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乙酉)년 닭의 해가 밝았다. ‘닭’은 예로부터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여겨졌다. 우렁찬 울음소리로 어둠이 끝났음을 알렸으며, 새벽이 밝아옴을 알렸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 그것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또 볏을 곤두세우고 상대에게 달려드는 모습에서는 강한 도전정신을 볼 수 있다. 잡식성이고 질병에도 강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잘 자라는 등 강한 생명력도 갖추고 있다.
상서로움과 신통력을 갖춘 ‘닭의 해’가 밝았지만 대부분 희망보다는 경기침체와 불황만 얘기한다. 덕담을 바쁘게 건네야 할 때지만 주말부터 시작될 새해 첫 세일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다. 반복된 세일에 지쳐 있고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답답하지만 정작 더욱 불안한 것은 ‘이러한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경기는 언제부터 회복되느냐?’는 것이다.
패션산업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산업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실제 경기가 침체되면서 패션시장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업들 또한 위축경영을 통해 생존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패션산업만큼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산업도 없다.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새로운 착장 트렌드를 만들어낸다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또 지불하는 가치에 비해 기대 이상의 제품을 내놓는다면 주저없이 구매하기도 한다.
그만큼 패션은 새로운 시장 흐름을 만드는 잠재력 있는 산업이다. 「콕스」는 베이직 일색이던 옷장을 빈티지 트렌드로 바꿔버렸으며, 「이엑스알」은 캐포츠 열풍으로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또 「베이직하우스」는 초저가를 바탕으로 4년 만에 2천억원대 대형 브랜드로 성장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는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졌지만 기대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새로운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패션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제전망에 대한 설문에서도 이러한 견해가 드러났다. 몇몇 경영자들은 올해도 경기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국내외 악재도 적지 않지만 호재와 악재의 기준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고 대답했다. 소비자의 욕구에 대한 관심이 있고 이를 만족시킬 자신감이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패션산업의 기반도 탄탄해졌다는 것이 이들 경영자들의 의견이었다
이제 새해는 시작됐다. 기반이 없는 무모한 도전은 시장질서만 흐려놓겠지만 체계적인 준비를 통한 새로운 도전은 필요하다. 어둠을 깨치고 새로운 새벽을 알리는 닭의 도전정신을 본받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올해는 「유니클로」 「H&M」 「자라」 등 해외 유력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적지 않은 위협이 예상되지만 싸움닭과 같은 근성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불황이라는 어둠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향해 질주해 나가는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정인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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