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연말인 12월 31일에는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2005년은 정말 좋았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말입니다.
올해는 2004년보다 더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총체적 난관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IMF라는 긴 터널을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고 슬기롭게 극복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습니다. 갑자기 한반도 남녘을 붉게 물들였던 2002년 ‘월드컵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그때 우리는 하나가 되어 누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감격과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한 붉은 악마의 모습에 외국인들은 한국 축구팀이 아닌 대한민국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지금처럼 지역갈등도 세대갈등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4강 신화를 통해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난해 패션계는 많이 어려웠습니다. 2003년에 이어 계속된 브랜드 부도와 중단 소식은 패션계를 주름지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귀에 익은 「페리엘리스」 「틸버리」 「쏘르젠떼」 「라디오가든」 「카운트다운」 「리」 등과 같은 브랜드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특히 수입 진 브랜드에 맞서 선전한 토종 브랜드 「닉스」의 부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장기불황으로 꽁꽁 닫혀진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올해도 그 지갑은 여전히 자물통일 것이라고 합니다. 한치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셈이죠.
지난해 수입 브랜드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최고치인 5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국내 어패럴 시장 규모를 22조로 추정했을 때, 수입시장이 그 46%인 10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수입 브랜드 도입의 변(辯)은 간단합니다.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리스크 부담이 큰 신규 내셔널 브랜드 런칭보다는 검증된 수입 브랜드를 라이선스나 직수입으로 들여오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이죠. 이 선두에 제일모직, 코오롱, 두산, 현대, 신세계 등 재벌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줍니다. 국내 패션 발전의 선구자에서 수입 패션 발전의 선구자로의 화려한 변신인가요? 백화점들도 수입 브랜드로 치장하는 럭셔리 콘셉트에 마음을 빼앗겨 모두들 갤러리아(?)가 되겠다고 난리들입니다. 물론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들어올 브랜드는 들어오고 우리 브랜드도 경쟁을 해야겠지요.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수입 브랜드가 모두 직진출할 경우, 국내 업계처럼 ‘닭 쫓던 개’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희망이 보이는 2005년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애스크」 「폴햄」 「숲」 「베이직하우스」 같은 토종 브랜드들이 불황 중 호황을 누렸습니다. 소비자가 변하고 시장이 변했다는 증거입니다. 한때 싸구려 브랜드라고 무시당하던 브랜드들이 주류로 부상한 것이며 이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매스밸류 마켓이라 불리는 ‘시즌리스 & 인익스펜시브 브랜드’들의 약진은 국내 중저가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판 「자라」와 「H&M」 같은 브랜드들이 한류를 타고 중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시장에 우뚝 설 날이 오리라 저는 믿습니다. 특히 이러한 시대 변화에 앞장 서는 이들이 바로 전문 패션 디렉터인 민복기, 김성민, 강덕남, 박재홍 같은 ‘젊은 피’라는 사실은 한국 패션의 미래를 더욱더 밝게 해줍니다.
이랜드의 ‘패션왕국에서 유통왕국으로의 변신’도 한국 패션의 희망을 보여줍니다. 이랜드가 만들어가는 ‘패션 전문 백화점식 할인점’은 한국 패션의 희망의 불씨입니다. 누군가 농담을 하더군요. 한국 패션계 최고의 성씨는 바로 박씨라고요. 이유는 김씨(킴스클럽)와 이씨(이랜드)를 모두 박씨(이랜드 박성수 회장)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불황은 또 다른 시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맥주 판매나 호프집 매출은 줄었지만 역으로 소주나 불닭집 매출은 올랐다고 합니다. 아웃도어가 호황을 보인 이유는 실직 후 갈 곳 없는 386, 사오정, 오륙도 들이 출근 대신 산으로들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불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바로 그 불황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수입 럭셔리와 여성복의 역신장, 매스밸류 마켓의 급성장에서 우리는 시대정신을 읽어야 합니다. 이제 6개월 전에 미리 트렌드를 제시하는 유행이니 트렌드니 하는 트릭은 점점 더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남녀 구분도 모호해지고, 계절의 구분도 모호해지는 요즘, 세계적으로 2주 만에 신상품을 선보이는 ‘패스트 패션’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패션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지불한 금액 이상의 가치를 원합니다. 6개월 동안 기다릴 만한 참을성도 없습니다. 패스트 푸드와 같은 ‘맥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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