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참 호기심도, 궁금한 것도 많다. 디자이너는 다양하게 보고 듣고 느껴야 된다는 생각에 파리 AICP를 졸업하고도 소녀마냥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다. 4,5개월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2006년 9월 이 곳 종로 거리 경복궁 서편 통의동을 발견하고 조용하고 아담한 동네 분위기에 반해 숍을 오픈했다. 비즈니스 마인드는 좀 부족한 셈이다.”
황혜정 「마누엘에기욤」 디자이너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의 숍이 자리잡은 통의동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유동 인구는 적지만 인근에 드문드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거의가 「마누엘에기욤」 마니아다. 최근에는 백화점 편집숍에도 입점해 찾아 오는 고객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누엘에기욤」은 프랑스어로 ‘마누엘과 기욤’이라는 의미. 브랜드 명이 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부러 어렵게 지었다. 매스하지 않은 나만의 감성을 브랜드에도 녹이고 싶었다. 따라하기 어려운 브랜드 명이지만 어려워서 더 각인되고 내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들에게는 이해하기 쉬운 브랜드 이고 싶었다”라며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을 드러냈다.
그녀는 한국에서 섬세한 디테일과 시크한 감각으로 유명한 임선옥 디자이너 밑에서 디자인 생황을 했다. 내 브랜드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사무실이라 할 것도 없는 공간을 마련해 옷을 만들었다. 그녀의 첫 상품들을 삼청동 LAMB에서 판매했다. 황 디자이너는 처음으로 자신의 옷이 팔렸을 때의 기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 시절엔 누군가 내 옷을 보고 입고 싶어하고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 자체가 기뻤고 의지에 불탔었다. 그래서 프랑스 행을 결정했는지도 모르겠다.”그녀는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패턴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밤낮을 가릴 것 없는 스파르타 커리큘럼을 눈에 불을 키고 소화해 내 모델리스트 과정을 졸업했다.
파리에서 얻은 것은 두가지. 「마누엘에기욤」의 브랜드 근간이 되는 프렌치 감성과 그녀 곁에 든든한 조력자, 남편 전진열 디자이너를 만난 것이다. 전진열 디자이너는 이상봉에 4년간 몸을 담았고 황 디자이너가 서울로 돌아와 브랜드를 론칭 할 때 도왔다. 아직 유통도 시장도 모르던 신진 디자이너 두 명은 영업 담당자를 쫓아가 유통을 묻고 발품을 팔아 생산처를 찾았다.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내공이 되었다.
프렌치 시크를 과감한 실루엣에 꾸튀르한 디테일을 더해 여러 가지 텍스쳐의 실크원단들로 풀어낸 원피스, 드레스류와 섬세한 테일러링이 가미된 재킷들, 깊이 파인 네크라인이 시크한 블라우스류 모두 파리를 닮아 있다.
그녀는 지난 6월부터 신세계 백화점 ‘픽앤추즈’, 롯데백화점 ‘브릿지11’, 현대백화점 ‘리비전F3’ 등 편집숍에서 「마누엘에기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픽앤추즈’ 매장에서는 한 행거를 운영해 2주만에 10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더 욕심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 디자이너는 “성급한 욕심보다는 ‘느리게, 느리게’ 철학이 오히려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앞으로도 차근히 자신의 영역을 넓여갈 생각”임을 밝혔다.
임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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