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유명 럭셔리 그룹 PPR(Pinault-Printemps-Redoute)이 패션 중심의 사업 정비를 위해 산하 자동차/의약품 디비젼을 주식 상장해 자금 확보에 나선다. 구찌와 입셍로랑, 스텔라매카트니, 알렉산더맥퀸,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푸마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며 럭셔리 제국 LVMH와 대결 구도를 이어온 PPR은 자동차/의약품 디비젼 주식 상장을 통해 7억3160만 파운드의 유동 자금을 확보하고 패션 도매 사업 및 유통망 확장에 투자, 시장 흐름에 보다 체계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튼튼한 유통망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글로벌 불황으로 PPR의 산하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 구찌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보인 이유가 백화점 중심의 도매 유통망에 치중, 시장 변화에 ‘과도하게’ 움추린 백화점의 주문 축소로 불필요한 매출 감소를 가져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익성 낮은 소매사업을 정리, 럭셔리/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중심의 사업 시스템을 구축, 명실공이 럭셔리 패션 제국으로서의 PPR의 면모를 다질 방침으로 알려졌다. 럭셔리 중심 사업 정비-매스마켓까지 진출 실제로 구찌의 3/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7.6% 하락한 68억 달러로 당초 예상 수치보다도 낮았고 구찌의 매출 하락은 곧 PPR 그룹 전체 매출 -6.4%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PPR의 매출 1/5이 구찌 그룹의 매출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인 셈.
문제는 브랜드 직영 매장의 매출은 불황에도 탄력을 유지한 반면 자본 확충을 위해 오더량을 대폭 줄인 미 백화점 업체들의 몸 사리기로 백화점 매장의 비중이 컸던 구찌 매출이 타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구찌가 도매 유통 채널에 집중하는 시스템이어서 도매업자들이 타이트한 자본 운영정책을 집행, 주문량을 줄일 경우 부정적 매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한동안 성장세를 보였던 보테가베네타의 매출이 12%, 입셍로랑이 20% 가량 줄면서 PPR 산하 럭셔리 패션 브랜드는 불황의 여파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PPR은 아프리카에 자동차와 약을 유통하는 CFAO 사업부의 절반 이상을 매각, 부채를 청산한 후 럭셔리 패션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정책을 재정립해 패션 제국으로서 보다 건실한 구조를 다진다는 전략으로 사업 방향을 정비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PPR이 Ladoute 카탈로그 사업을 진행하는 메일 주문업체 Redcats와 음반/서적 체인 Fnac, 가구리테일러 Conforma 등을 매각하고 랄프로렌, 레비스트라우스(리바이스), 아버크롬비앤피치, 토미힐피거, 라코스테 등의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섰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PPR의 CEO 프랑시스앙리피노르가 소비자들이 친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매 유통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패션 브랜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패션 중심의 구조 조정을 진행하는 PPR의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PPR은 2006년 쁘렝땅 백화점 사업을 매각, 리테일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정리해왔다). PPR은 이를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마련 남아있는 3개 리테일 사업을 인수할 버이어들의 목록을 만들고, 인수할 가치가 있는 12개의 럭셔리/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PPR이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매스마켓 라이프스타일 지부를 확대하고 또 다른 아웃도어/스트리트 스포츠 웨어를 인수, 산하 패션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PPR은 이미 스포츠 웨어에서 스트리트웨어/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는 푸마를 소유하고 있고 푸마의 CEO 조첸자이츠가는 PPR 산하 매스마켓 디비젼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럭셔리 시장뿐 아니라 매스마켓 패션 시장에도 PPR의 입김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변혁을 주도하는 CEO 프랑시스앙리피노르 피노르 가문이 전체 41%의 지분을 갖고 있는 PPR 그룹이 소매 유통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지난해 PPR의 매출 200억 유로 중 절반이 소매 유통업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포기할 만큼 패션 사업에 대한 PPR의 야망이 크다는 증거이자 프랑스 소매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패션 제국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기도 하다. 이 같은 PPR의 변신의 중심에는 피노르 가문의 장남인 프랑시스 앙리 피노르가 자리하고 있다.
Conforama, Fnc 등 유럽 소매업 매각을 지휘하고 12월 3일 아프리카 소비자 제품 디비젼의 일부를 주식 시장에 상장, 유동 자본 마련 계획안을 통과시킨 그는 월마트가 글로벌 소매 유통업을 잠식하고 온라인 유통업의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랑스 시장에 의존한 소매 유통업으로는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Fnc의 전체 매출 중 70%는 프랑스에서 이뤄지며 나머지 30%만 브라질과 유럽 시장이 기여한다.) 따라서 당장의 수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패션 사업이 그룹 전체의 성장에 중심이 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PPR이 패션사업의 완충작용을 해왔던 소매유통업을 포기할 경우 수익을 상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며 글로벌 불황에 유난히 타격을 입은 구찌 그룹이 PPR의 럭셔리 사업의 중심인 점을 감안하면 패션 중심의 비즈니스로 변신하는 PPR의 전략은 위험부담이 높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하지만 럭셔리 패션 사업을 중심으로, 매스마켓 패션 사업을 완충제로 설정한 앙리피노르의 사업 전략은 확고하다. 실제로 2005년 PPR의 CEO로 취임한 앙리피노르는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사업가로 꼽히고 있는 그의 아버지 장뤼피노르만큼의 경영 실력을 입증하진 못하고 있어, 어떤 면에서 패션 사업 중심의 사업 전환 전략은 그의 사업 능력과 존재감을 인정받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프랑스 비즈니스 스쿨 HEC 출신의 앙리피노르는 그의 아버지 장뤼피노르가 1999년 LVMH 수중에 떨어질 뻔한 구찌 그룹과 손잡고 럭셔리 패션 제국의 기틀을 잡는 것을 생생히 지켜보며 패션 사업에 관심을 가졌고, PPR의 홀딩업체 Artemis, PPR 산하 전자제품 소매 유통업체 Fnac를 운영하며 사업 능력을 키워왔다. 특히 2003년에는 당시 PPR의 CEO였던 세르지와인버그와 함께 구찌 그룹 인수를 완료하고 로베트폴렛을 구찌의 CEO로 영입, 구찌 그룹에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럭셔리 패션계에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바 있다.
실제로 앙리피노르가 패션 중심의 사업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은 Fnac가 해외 시장에 많은 투자 비용과 시간이 걸렸음에도 소비자들에게 이름 알리기가 쉽지 않았던 반면 이미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구찌의 아시아 중동 시장 진출은 상대적으로 용이했을 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앙리피노르는 아르테미스를 운영하던 당시 이미 패션 사업과 유통 사업을 분리하고 패션에 무게를 더하는 사업 플랜을 작성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 계획은 투자비용의 부담으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장뤼피노르가 그 계획안을 세운 앙리를 PPR의 CEO로 임명하면서 그의 꿈이 실현되게 된 셈. ) 2005년 쁘렝땅 백화점은 11억 유로에 매각하며 소매 유통업의 큰 가지를 쳐낸 그는 글로벌 스포츠 웨어로 명성은 높았지만 유통망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푸마 인수를 결정한 것도 그 모임의 결과로 푸마는 매스마켓을 노리는 PPR의 첨병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이처럼 PPR의 완벽한 패션 제국 변신은 앙리피노르의 오랜 청사진에 기초한 것이어서 앞으로 그 성공 여부가 매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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