을 즐긴다면 미소니를, 모던 시크를 원한다면 아르마니를,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분위기를 즐긴다면 마르탱마르지엘라를, 페미닌한 실용성을 원한다면 다이앤폰퍼스텐버그를, 빈티지하고 내추럴한 느낌을 원한다면 스웨덴 데님 업체 애크니(Acne)나 디젤의 홈웨어를 구입할 수 있으니까.

더구나 이미 홈웨어 시장에 진출한 디자이너(및 브랜드) 외에도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줄을 서고 있어 소비자들은 지갑 사정만 허락된다면 매우 즐거운 디자이너 쇼핑을 즐길 수 있다.(디젤은 2009년 홈웨어 시장에 진출했고 다이앤폰퍼스텐버그와 마르탱마르지엘라는 2011년 홈웨어 라인을 론칭할 예정이다.)

하지만 디자이너에게는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을 넓혀준 디자이너 홈웨어 마켓 붐은 정통 홈퍼니싱·홈웨어 전문 브랜드에게는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독특한 디자인 감성‘ 혹은 ’남다른 품격‘을 내세운 디자이너 가구와 홈웨어가 기대치만큼의 퀄리티를 제공하느냐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디자이너 가구가 감각적으로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실용적인 면이 부족하다며 패션과 가구의 결합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진출로 홈퍼니싱·홈웨어 시장에 ’디자인 크리이에이티비티‘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고, 디자이너 제품의 판매가 홈웨어 시장에 대한 관심과 매출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변화로 평가된다.

일례로 지난해 론칭된 디젤 가구라인-석세스풀리빙(Successful Living)의 소파, 의자, 커피 테이블 등은 미적 면에서나 매출 면에서 호평을 받았고, 지난 4월 밀라노 가구 박람회(Milan Furniture Fair)에서는 디젤 조명 라인이 론칭 된 바 있다.

소비자들은 디젤 특유의 젊고 엣지있고 이탈리안 특유의 분방함을 매력으로 꼽으며 특히 빈티지한 피니싱이나 스톤워싱한 린넨 등 감각적인 데님 브랜드로 갈고 닦은 감성이 가구에 반영되어 ’기존의 가구와 차별성‘이 즐겁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한 새로 론칭된 조명 라인은 펑키하고 실용적인 감성이 생활 공간의 조명 경계를 더욱 넓혔다는 평이다. (디젤의 가구 라인은 이탈리아 하이엔디 디자인 업체 모로소와 제휴로 이뤄지며 조명은 Foscarini와 손잡고 진행되어 품질과 미적 감성이 조화롭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디자이너 홈웨어 시장 창의성 넘쳐나
패션 디자이너 혹은 유명 브랜드의 홈웨어 유통망은 주로 백화점을 통해 진행되며 ‘소비자의 발길을 끌 이슈’를 찾는 대형 리테일러들에게 고마운 존재다. 이들은 디자이너 홈웨어 라인이 어패럴 라인을 통해 얻은 기존의 고객을 자연스레 유인, 매출 구축을 이뤄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 실제로 익숙한 디자이너의 이름이나 브랜드는 홈웨어 매장에 소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파리에서 첫 선을 보인 애크니의 가구 라인은 디자인 창고에서 찾아낸 클래식한 빈티지 플라워 프린트와 데님 아이템이 구비되어 있어 애크니 데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준다.

애크니의 가구 라인은 1910~20년대 네오클래시즘에 심취해있던 스웨덴 건축가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네오클래식’ 감성을 표방하고 있어 모던한 감성에 지친 ‘장엄한 옛 것’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주된 타깃으로 기능성을 중시하는 스웨덴 특유의 ‘실용적 감성’이 반영되어 있어 실질 생활 가구로도 효과적이라는 평.

(1996년 론칭된 이후 남녀 데님 및 아동 라인, 영화 및 장난감 부문에 진출, 창의성을 실험했던 애크니는 일반적 매체 광고 대신 일년에 두 번 자체 발행하는 잡지 Acne Paper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특이한 프로모션 관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만큼 노출이 심하지 않았던 애크니가 홈퍼니싱 라인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한층 친숙해진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기존의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을 확보, 시장 확대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긍정적 전략으로 이해된다.)

한편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즐겨 선보이는 마르탱마르지엘라는 각기 다른 스타일로 제작된 빈티지 소파 구루뻬(Groupe)와 화이트 캔버스로 둘러싼 커다란 소파 에마뉴엘(Emmanuelle) 등에서 보듯 단단한 사물과 패브릭이 만나 이뤄내는 묘한 에너지를 가구에 반영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2006년 론칭된 보테가베네타의 가구 라인은 웅장한 저택에서 찾아낸 것 같은 앤틱한 분위기가 품격을 더하며 보테가베네타 특유의 우븐 가죽 디테일링이 성공적인 매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선보인 코끼리 가죽 그레이 미니 소파와 여행 트렁크에서 영감을 얻은 금속 책상 등은 시크하면서 품위를 더해 문자 그대로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물론 이들 디자이너 가구는 명성에 어울리는 가격적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어 디자이너의 세력 확장 반경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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