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메트로섹슈얼 감성에 취한 것일까? ’05∼06 가을·겨울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선보인 ‘샤넬’ 기성복 컬렉션은 시크하고 스포티한 감성을 물씬 풍긴다. 샤넬의 창립자인 코코 샤넬은 일찌감치 저지나 니트를 소재로 스포티하고 감각적인 스키웨어를 선보여 활동적이고 감각적인 여성들에게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킨바 있지만, 라거펠트는 그녀와는 다른 좀더 감각적이고 대담한 스타일로 남성과 여성을 어우르는 메트로섹슈얼 분위기를 도입하고 있다. 칼 라거펠트의 변신과 그의 끝없는 야망을 취재했다.
남성에게는 시크하고 부드러운 디테일의 여성미를 가미하고, 여성하게는 심플하면서도 도회적이고 대담한 디테일의 남성미를 더한 듯한 세련된 라거펠트의 감성은 무대에 오른 남자 모델이 여성 모델과 똑같이 짤막한 니트와 트위드 재킷, 캐시미어 바지, 펄 스트렌드를 착용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나치게 남성적이지 않고, 또한 지나치게 여성적이지 않은 라거펠트식 메트로섹슈얼 감성을 드러낸 이번 무대는 스포츠가 굳이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을 하지 않는 만큼 메트로섹슈얼 콘셉트 또한 남성에게 한정될 필요가 없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무대를 말끔히 다듬은 데이비드 베컴형 ‘샤넬’ 버전이었다는 평도 있다.
그렇다면 라거펠트가 남성 컬렉션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남성복을 무대에 함께 선보이긴 했지만 라거펠트의 초점은 여전히 모던한 ‘샤넬’ 여성을 만드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식 트위드 재킷의 소매 길이를 짤막하게 다듬어 스웨터나 셔츠 소매를 드러내고, 캐시미어 레깅스에 무릎길이의 스커트를 레이어드하는 등 한층 경쾌해지고 트렌디한 스타일이 점점 젊어지고 감각적인, 동시에 활동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잘 분석한 모습이다.
「샤넬」--시크·스포티, 점점 젊어져
또한 오버사이즈 재킷의 길이를 대폭 줄여 그레이·블랙 체크 니커스와 코디하는 감성적인 실루엣을 연출, 나이가 들어도 시들지 않는 젊은 감성을 뽐냈다. 이밖에 무릎에 깜찍한 리본이 달린 슬림렉 블랙 진과 화이트 티셔츠, 블랙 재킷을 곁들어 걸리시한 스포티 어번 룩을 연출했고, 섬세한 진주가 박힌 블랙 캐시미어 티셔츠와 허벅지까지 오는 스틸레토 부츠를 매칭시켜 위엄 있는 관능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리본에 대한 애착은 펄이 달린 리본으로 악센트를 준 블랙 칵테일드레스에도 재현되고 있다. 특히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가 지배적인 컬렉션 색체에 활기를 넣어주려는 듯 아이시핑크, 라일락 컬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너무 차갑고 단조로울 수 있는 컬러 톤에 변화를 주는 센스는 라거펠트가 오랫동안 「샤넬」을 지휘하면서도 늘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저력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한편 1995년 첫선을 보인 코코 샤넬의 퀼팅 백, 동백나무로 장식한 트위드 메신저 백은 올 가을·겨울 가장 주목받는 백으로 떠올랐다.
메트로섹슈얼한 남성복을 악센트로 끼워놓은 샤넬 무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전면적인 「샤넬」 남성복 컬렉션이 런칭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라거펠트는 아직 전면적인 「샤넬」 남성라인 런칭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 대신 최근 활동범위를 넓힌 자신의 시그너처 라벨 라거펠트갤러리를 성장시키려는 야심을 강조했다.
「라거펠트갤러리」,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
칼 라거펠트의 글로벌 마켓 정복 야망이 힘을 얻고 있다. 파워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을 장기 집권하는 크리에이터로, 자신의 이름을 딴 라벨을 운영하는 독립 디자이너로, 또한 다수의 소비자를 하이스트리트 라벨 H&M과 손잡고 리미티드 라인을 선보인 감각적인 디자이너라는 1인 3역을 하면서 패션계를 긴장시켜 온 라거펠트는 이제 자신이 라벨 「라거펠트갤러리(Lagerfeld Gallery)」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려는 야심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문제는 그 자신의 힘으로는 글로벌 소비자들을 포섭할 수 있는 마케팅 파워와 유통망을 구축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세계적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 브랜드 「토미힐피거」에 「라거펠트갤러리」를 매각해 패션계를 놀라게 한 최근의 사건도 바로 이 같은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
「토미힐피거」―투자·마케팅·유통망 지원
지방흡입술로 날씬한 몸매를 되찾은 후 더욱 젊어지고 활기찬 디자인 감성을 펼치고 있는 칼 라거펠트는 언제 어디서나 전세계인을 상대로 한 컬렉션 디자인을 꿈꿔왔다면서, 샤넬보다는 접근하기 편한 가격에 럭셔리급 디자인에 목말라 있는 소비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디자이너 라벨이 ‘라거펠트갤러리’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적 브랜드로 한때 세계시장을 풍미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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