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생물, 핵심 역량 집중하려 욕심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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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동의인터내셔널 사장

2010-09-18 오전 9:49:16

“중가 밸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글로벌 SPA 브랜드까지 대거 진입함에 따라 사업이 위축됐습니다.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유통 다각화를 통해 볼륨화 시켜야 하는데, 그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이철우 사장은 「머스트비」를 매각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 18년간 기업의 성장과 함께 한 모(母) 브랜드이기 때문에 각별했지만, 최근 유통환경에서는 매각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머스트비」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중가 캐릭터로 변신해 여성복 시장의 ‘밸류 마켓(value market)’을 개척했으며, 2~3년 전까지도 리딩 브랜드로서 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후발 브랜드의 잇따른 진출로 브랜드 숫자가 늘어나고 판매관리비 등 비용이 급증하면서 시장환경이 열악해짐에 따라 수익구조가 현저히 악화됐다. “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가치’는 줄 수 있었지만, 이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데, 우리 회사에서는 ‘볼륨 사업’을 펼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글로벌 소싱에 대한 노하우도, 유력 대리점주와 네트워크도 부족해 자칫 무리한 볼륨화는 기업의 존명까지 위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끝까지 잡고 싶은 욕심보다는 브랜드도 하나의 생물이므로 존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 먼저였습니다.” 이 사장은 이런 배경에서 ‘무리수를 쓰며 내가 가져가는 것’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기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을 택했다. 인수 대상업체를 선택할 때도 단순히 재고만을 탐내는 유통업자보다는 ‘브랜드’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았다고 한다. 향후 브랜드 사업에서도 이철우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다행히 「페이지플린」이 올해 450억원의 외형으로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색깔이 명확하고 확장성도 넓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이 브랜드에 투자를 집중할 것입니다.” 「페이지플린」은 9월 현재 백화점 48개점 등 75개 유통망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80개점, 내년 상반기까지 100개점으로 늘리는 등 단계적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8개점인 대리점을 30개점으로 확장하는 등 노면상권 영업도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국내 여성복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의 진입이 계속 증가해 환경은 그만큼 악화되겠지만,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한국적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한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무리한 볼륨화보다는 뿌리가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철우 사장은 앞으로 국내 패션사업은 유통전략에 대한 복안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인도 20여 년간 옷만 판매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지만, 이 보다 한 단계 확장된 개념의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욕구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브랜드에선 고정관념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과거 방식으로 상품을 기획해서는 소비자와 호흡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유통도 한 점포를 운영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측면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대 필요합니다.” 20여 년간 패션사업에 몸담으며 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던 이철우 사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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