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조용하던 김성민 사장이 입을 열었다. 올 봄 「지프」를 론칭할 때 잠깐 언론에 얼굴을 비친지 6개월여 만이다.
최근들어 부쩍 주요 점포에서 「지프」가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던 터라 실제 성과를 들어보기 위해 김 사장을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지프」 자랑을 늘어놓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대신 난데 없는 ‘세대론’이 시작됐다.
패션시장의 뉴 제너레이션은 이미 시작됐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국내 패션 시장의 역사를 세 단계로 분류한다. IMF 이전과 IMF 이후 10년,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새로운 세대다. IMF 이전 세대는 전통적인 아날로그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IMF 이후 10년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정보화 시대의 산물이다. 이 시대에는 과거의 관점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새로운 스타 브랜드와 스타 기업들이 탄생했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잘 읽은 기업들이 현재 패션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세대로의 전환이 진행하고 있다.”
그는 ‘패션 시장의 세대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10여년 전 매스밸류 시장이 태동하던 시절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잠깐 스쳐지나가는 유행 같은 현상이라고 치부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 패션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프」를 시작하면서 혹시 나도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긴장감이 컸다. 나름대로 새로운 세대의 필요 조건에 대해서 연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는 데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뉴 제너레이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뉴 제너레이션의 주도 세력을 3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온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태동하는 브랜드, 두 번째는 대기업 패션 계열사, 세 번째는 기존 패션 시장에 몸담고 있던 인물 가운데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그룹이다.
“지난 세대 패션 비즈니스의 핵심은 시스템이었다. 매스 마케팅과 대량 생산을 통해 소비자들은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폼나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개인의 가치관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남과 다른 자신 만의 것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리더를 원한다
그는 「지프」 론칭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세대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끊임 없이 연구했다. 새 판을 짤 때 틀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이 슬림한 조직 구성이다. 「지프」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인원이 작다. 철저하게 효율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줄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바빠도 8시 전에는 모두 퇴근한다. 나도 6시를 전후해서 사무실을 나선다. 업무 집중도를 높여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고 외주로 돌릴 수 있는 일들은 모두 밖으로 뺐다. 빠른 의사소통과 결정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그는 또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대비했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들과 충분히 공유하기 위해 2~3주에 한 번 꼴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3월 백화점 8개점을 포함 첫 시즌 매장 오픈 목표인 30개를 달성했다. 가두매장 평일 평균 매출이 150~180만원 수준이고 주말에는 350만원 까지 오른다. 백화점은 평일 250~300, 주말 400만원을 웃돈다. 일부 핵심 점포는 10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 사장은 “신규 브랜드의 첫 시즌 판매율이 60%를 넘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프」에서는 현실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해 연구하고 준비한 결실자 소비자들이 이런 노력을 인정해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감을 확실하게 잡았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불과 론칭 4개월 만에 이룬 성과치고는 꽤 빠른 편이다.
“지금은 분명하게 이름을 붙이거나 규정지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마 2009년을 패션 시장의 새로운 세대가 시작된 해라고 구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홀하우스의 「지프」가 론칭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프」를 새로운 세대의 리더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대명사로 「지프」를 말하게 될 것이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