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유통업을 모델로 한 유통혁명이 일본에서 시작된 지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은 기업 내에서 ‘과학적 기법에 의한 기업경영과 점포운영의 고도화’를 추구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이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떤 경영환경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점포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다. 지금까지는 앞서 말한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상황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유통업은 기업경영과 점포운영의 고도화를 두고 경쟁하던 시기를 지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기업 간 연계, 그것도 규모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평 통합에만 머무르지 않고, 소매업체가 제조업체나 도매업체와 연계하는 수직 통합 기반에서 구축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의 유통혁명을 주도했던 ‘다이에’의 파산을 누가 예상이나 했으며, 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유통업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나 예상했겠는가? 유통업의 중심이던 대형점 출점을 억제하는 ‘거리 조성 3법’이 제정되고, 외자계열 유통업체와의 경쟁까지 고려한 경영이 바람직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연장선상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 책은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토대로 일본 유통업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향후 예상되는 차세대 유통환경을 예측하고 있다. 덧붙이면 현재의 유통업은 면적 생산성의 저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따라서 업계 개혁은 필수적이다. 은행, 보험 등 금융업계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합종연횡을 하였고, 그 결과 상위 집중, 시장 과점화가 진전되었다. 유통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위한 수평 통합의 진전과 함께 과점화가 진행될 것이다. 실제로 도매업 일부와 가전 소매업에서는 이미 과점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규모 확대와 PB 침투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온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와 같이, 단지 수평 통합의 진전뿐 아니라 수직 통합도 동시에 진행되는 스파이럴형 기업성장이 진행되어 결국 유통업 전체의 구조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유통업의 경영환경 - 요구되는 부가가치의 재검토
유통업의 경영환경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인 소비자의 변화이다. 그중 특히 중요한 변화인 저출산, 고령화, 소득의 양극화, 소비자 니즈의 단명화가 유통업에 미치는 의미를 살펴보자. 먼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 살펴보면, 인구의 변화는 유통업 입장에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고객으로서의 소비자가 변화하므로 상품구색이나 업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젊은층을 위한 도시락이 주력상품이었던 편의점이 고령자용 상품이나 서비스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노동자로서의 소비자 변화이다. 단기적으로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대형 GMS가 비정규적의 정규직화에 주력하는 등 업체마다 인력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다음 소득의 양극화에 대해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표준적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대중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어 왔으나, 앞으로는 대중 마케팅보다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명확히 노린 사업을 전개할 필요성이 크다. 소비자 니즈의 단명화에 대해 살펴보면, 소비자 니즈가 더 단명화 되면 될수록, 유통업에서도 더 신속한 사업전개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 외 규제 강화 동향을 살펴보면, 버블 붕괴 이후의 구조 개혁에 따라 일본에서는 작은 정부, 즉 규제 완화와 사업기회의 확대가 논점이 되어 왔다. 유통업의 관점에서는 규제 강화가 사업 운영비의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수직통합을 예감케 하는 움직임과 그 의의
지금까지의 디플레이션 경제국면에서 각 기업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여왔다. 그러나 단일 기업 내에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비용절감이 힘들어 그 한계를 실감하고 있는데, 수직 통합이란 이런 한계를 넘어 불필요한 유통비용의 극소화를 위해 기업의 벽을 넘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편 수직 통합에는 여러 가지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