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업체들이 매스컴 마케팅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데 반해 요란한 매스컴 노출 없이 꾸준한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작지만 알찬 브랜드 「드라이스 반 노튼」과 「로샤스」가 그 대표적인 경우로 꼽히고 있다.
「드라이스 반 노튼」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드라이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은 다수의 소비자를 무차별적으로 포섭할 수 있는 잡지 광고 대신 정통 캣워크 무대에서 시적인 무대를 꾸미는 쪽을 선호하는 고집스런 면모를 보이는데, 캣워크 무대가 브랜드 이미지와 좀더 잘 맞는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처음 런칭된 이후 줄곧 잡지나 빌보드 광고 대신 장인정신을 드러낸 작품으로 오직 무대에서 말하고 있는 「드라이스 반 노튼」은 영화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역시 시적이고 서사적인 무대 구성을 통해 짧지만 파워풀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최근 선보인 그의 2005∼2006 가을·겨울 컬렉션은 화려한 컬러와 섬세한 장인정신을 보호풍 이미지로 선사,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화려한 자수가 돋보이는 풀스커트와 모피로 트림한 빈티지 풍 벨트 재킷은 자유롭고 여유 있는 그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왕가위의 영화 <2046>의 사운드트랙을 배경으로 토마토레드·에메랄드·터쿠아즈 컬러의 의상을 걸친 모델들이 머리에 검정 꽃 라커칠을 하고 등장, 시적인 무대 구성을 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드라이스 반 노튼」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거리가 있는 브랜드 네임이지만 주목받는 패션리더 시에나 밀러를 비롯한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팬으로 거느린 실속 있는 브랜드로, 매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구입을 원하는 팬들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브랜드인데 왜 굳이 광고마케팅을 피할까?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론 그와 같은 이유도 있지만 화려한 광고마케팅을 실시할 경우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가가 필요 없이 높아져,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실속 있는 구매를 배려하는 실용적인 자세가 독특하다.
「로샤스」
클래식한 향수 ‘팜므’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하우스 ‘로샤스(Rochas)’ 또한 미디어마케팅을 절제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다. 미국 업체 ‘프록터앤갬블(Pro
ctoer&Gamble)’이 소유주로 있는 「로샤스」는 유명 잡지에 컬렉션 광고를 실지 않으며 지난해 출시된 향수 ‘뽀쁘(Poupee)’ 또한 요란한 매체 광고 없이 곧바로 유통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로샤스」의 디자이너 파워가 딸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2003년 「로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한 디자이너 올리비에 테스켄스는 니콜 키드맨, 기네스 펠트로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즐겨 찾을 정도로 감각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로샤스」 레디투웨어 컬렉션은 비평가들의 호평이 몰려들기 바쁠 정도.
실제로 뉴욕과 밀라노에서 풀 스커트가 지배적이었던 것과 달리 테스켄스는 에드워드 왕조 시대의 의상을 연상시키듯 높은 칼라가 달린 재킷과 물고기 꼬리모양의 롱 스커트를 선보여 독창성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패브릭 조각을 이어붙인 실크 스커트, 빳빳한 크리놀린 스커트 위에 물결무늬 실크를 레이어링한 작품, 물고기 꼬리 모양으로 뒤를 뽑아낸 롱 스커트 등은 위엄 있는 아름다움을 드러냈다는 평.
비평가들은 「로샤스」 컬렉션이 마니아처럼 움직이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광고투자에 좀더 집중할 경우 파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이스 반 노튼」처럼 「로샤스」도 캣워크 무대를 선호하고 있어 두 브랜드의 ‘무대집중형 자세’는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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