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연구 10년 이 책에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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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저자 이호정 박사·정송향 대표 - SPA는 패션의 소비자 주권 시대를 인정하는 것

2009-11-16 오전 8:54:28


지난 2005년 「유니클로」가 글로벌 SPA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발을 디딘 이후 「자라」 「포에버21」이 연이어 상륙하면서 한국 패션 시장은 ‘SPA 열풍’에 휩싸였다. 예상보다 강한 글로벌 브랜드의 위력에 놀란 패션 기업 경영자들은 앞다퉈 SPA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해 열리는 세미나마다 참석하고 각자 나름대로 ‘적’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마땅한 자료가 없었다. 한 패션업체 경영자는 “여러 기관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를 참석해봐도 하나같이 수박 겉핥기 수준의 정보밖에 얻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출판된 자료를 구입해 번역해서 봤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패션기업 경영자들이 한결 같은 목소리로 “20조원 규모의 내수 패션 시장을 자랑하면서 변변한 SPA 전략 참고서 한 권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패션기업 경영자들의 고충과 안타까움을 해소할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바로 국내 패션 교육계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이호정 이데아패션연구소 대표와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왕성하게 컨설팅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정송향 다비다컨설팅 대표가 공동 집필한 <SPA 성공 전략>이 12월 초 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친 SPA 연구 결과 집대성


1999년 여름. 당시 대구 계명대학교 패션대학 학장으로 재직하던 이호정 박사는 <리테일 마케팅>이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도 유통 시장의 변화를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목을 개설했는데 교재가 마땅치 않아 직접 저술에 나선 것이다. 책을 마무리할 무렵 문득 과거와 현재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는 IMF이후 패션 시장의 구조가 크게 바뀌던 시기였다. 그는 국내 시장을 넘어 일본의 「유니클로」와 스페인의 「자라」를 주목했다.


이호정 박사는 “당시 국내 패션 시장은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대대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이미지의 브랜드들이 봇물 터지듯 몰려나오면서 프랜차이즈 유통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 대량 판매를 이뤄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시대적 흐름이 SPA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SPA는 단순히 자가 생산, 자가 유통이라는 1차원적인 개념이 아니라 패션의 주권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소비자에게 모든 브랜드 운영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구를 거듭해 2002년부터 주요 백화점과 패션 기업에 SPA와 관련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해 2004년 개정한 <리테일 마케팅>에서는 1개 장을 SPA와 PB(Pri vate Brand)로 구성했다. 이후로도 늘 이호정 박사에게서는 SPA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국내에도 쓸만한 SPA 참고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라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초 평소 아끼는 후배였던 정송향 다비다컨설팅 대표와 뜻을 함께 했다.


이호정 박사는 “정 대표에게 SPA 전문 서적을 만들어야겠다는 뜻을 밝혔더니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책을 쓰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 준비해 놓은 방대한 자료를 선뜻 내놨다. 자료의 충실도와 현장감이 내가 부족한 부분을 정 대표가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 같이 써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3년간은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


정송향 대표와 이호정 박사의 인연은 1981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갓 대학교를 졸업한 신입 디자이너 정송향은 당시 코오롱에서 전개하던 「벨라」 디자인실에 입사 원서를 냈다. 풋내기 정송향의 가치를 알아보고 채용한 면접관이자 디자인실장이 바로 이호정 박사다. 정 대표는 “때로는 친언니로, 때로는 직장 상사로, 때로는 선생님으로 인생을 이끌어준 소중한 멘토를 만나게 된 것이 내 인생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정송향 대표는 코오롱에서 디자이너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했고 라이선스 브랜드 「마리오 발렌티노」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실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동시에 디자이너 출신으로는 드물게 중앙대학교에서 경영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감성만 갖춰서는 안되고 이성적인 사고능력과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정 대표가 본격적으로 SPA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비다컨설팅을 운영하면서 전략 제안을 위해 해외브랜드의 구체적인 자료를 조사하면서부터다. 그는 “우리가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 중국과 홍콩 기업들 중에서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보다 월등하게 나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많이 봤다. 또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데 성공한 우리 패션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을 통해 SPA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국내 실정은 SPA에 대한 전문가도, 전문 서적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이 전문 서적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밤낮없이 뛰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꼬박 3년을 거의 해외에서 지내다시피 했다. 나중에 따져보니 연중 200일이 넘는 시간을 비행기와 해외에서 보냈다. 자신이 직접 매장을 찾았고 업체를 방문했으며, 소비자 흐름을 살폈다.


그는 “그렇게 어느 정도 자료를 축적했을 무렵 이호정 박사님의 집필 소식을 접했다. 나보다 훨씬 잘 쓰실 분이라는걸 알기 때문에 그동안 준비해놓은 자료를 모두 드렸다”고 말했다.


900페이지 분량의 대작 완성되다


올해 1월 행당동으로 이데아패션연구소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했다. 미리 구성해놓은 주제에 맞춰 분담해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꼬박 4개월을 두문불출 집필에만 매달렸다. 어떤 때에는 며칠씩 문밖으로 나가보지도 않았다. 사무실 안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하면서 전념했다. 이호정 박사는 “이번 SPA 성공전략이 개인적으로는 21번째 책인데 이만큼 에너지와 시간을 모두 쏟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4개월 동안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이 책을 쓰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4개월 만에 탈고한 원고의 분량만해도 A4용지로 1000장에 가까웠다. 여기에 200장이 넘는 사진과 400개가 넘는 그래프까지 만들었다.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었다. 원고 작성에 걸린 만큼 편집과 디자인 기간도 많이 소요됐다. 400개가 넘는 도표를 일일이 재작업하고 수정하는 데 약 4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오는 12월 초 선을 보인다.


이호정 박사와 정송향 대표는 “패션 기업 경영자의 역할이 느긋하게 앉아서 책을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 책을 꼭 읽으면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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