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일본과 같은 불황의 터널을 경험한다고 가정하면, 골프 시장은 명품과 뉴-서티 두 종류만 생존할 것이다.”
채현규 상무는 올 가을 「엘르골프」로 골프웨어 시장에 티샷(tee shot)을 날렸다. 경기침체로 신규 사업에 대한 주위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시장흐름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믿고 거침없이 휘둘렀다.
일본이 10년 가까운 불황을 겪으면서 고가에선 「블랙앤화이트」 「랑방」 「버버리」 「먼싱웨어」 「아다바트」 등 5개 유력 브랜드가 중심을 잡은 가운데 「폴로」 「카파」 「르꼬끄스포르티브」 「아디다스」 「컬러웨이」 등 5개가 신세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 백화점도 새로운 소비자 유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새로운 소비자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 구매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더욱이 골프웨어를 캐주얼로 입던 소비자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감성과 기능성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찾을 것이다.”
출시 초기 3개월을 지낸 「엘르골프」의 성적은 일단 합격점이다. 그 동안 유통은 9개 주요 백화점 매장을 포함해 43개점으로 늘어났으며, 한 번에 100만원 이상 구매하는 마니아도 증가하고 있다.
‘특별함’이 ‘마니아’ 끌어들였다
“우리 브랜드는 70% 이상이 필드에서 어울리는 상품이다. 캐주얼이 필수인 ‘한국형 골프웨어’에 대한 미련도 있었지만, 아무나 입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특별한 이미지’가 마니아를 끌어들였다.”
「엘르골프」는 10월말 현재 7000명 이상의 고객 카드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실제 필드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 세일(No Sale)’이란 판매전략도 먹혀 들었다.
초기에는 점주들이 노세일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들이 먼저 노세일을 주장하고 있다. 골프는 격(格)이 중요하니 노세일이 오히려 밸류(Value)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존 라이선스 브랜드에 비해 15~20% 저렴하다. 고정고객이 늘어나면서 노세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 불황이라고 가격할인을 가장 손쉽게 생각하지만, 가격할인은 한계가 있다. 불황에 구매할수록 ‘제대로 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엘르골프」는 8월부터 하루 한 개 꼴로 매장을 오픈했다. 1차로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만큼 내년에는 롱텀 비즈니스를 위한 중장기 전략에 따른 영업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주요 백화점 입점을 먼저 추진하되, 가두상권은 중대형으로 펼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매스(Mass)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시장 사이즈를 생각할 때 지나친 매스화는 브랜드 밸류를 깎아먹는다. 밸류와 매스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 채널에 맞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유통 채널별 차별화로 시장 확대
백화점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가두상권은 정상과 상설을 묶어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내년 영업방침이다. 전국 250여개 회원제 골프장 내 유통은 채 상무가 생각하는 틈새시장이다.
"어디에 매장을 개설하느냐?에 따라 상품기획도 바꿔야 한다. 일률적인 상품구성보다는 매장 사이즈와 지역, 입점 고객에 따라 상품구성을 차별화 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골프장 내 숍인숍은 20~30%의 상품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채현규 상무는 향후 골프웨어 시장, 특히 30~40대 시장에서는 패션성이 시장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골프웨어 또한 대중적 인지도가 중요해졌다. ‘엘르’는 국내 진출한 라이선스 브랜드 가운데 ‘패션 브랜드로서 가장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엘르골프」에는 여타 골프웨어 브랜드에 비해 유난히 30대가 많다. 실제 지난 3개월간 구매고객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60%를 상회하고 있다.”
「엘르골프」는 이제 막 걸음마 연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레이싱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만큼 변화에 대한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가장 저점에서 시작한 만큼 시장흐름이 바뀌었을 때는 더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이 채현규 상무의
확신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