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에서 ‘쪽박’으로 다시 글로벌 경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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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 「몬테밀라노」 실장

2008-08-04 오전 9:56:55

오서희 실장은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했다. 1993년 ‘미스 코리아 달라스’에 선정될 만큼 타고난 미모로 장래를 설계할 수 있었지만, 일에 대한 욕심도 양보할 수 없었다. 그녀는 2002년 이태리 브랜드를 직수입해 한국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때이른 출발이었지만 운 때도 잘 맞아 2~3년간은 호황을 누렸다. 돈도 많이 벌었다. “미국서 유태인 오너 밑에서 「레오나드」와 「아이스버그」 MD로 일한 경험이 밑천이었다. 이태리 구석 구석을 뒤질 수 있었기에 원가 경쟁력이 높았다. 물론 마진이 좋았다.” 오 실장은 패션 사업뿐 아니라 요식업도 하고 싶었다. 대호가든이란 당시로선 보기 드문 4층짜리 대형 식당도 열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사업을 너무 벌인 것이 화근이었다. 관리누수로 6개 매장의 상품을 고스란히 재고로 남기면서 폐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 셋이었다. 서른 셋, 빚쟁이로 살기엔 너무 젊었다 “대부분 채무는 부동산을 처분해 청산했지만 일부 빚이 남았다. 몇몇 글로벌 브랜드서 연락이 왔지만, 월급쟁이로 빚을 갚기엔 너무 젊다고 생각했다. 친정집 지하에 쌓인 재고를 밤새 라벨갈이 해 다음날 현대백화점서 팔았다. 품질과 디자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잘 팔렸다.” 오 실장은 이때 ‘소비자가’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소비자가격은 소비자가 정하는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블라우스 한 벌에 2만8천~3만8천원이 「몬테밀라노」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인데, 그걸 맞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오 실장은 중국 광저우(廣州) 로 날아갔다. 그리고 두 번 갔다 온 후 광저우에 사무실을 오픈했다. 중국을 너무도 몰랐지만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무모했다.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그곳에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좌충우돌하며 사고도 많았지만, 모든 것은 부딪히면서 해결책을 얻었다.” 지금은 중국 광저우서 25개 임가공 공장과 거래하면서 소싱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를 포함해 60여명이 현지에 상주하고 있다. 경험보다는 품성이 중요하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몬테밀라노」에는 패션업에 대한 경험이 많은 직원이 거의 없었다. 중국 지사장은 대호가든 책임자였고, MD도 경영 분야 전공자가 많다. 패션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탓에 오 실장은 모든 업무과정을 ‘서식’으로 정리한다. 일본 기업에서 배운 방법인데, 서식에는 반드시 그림이나 이미지를 삽입해 서로 오해나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경험보다는 품성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업에 대해 얼마나 베테랑인가보다는 얼마나 성실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업무 과정엔 서식을 만들어 서로 공유하면서 부족한 것을 개선해 나갔다.” 「몬테밀라노」는 7월말 현재 롯데백화점 15개점을 포함해 국내 40개 유통을 전개하고 있다. 엘레강스·시티 캐주얼 상품군에서는 상위권이며, 잠실점에서는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몬테밀라노」만의 차별화된 색깔도 한몫하지만,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이 최대 강점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350억원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시장서 새로운 도전 「몬테밀라노」는 최근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이미 지난해 가을 LA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올 들어 라스베가스, 뉴욕, 시카고, 덴버, LA, 애틀란타 등 10여개 미국 페어에 참가했다. 수주금액은 월 3만달러 안팎으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 유력 세일즈랩(Sales Rep)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은 잘 사는 나라 위주로 진출할 것이다. 우리 옷이 가격경쟁력 높지만 못 사는 나라는 그것도 비싸다. 한국의 디자인력과 중국의 소싱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일본 시장을 진출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몬테밀라노」가 글로벌 브랜드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가야 할 시장이다.” 오서희 실장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시장 진출은 ‘애국(愛國)’이라고 생각한다. 수익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한국産 브랜드를 발견할 때 또 다른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오 실장이 생각하는 ‘패션업의 또 다른 가치’라고 한다. 오 실장은 올해로 사업 10년차다. 미스코리아에서 20대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다시 빚쟁이에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 사업가로…. 30대 중반이란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부침이 많은 인생이었지만, 오 실장은 아직도 할일이 많다고 한다. ‘젊다’라는 것 하나로 어떤 일에도 당당하다는 오 실장은 자신에게 가장 훌륭한 후원자는 ‘실패의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오 실장은 “젊다는 것은 실패해도 다시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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