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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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오후 4:35:17

홍대 앞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전시회



진보와 혁신을 거듭하는 컨템포러리 패션의 흐름 속에서 홍대 앞 패션 풍경은 늘 언더그라운드를 지향한다. 서울의 청담동과 명동이 뉴욕의 소호처럼 변신해 가는 동안 홍대 앞은 뉴욕 노호 거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개성이라는 것이 진보의 발걸음에 가끔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세계 패션사에서 증명되었듯 기성과 타협하지 않는 ‘개성’이라는 화두는 늘 패션 진화의 든든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홍대 앞에 위치한 스타일큐브 잔다리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스타일큐브 잔다리의 개관 1주년 기획전시회 ‘패션인러브’로 디자이너, 사진작가, 순수 예술작가 등이 어우러져 열린 전시회였다. 특히 오프닝 세러머니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작가 김백기 씨의 불새 퍼포먼스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600년을 살고 난 후 사막 한가운데 향목을 쌓아 태양광선으로 불을 지핀 후 스스로 그 불 속에 몸을 던져 죽는 불새’처럼 사랑에 빠진 정열적이면서도 화려한 패션을 잘 연출해 박수를 받았다.


1960년대 아트웨어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인러브’전은 패션과 순수예술의 만남을 통해 그간 예술장르 내부에서 배태되어 왔던 패션의 예술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관객은 패션쇼나 TV가 아닌 전시공간에서 패션을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인류의 보편적 감정인 사랑이라는 주제로 제작된 의상들과 순수 조형예술 작품의 조화를 통해 예술적 아름다움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는 각 예술장르 사이의 ‘벽 허물기’, ‘대중에게 다가가기’라는, 컨템포러리 예술이 안고 있는 과제를 풀어가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의상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아트웨어와 이를 각각의 개성적 시선으로 연출하여 촬영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1부 전시, 의상 디자이너들과 순수 조형예술 작가들이 ‘패션인러브’라는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로 구성된 2부 전시 등 두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1부에서는 사진작가 김중만, 노정하가 다섯 명의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각각의 시선으로 연출, 촬영한 사진들이 독특한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소개된다. 또 김현성은 패션을 업으로 삼고 살아온 다섯 디자이너들의 패션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표현한 사진작품을 선보이며, 디자이너 이상봉, 임선옥, 임현희는 사랑을 주제로 한 아트웨어들을 제작해 공개한다. 2부는 의상과 순수예술의 만남과 조화가 보여지는 파트로, 디자이너 루비나, 한승수의 작품들과 정경연, 김진경의 아트웨어들이 전시된다. 김혜경은 패션을 주제로 한 영상작품을, 강영민은 ‘패션인러브’라는 주제에 걸맞은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또 강선미, 이송, 이지연은 패션을 테마로 하여 전시 공간을 꾸미며, 특히 1·2부를 아우르는 강영민의 영상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홍대 앞에서 열리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인 ‘패션인러브’. 가장 대중화되어 있음에도 예술 분야로서는 소외되어 온 패션의 또 다른 측면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이 전시는 그 동안 국내 전시 공간에서는 외면되었던 패션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이너들과 순수 작가들이 만나 관람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줌은 물론 패션 관계자들에게도 새로운 담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은 보는 이들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패션인러브’전 또한 일상과 동떨어진 예술이 아니라, 대중들이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예술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    
 



유재부 기자
jb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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