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문을 연 명동 눈스퀘어 5층의 레벨5 한쪽에는 ‘랩5(lab5)’라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끼’로 똘똘 뭉친 신예 디자이너 13명이 한 자리에서 기량을 뽐내기도 하고, 서로 모여 시장 개척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하는 곳이다.
‘랩5’는 실력은 있지만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주류 패션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이런 형태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임대료가 턱없이 높다거나 지원 시스템이 미비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랩5’는 과거의 사례를 분석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디자이너들은 임대료가 아닌 판매 수수료를 내면 된다. 그것도 국내 백화점에서는 최고의 명품들만 받는다는 수준(?)이다. 또 10팀의 디자이너 선발부터 시장 진입까지 후원을 맡을 ‘멘토’로 동덕여대 김혜경 교수를 세웠다. 김 교수는 약 3개월에 걸쳐 디자이너를 선발했다.
실력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동대문과 홍대, 압구정 등지의 개인숍을 이잡듯이 뒤진 것은 물론이고, 최근 수년간 각종 패션디자인 관련 공모전 수상자들을 빠짐없이 체크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상업성에만 목적을 두고 선발했다면 쉬웠을텐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있다보니 더 어렵고 고된 작업이었다”면서 “일단 좋은 인재들을 선발하는 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으니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지원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이 가득 넘쳤다. 일반 브랜드에서는 찾기 힘든 스타일의 남성복, 여성복은 물론이고 남성 전용 액세서리, 빈티지 액세서리 등 구색도 잘 갖췄다. 특히 지금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던 남성 전용 액세서리는 오픈 첫날부터 관심을 모았다. 한 남성 고객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겠다며 셔츠 버튼 장신구를 100개나 주문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반응과 관심이 기대 이상 나타나면서 디자이너들 모두 한껏 고무돼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디자이너들을 지도한다. 그는 “처음에는 독특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다음에 왔을 때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금새 싫증을 낸다”며 “랩5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항상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랩5 1기 멤버 10팀의 이력은 다채롭다. 여성복 「바슬(VASL)」로 랩5에 참여한 디자이너 남용섭은 국내 중견 여성복 기업 디자이너를 거쳐 올해 케이블방송 온스타일이 주최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준우승을 한 이력의 소유자다.
또 「San Francisco Umbrella」의 차보경은 지난해 뉴욕 패션위크에 첫 발을 내디뎠으며 현재 개인 브랜드 운영과 세명대학교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남성복 「Be Still」의 박한힘, 권오승, 문정욱은 현직 국내 남성복 브랜드의 디자인 실장과 선임디자이너로 구성돼 있기도 하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기획 회의를 한다. 다음주 매장 연출은 어떻게 할 것인지. 메인 마네킨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치열한 토론을 거친다. 서로 조를 나눠 매장을 지키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선배 디자이너들을 찾아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임동욱은 “우리 같은 새내기는 물론이고 신진급, 중견급 디자이너들과 일반 브랜드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다보니 정말 배울 점이 많다”며 “원부자재 공급부터 생산까지 이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혜경 교수는 “이제 첫 스타트를 끊은 만큼 랩5가 한국의 실력있는 디자이너를 키워내는 등용문으로 자리매김 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첫 기수인 이들이 좋은 모델을 만들어서 후배들에게도 혜택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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