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형 'TST' 대표 “패션 코리아 자존심 세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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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오후 2:18:13

잠재된 ‘끼’가 ‘범생’을 바꿨다


오서형 대표는 디자이너로서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대학에서는 고분자화학을 전공했으며,첫 직장인 제일모직에서는 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녀는 어느날 제일모직을 뛰쳐나와 사디(SADI)에 입학한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도 있었지만, 몸 속에 잠재돼 있는 ‘끼’를 억누를 수는 없었다.
“사실 어릴 때 음악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예능에 대한 감각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만 하는 것’이 미덕인 보수적인 경상도 집안의 가풍을 벗어나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돌이켜보면 대학교 졸업 때까지 오로지 공부만 했던 것 같다.”
오 대표는 부산 이사벨여고를 수석 졸업했으며, SADI도 수석 입학해 3년 동안 장학생으로 다니는 등 ‘범생’의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SADI에서의 3년은 오 대표의 숨어있던 끼를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창의성과 이론, 실무를 동시에 요구하는 교과 과정이 때론 버겁기도 했지만, 패션에 대한 그녀의 철학을 만들어주는 바탕이 됐다.
“SADI가 미국 파슨스와 제휴한 덕분에 유난히 창의적인 교육이 많았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미리 정해진 답이 아닌 것을 완성해 나갈 때가 가장 흥미로웠다.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SADI를 졸업한 오 대표는 제일모직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독일 「에스까다」에 입사한다. 당시 「에스까다골프」를 론칭하는 시기였는데, 그녀는 신규 론칭 멤머로 참여했다.
“시스템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었다. 디자이너 감성도 중요하지만,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그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다시 그것을 상품으로 펼치고, 브랜드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명품 브랜드에는 명성에 걸맞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패션은 상품, 팔리는 것이 중요하다


“패션기업에서 근무해보면 기획과 디자인 파트가 자주 부딪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이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고, 기획은 수익을 앞세운다. 그러나 나는 기획을 먼저 배우고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매 순간 머릿속에서 싸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늘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진 그였지만, 옷을 디자인 할 때는 달랐다. 실용성이 없는 것은 패션상품이 아니란 것이 그녀의 철학이었다.
“디자이너는 늘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품을 기획할 때는 실용성과 상업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옷은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매장에 나가서 고객을 만났을 때, 내가 생각하는 고객이 그 옷을 구매할 때 베스트 디자인으로서 가치가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바이 코리안’ 자존심 살리겠다
오서형 대표는 지난해 가을 도산공원 입구에 「TST(True Style & Tailor)」란 브랜드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 더 늦기 전에 내 브랜드에 대한 욕심을 냈다.
그녀는 옷으로 승부하고 싶었고, 차후에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싶어서 ‘오서형’이란 이름 대신에 「TST」를 썼다고 한다.
「TST」에 대해 그녀는 ‘지적이면서 관능적인 멋이 공존하는 브랜드’라고 말한다.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소재와 패턴, 부자재 어느 한 곳에서 작은 디테일을 가미해 입는 사람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 「TST」가 추구하는 멋이라고 한다.
철저히 고객지향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도 「TST」의 영업방침이다. 대부분 매장재고를 소화하지만, 고객들의 체형에 따라 1주일 안에 맞춤복을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을 할 때 먼저 그 스타일을 입을 고객들의 체형을 먼저 고려해 하나 내지 두 사이즈만 매장에 준비해 둔다. 사실 매장 내 재고는 현금이기 때문에 최소의 재고로 매출을 올려야겠다는 생각도 강하다.”
디자이너로서 자기 색깔을 지키며, 스텝 바이 스텝으로 성장하고 싶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는 한계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유통업체와 고객들의 일방적인 명품선호가 한국 디자이너를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해외 기업에서 근무해봤기 때문에 그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품과 마케팅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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