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남자들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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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7 오후 1:20:26

영화 <왕의 남자>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사극은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지난 2월 9일 관객 1천만 명을 넘어 최고 흥행기록(1천175만 명)인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대규모 스타군단, 많은 개봉관 수와 화려한 마케팅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다르게 입소문을 통해 조용히 인기몰이를 시작한 이 영화의 매력은 여러 가지. 연극 무대에서 이미 검증받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실제 인물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 남자 배우들, 그리고 조선시대의 궁과 놀이판을 재현해 낸 세트와 소품, 의상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 것이다.



원작이 연극 <이(爾)>라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 대학로 연극 무대를 통해 알려진 연극의 영화화에 있어서 제작진은 장생(감우성 분)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 더욱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다.

장생과 공길(이준기 분)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일급 광대. 한양에서 가장 큰 놀이판을 벌이기 위해 상경한 이들은 폭군 연산군(정진영 분)과 애첩 녹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왕을 희롱하기로 작정한다.

놀이판이 날이 갈수록 인기를 끌면서 소문은 왕의 귀에 들어가고 그들은 궁에서 목숨을 건 놀이판을 벌이게 된다. 공길의 재치로 왕을 웃긴 광대패는 궁에 거처하면서 왕을 위한 광대가 된다. 하지만 궁에서 배불리 먹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판이 벌어질 때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궁에서의 놀이판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일으키고, 공길에 대한 왕의 관심은 연산군과 녹수, 장생과 공길의 삶에 번민과 갈등, 질투와 연민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영화의 마지막, 서로의 사랑과 관심을 원했던 네 사람은 민심이 떠난 왕을 폐위시키려는 반란의 움직임 속에서 그들만의 놀이판을 벌인다.


소박함부터 화려함까지
조선시대 최고 권력자인 왕과 천민인 광대의 만남을 그린 영화 <왕의 남자>. 영화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서민들부터 기생, 양반, 대신, 왕과 후궁들까지 다양한 신분의 인물이 등장한다. 신분에 따라 다른 삶을 누렸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기에 영화는 소재부터 컬러까지 다양한 전통 의상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주인공들의 의상은 물론, 저잣거리의 군중들과 궁인의 의상까지 조선시대의 복식을 재현하기 위해 약 1년의 시간을 투자, 600여 벌의 의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먼저 광대 장생과 공길이 민가를 떠돌며 놀이판을 벌이는 영화 초반 부분에 보여주는 민중들과 광대들의 의상이 눈길을 잡아끈다. 삼베와 같이 굵고 거친 느낌의 소재를 사용한 의상들은 베이지와 같은 미색을 사용해 자연주의적인 느낌을 주었다. 또한 영화 초반부 저잣거리 장면에 민중들과 함께 빨강, 파랑 등 원색의 화려함을 살린 기생들의 복장과 매끄러운 비단 소재의 고급스런 느낌을 준 양반들의 복장을 같이 배치해 민중 의상이 더욱 소박해 보이는 효과를 연출했다. 광대들의 의상은 왕을 풍자하는 극을 열 때 미색을 벗어나 녹색과 빨강 계열의 컬러를 선보이지만 채도가 낮은 컬러 사용으로 화려함을 줄였다.

광대들이 궁에 들어가면서 다채롭고 화려해지는 의상은 영화의 볼거리를 증가시킨다. 몇 차례 열리는 궁중 연회를 통해 궁중 악대들과 후궁들의 의상이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광대들의 의상도 강렬한 컬러와 비단 소재의 사용으로 화려해진다.

특히 광대들의 경극 공연에서 사용한 ‘종이 의상’은 천을 안감으로 삼고 한지로 겉감을 댄 옷으로 지난해 영화 <혈의누>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혈의누>에서 선보인 ‘종이 의상’이 한지의 질감만을 살렸다면 <왕의 남자>에서는 종이마다 전체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넣음으로써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의상은 물론 소품과 세트도 시대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민중들이 생활하는 거리부터 왕이 거처하는 궁궐까지 다양한 장소를 담아내기 위해 제작진은 부안영상테마파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한 자체적으로 오픈 세트를 지어 의상, 배경, 소품이 조화를 이루는 시대극을 만들 수 있었다.


색상과 착장으로 표현한 영화 속 캐릭터
광대인 장생과 공길, 왕 그리고 왕의 총애를 받는 후궁 장녹수. 의상만 봐도 그 인물의 캐릭터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실제로 영화 <왕의 남자>는 초반부터

신수연 기자
ss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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