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럭셔리 제국 리쉬몽(Richemont)이 영국 온라인 패션 리테일러 넷어포터(Net-a-Portaer)의 지분 67%를 인수, 럭셔리 인터넷 쇼핑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럭셔리 업계는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상거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 오프라인 유통망에 주력해왔으나, 시간과 공간 제한 없이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유통망의 장점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 그리고 글로벌 불황으로 다양한 매출 통로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온라인 시장을 적극 포섭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그런 만큼 리쉬몽이 온라인을 통한 럭셔리 패션 유통에 노하우가 깊은 넷어포터의 대주주를 차지했다는 것은 럭셔리 온라인 시장의 시장성을 보여준 증거이자, 오프라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온라인 시장 유통망 격돌이 보다 치열해질 것을 알리는 서막이라 할 수 있다.
럭셔리 업계, 온라인 유통 격전 신호탄
실제로 전문가들은 까르띠에, 클로에, 부세른 콘스탄틴, 제이거르꾸튀르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리쉬몽이 넷어포터 인수를 통해 인터넷 고속 유통망 구축에 성공했다면서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의 필수품, 인터넷을 통한 럭셔리 유통은 단기적 매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럭셔리 업계의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럭셔리 업계가 본격적으로 인터넷 유통망을 구축할 경우, 인터넷을 통한 가짜 럭셔리 상거래 문제로 이베이혹은 구글과 낯을 붉히는 소송전을 벌이며 기운을 빼는 일도 줄일 수 있고 오프라인 유통망이 그러하듯, 제품 및 유통에 대한 럭셔리 브랜드의 관리가 보다 강화되어 결과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럭셔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와 신뢰도 상승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넷어포터 지분 인수를 위해 3억5000만 파운드를 제시한 리쉬몽은 넷어포터의 창업자이자 CEO 나탈렛매스넷 및 기존의 넷어포터 경영진을 유임시켜 럭셔리 유통에 대한 이들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2010 1월31일 기준 넷어포터의 자산은 1억2000만 파운드, 직원 수는 600명에 달하며 산하 넷어포터닷컴을 통해 거래되는 디자이너 브랜드 수는 300여개에 이른다.)
한편 지난 10년간 인터넷 럭셔리 유통의 중역을 담당했던 넷어포터는 럭셔리 제국 리쉬몽의 막강한 자본 및 지원을 통해 기존의 인터넷 럭셔리 유통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를 맞이했고 이는 곧 전체 럭셔리 인터넷 유통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럭셔리 제국이 온라인 유통망을 직접 소유하게 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럭셔리 브랜드의 상호 작용이 좀 더 활발해질 뿐 아니라 직접 유통망을 갖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가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접근력과 파워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자체 유통망을 갖고 있는 브랜드가 오프라인 시장에서 유리하듯 자체 온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 특히 리쉬몽처럼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럭셔리 제국이 온라인 럭셔리 유통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은 자명한 일.
리쉬몽의 넷어포터 인수가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럭셔리 제국들의 온라인 유통망 구축전을 촉발, 보다 유리한 온라인 유통망 구축을 위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격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리쉬몽과 넷어포터의 만남은 럭셔리 업계와 온라인 유통망의 통합적 시너지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넷어포터의 성공 기반은 시장과 고객 심리 꿰뚫는 것
온라인의 패션 유통 채널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던 1999년에 하이스트리트 패션도 아닌 럭셔리 브랜드의 온라인 상거래 가능성을 시험했던 넷어포터의 창설자이자 CEO, 나탈리매스넷은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힌다. 남들이 가능성을 의심할 때 인터넷이 새로운 ‘럭셔리 유통 창구’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혜안을 발휘했던 그녀의 사업적 판단력을 생각할 때, 온라인 시장에 대한 럭셔리 업계의 관심이 본격화된 지금 리쉬몽의 대지분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럭셔리 이제, 온라인 유통 모형이 기존의 ‘중간 매개체’ 역할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시점에 돌입했다는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넷어포터는 럭셔리 패션의 주 고객인 여성을 염두에 두고 온라인 상거래와 흥미를 자아내는 콘텐츠를 결합시켜 현재 럭셔리 온라인 리테일러들의 벤치마킹 모형으로 자리해왔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럭셔리 오프라인 유통망의 매출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높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는 온라인 유통망이 그 대안으로, 혹은 약점을 보완하는 완충제로 주목 받으면서 넷어포터의 시장성은 더욱 커진 상태.
한편 넷어포터는 소비자가 구매한 럭셔리 제품을 여러 겹의 종이로 감싼 뒤 블랙박스+실크리본으로 장식하는 1950년대 풍 패키징을 통해 ‘뭔가 특별하고 소중히 다룬’ 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글로벌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과도한 소비를 자제하고, 거창하고 값비싼 제품 포장이 구매자에게 일종의 ‘양심의 가책’을 일으킨다는 판단 하에 좀더 간소하고 분별 있는 포장으로 패키징을 전환,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심리까지 반영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이면서 럭셔리 패션 온라인 유통의 강자가 된 것이 단순히 ‘운’이 아니라 치밀한 시장 분석과 전략에 기반을 둔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변화일지 모르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마인드를 읽는 시의 적절한 판단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럭셔리 판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비자를 생각하는 넷어포터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는 않지만 결국 최종 목적지는 ‘소비자’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고 그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 럭셔리 온라인 유통업체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임을 일깨운다.
또한 넷어포터는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넷어포터에 업그레이드 시키며 기존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신규 고객을 추구하고 있으며 입셍로랑, 지방시 등 온라인으로 만나기 힘든 디자이너 브랜드나 알렉산더맥퀸의 프리스프링 컬렉션, 롤랑뮈레의 독점 드레스 컬렉션 등 독점/한정본 제품을 구입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면서 유럽과 중동, 극동 아시아 지역까지 유통 시장을 넓히고 있다.
럭셔리 유통 흥미로운 변화 촉진제
이처럼 지난 10여 년간 럭셔리 온라인 유통의 기틀을 마련하고, 성공적 시장 안착과 발전을 이뤄낸 온라인 럭셔리 리테일러 넷어포터의 대지분을 인수, 실질적 주인이 된 리쉬몽은 넷어포터가 확보한 기존의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산하 브랜드의 효과적 유통을 가능케하는 신규 유통 확보의 이점을 얻었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 유통망에 치중했던 럭셔리 업체가 알기 힘든 온라인 럭셔리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와 전략을 입수하고, 럭셔리 브랜드 사업 외에 ‘온라인 유통 사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차지, 세력 확장의 기회를 마련했다.
따라서 리쉬몽과 넷어포터의 만남이 온라인 유통망을 노리는 또 다른 럭셔리 제국과 온라인 유통 리테일러의 만남을 촉진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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