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가 패션계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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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6 오후 5:42:57

동남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지진 해일, 쓰나미(Tsunarmi). 천혜의 자연 조건과 낮은 물가 때문에 세계적인 휴양지로, 또 낮은 인건비를 통해 어패럴업계의 제조 하청업체로 유명한 지역이니만큼 패션계도 쓰나미의 파고와 무관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패션계는 패션과 관련된 인물 중 누가 쓰나미 속에서 죽고, 살아 남았는지의 가십성 기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인도적 지원활동에는 둔감한 모습을 보여 눈총을 사고 있다. 쓰나미가 패션계에 남긴 것들은 무엇일까? 스리랑카, 태국, 푸껫 등지에서 휴가나 여행을 즐기다가 쓰나미의 피해에 노출되었던 체코 출신의 모델 페트라넴 코바는 쓰나미로 유명세를 더한 인물. 영국인 패션 사진작가 사이몬 애틀리와 태국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던 모델 페트라넴 코바는 갑작스런 해일에 남자 친구를 잃고 8시간이나 나무에 매달려 버틴 끝에 살아 남아 비통한 심정을 토했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패션 사진작가 페르난도 벤코치아는 현재까지도 실종자 리스트에 올라 있다. 반면 쓰나미가 발생할 당시 태국에 있던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는 다행히 해변가에 있지 않아 피해를 입지 않고 미국으로 귀국했으며, 해당 지역 근처에서 보트를 타고 항해를 즐기던 주얼리 디자이너 파블로 피카소는 운 좋게 살아남아 스위스로 귀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밖에 타미 힐피거의 모델 수잔 엘드리지, 프랑스 디자이너 나나드 배리도 지진과 해일 속에서 살아 남았다. 디자이너 나나드 배리는 향수 라인 「Nanadebarry」 판매금 일정 부문을 국제사면위원회 암네스티에 기부하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쓰나미 피해를 돕기 위해 국제적인 기금 모집 및 봉사 열기가 높은 가운데, 패션계는 물류나 하청 등 사업적인 면에만 신경 쓸 뿐 피해 지원활동에 굼뜬 행동을 보이 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그나마 ‘본더치(Von Dutch)’를 비롯한 몇몇 디자이너가 인권단체나 경매 등의 형태로 기금마련운동을 벌이고 있는 게 전부다. 동남아는 아프고, 미·유럽은 여유 동남아의 지진·해일 사태가 패션계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이들 지역이 낮은 임금과 흔한 노동력을 이유로 해외 업체의 하청 생산지로 움직이거나 가내수공업 형식의 텍스타일 생산을 주로 하기 때문에 쓰나미로 인한 생산 피해가 국내적으로 클 뿐, 해외 어패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제품 원료나 하청 제품을 국외로 실어 나르는 동남아 화물선적업체들이 제품 운송 문제보다는 쓰나미로 희생된 가족과 직원 찾기에 더 분주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이들 지역 주민에게는 이번 사태가 ‘생존’의 문제지만, 생산기지를 카리브 해 연안이나 브라질·멕시코·중국 등지로 다변화한 미국과 유럽의 어패럴업계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쓰나미로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게 될 동남아 어패럴 마켓과 인도나 태국, 스리랑카 지역에 하청을 두던 일부 해외 업체를 제외하고 세계 어패럴업계가 쓰나미 사태의 피해를 뼈저리게 느끼기에는 거리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품질 좋은 텍스타일로 유명한 수렛(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남부에 있는 항만도시) 지역은 이번 해일로 심각한 피해를 입어 제품을 실은 트럭이나 선박의 접근이 불가능해 텍스타일 생산은 물론 제품 수출과 대금 지불 등이 거의 정지된 상태다. 쓰나미 발발 전에는 텍스타일 제품을 실은 트럭이 매일 50여 대나 드나들며 ‘리사(lisa)’, ‘대니(dani)’,‘러시안(russian)’, ‘비스코스(viscose)’ 등 품질 좋은 드레스 원료 교역으로 활발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당장의 생활을 걱정할 만큼 복구가 시급한 지역이 되었다. 인도 특유의 문화축제 ‘퐁갈(Pongal)’과 맞물려 수요가 증가한 이들 텍스타일은 인도 남부 지역은 물론 스리랑카 등지에도 높은 수요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쓰나미 사태로 스리랑카로 통하는 체나이 루트가 막히면서 교역이 언제 다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수렛텍스타일무역협회(FSTTA)는 수렛 지역의 텍스타일 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 인도 국내는 물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텍스타일을 원료로 수입하는 해외 어패럴업체도 새로운 텍스타일 소싱처를 찾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솔직히 동남아의 지진·해일과 관련해 미·유럽 어패럴업계가 염려하는 것은 제품의 소싱과 제조, 그리고 선적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저임금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하청업체가 몰려 있는 스리랑카 등지의 공급 체인이 파괴되면서 어패럴이나 신발업계가 단기적으로 생산 및 선적 차질을 볼 것으로 우려하지만 예비 물량이 어느 정도 확보된 연말에 쓰나미가 발발해 예상보다 피해가 적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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