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의 유통 전문가가 보기에 한국의 패션 유통 환경은 ‘열악’ 그 자체였다. 소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수준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데 유통 환경의 제약이 브랜드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국내 유통 환경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송도 쇼핑센터가 2011년 말 오픈한다. 미국의 쇼핑몰 부동산투자신탁사(REIT) 터브먼센터(Taubman Centers, Inc)의 자회사인 터브먼 아시아가 주축이 돼 지난해 5월 송도국제업무지구에서 첫 삽을 떴다.
“송도 쇼핑센터(가칭)는 새로운 유통 채널에 대한 패션 기업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이상적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먼저 외관에서부터 들어오고 싶은 흥미를 유발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네모 반듯한 성냥갑 안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거래’를 강요했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습니다. 영화관이나 푸드코트 같은 요소도 물론 있어야 하지만 이 역시 ‘거래’를 촉진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쇼핑센터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영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파커 사장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아왔던 유통 업체들의 한계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단 11만6000㎡(3만5000평)에 달하는 면적부터 압도적이다. 건물 디자인은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재건축을 맡았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가, 내부는 베노이가 맡아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내놨다.
또 쇼핑센터 내부에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메가박스 복합 상영관, 푸드 엠포리엄, 아이스 링크 및 약 150개의 브랜드 개별 매장이 입점하는 복합 공간으로 개발된다.
“송도 프로젝트의 키워드는 한 마디로 ‘하이브리드와 트랜지션’으로 요약됩니다.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멀티 플렉스 영화관, 스트리트숍 형태가 공존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만족을 얻어갈 것입니다.”
또 입점 브랜드의 창의성 표현에 제약을 두지 않아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한국은 유통 업체의 수익이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습니다. 단지 요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브랜드와 디자이너보다 더 높은 수익을 가져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송도 쇼핑센터에서는 이러한 문제도 현실적으로 바뀔것입니다. 결국 좋은 브랜드가 더 많은 이익을 내고 더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도록 할 것입니다.”
그는 또 한국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수준을 높이 평가해 터브먼아시아가 후원하는 홍콩 패션위크에 한국 디자이너와 기업들의 진출도 후원할 계획이다.
모건 파커 사장은 “한국의 브랜드와 개별 디자이너들은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없는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도메스틱 시장에서 먼저 가능성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점은 아쉽습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내 시장에서 먼저 성공과 실패의 자유를 줘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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