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를 떠났음에도 여전히 화려하고 섹시한 톰 포드가 돌아왔다.
웨스턴 부츠와 로커풍 화이트 셔츠,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고 유럽의 패션가를 정복, 미국의 패션 크리에이티비를 글로벌 시장에 전파했던 그였지만 경영진과의 세력 다툼에서는 힘없이 떨어져 나가야 했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맨스웨어 컬렉션으로 돌아온 날 그를 맞이한 것 작은 찬사와 많은 비아냥이 뒤엉킨 혼돈스런 평가였다.
기다렸던 만큼 기대감이 컸다고나 할까? 에디 슬리만의 「디올(Dior)」스런 슬림한 실루엣과 정통 테일러드의 집결지, 새빌로우의 솜씨가 뒤엉킨 듯한 톰포드 남성 컬렉션은 정작 디자인보다도 놀랍게 부풀린(!) 가격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매장 전체에서 가장 싼 제품의 가격이 75달러짜리 양말이니 나머지 의류의 가격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 파자마 한 벌의 가격은 1900달러, 17세기풍 프린트 아이템들은 시작 가만 3900달러에다 18캐럿 골드로 끝을 장식한 우산이나 지팡이는 아무리 돈 많은 남성이라도 구입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배니티(허영)의 아이템이었다는 평이다.
더구나 톰포드는 모피 스키 코트는 생모리츠에서 주말을 보내는데 완벽한 아이템일 뿐이라며 그 자신이 추구하는 고객이 울트라 럭셔리 고객임을 노골적으로 밝혔을 뿐 아니라 자신의 디자인 뮤즈는 ‘그 자신’이라는 자아도취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오랫동안 그의 귀환을 기다려온 패션계는 그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화려함(Glamour)"의 깊이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지안풍 건축 양식을 본뜬 매장의 벽은 수에드로 마감했고, 마카사 에보니 풀로어와 황금빛 악어가죽이 늘어진 브론즈 데스크, 초현실주의 미술가 한스아프의 조각, 루시오폰타나가 작업한 난도질한 캔버스, 그리고 비보 모피 러그 등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그의 미적 정서와 음울함이 뒤섞인 분위기였고 그가 디자인한 수트는 예술 작품처럼 유리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어 일각에서는 그의 뉴욕 플랙쉽 매장이 1920년풍 납골당 분위기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내기도 했다.
톰 포드는 매장 인테리어와 컬렉션 전반에 대한 비판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자신을 자아도취적 속물처럼 취급하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 유감을 표시, 할리우드 스타들만큼이나 화려한 언론의 조명을 독차지했던 구찌 시절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런 와중에 뉴욕 매디슨가 845번지에서 시작된 톰포드의 패션 복귀는 런던, 토쿄, 밀라노, 홍콩, LA 매장 추가 오픈 작업으로 가속될 전망으로 알려져 그의 행보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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