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그룹과 결별한 이후로 한동안 몸을 낮추고 있던 톰 포드와 도미니크 데졸레, 온갖 소문 속에서도 구체적인 행보를 밝히지 않았던 두 사람이 드디어 미래의 청사진을 밝혔다.
구찌의 전성기 구축에 절대 공신인 두 사람이 이제 샤넬과 에르메스를 능가할 수 있는 독자적인 업체를 운영한다는 야심을 밝힌 것이다. 돈과 창의성의 알력 사이에서 맘고생이 심한 탓일까? 재능 있는 경영자 도미니크 데졸레, 뛰어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는 스스로 재정까지 담당한 업체를 차린다고 밝혀, 돈줄을 쥔 소유주의 욕심에 뒤흔들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톰 포드의 네임 밸류를 이용해 당분간 브랜드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다.
톰 포드는 두 사람이 설립한 회사의 사장겸 CEO로, 도미니크 데졸레는 회장으로 취임하며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 및 남성복 어패럴 라인을 운영할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톰 포드는 회사 운영 외에 늘 꿈꿔왔던 영화 사업에 대한 야심도 실현하기 위해 대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라이선스를 통해 특화된 상품을 런칭하며 기반이 마련되면 직영 관리하는 독자 매장을 운영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럭셔리에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인 만큼 타겟 브랜드는 「샤넬」이나 「에르메스」 수준이 될 것이라고. 즉, 20세기의 럭셔리 대명사가 「샤넬」이라면 21세기 럭셔리의 대명사는 자신들이 만들겠다는 것으로,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게 이들의 출사표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지난해 여름부터 독자적인 브랜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포지셔닝 분석을 하는 등 서두르지 않고 계산적인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즉, 개발부터 운영까지 두 사람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문자 그대로 톰 포드도미니트 데졸레 벤처사업인 셈. 두 사람은 현재 런던에 디자이너 스튜디오를 물색중이다.
이를 위해 먼저 「에스티 로더」와 손잡고 톰 포드 컬렉션을 런칭하는데, 기존의 유명인 브랜드처럼 「에스티 로더」 제품에 끼워 파는 이벤트성 상품이 아니라 독자적인 톰 포드 뷰티 브랜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톰 포드는 다년간 계약을 통해 추후 5년 간 최소 1∼2천만달러의 수입을 얻게 된다. 또한 이와 별도로 마르꼴린(Marcolin)과 제휴, 톰 포드 아이웨어 라인을 런칭할 예정이다.
톰 포드는 몇 년 간 패션 외곽에 머물면서 패션사업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얻었다면서, 패션계가 소비자들의 진정한 마음 상태를 깨닫지 못하고 소비자가 으레 패션에 관심이 많으리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또 혼돈된 시장(먼저 향수 시장)에 품질과 진정한 감각을 전달하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한 마디로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것. 섹시하고 관능적이며 번쩍이던 그의 감성을 생각할 때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표현은 다소 의외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제품의 본질에 충실할 것임을 강조하며 ‘유행’처럼 되어버린 유명인 이름에 조명을 맞추거나, 화려함만을 강조하는 향수에 대한 은근한 비꼼을 드러낸 표현이다.
56년 전통의 「에스티 로더」는 21세기 최고의 스타일 메이커 중 한 사람인 톰 포드와 제휴했다는 점에서 이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어버린 「에스티 로더」의 긍정적 발전과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한 단순한 일회용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행될 계획의 일부, 또한 양측 모두에게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에스티 로더」와 톰 포드 모두 ‘이미지와 스타일을 중시하고, 도전적이면서도 야심적이고 매력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이번 계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편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광고를 즐겨 사용해 온 톰 포드는 미국적 품위를 갖고 있는 「에스티 로더」와 생산하게 될 톰 포드 뷰티 라인 광고는 ‘관능과 도발미의 수위를 낮추고 「에스티 로더」 브랜드의 이미지를 반영한’ 스타일로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즉, 남성의 전면 나신을 등장시킨 YSL 보떼 향수 광고 스타일은 당분간 보류하는 대신, 그의 독자 매장이 들어설 시점(2006년경)에는 ‘관능과 도발’이 꿈틀거리는 본격적인 톰 포드 스타일’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에스티 로더」는 한정생산될 톰 포드 컬렉션이 성공할 경우 뷰티 부문에 뿌리내리는 것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며, 톰 포드는 2006년경 독자적 뷰티 브랜드 사업을 통해 여성·남성 향수에 대한 그의 감각을 향수프로젝트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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