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매력적인 Organic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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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2 오전 10:41:58

크로셰, 서클 스커트, 비즈&우드 목걸이, 판쵸…올 시즌 패셔니스타를 사로잡고 있는 이들 아이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이테크 모더니즘이 패션의 미래며 발전처럼 여겨졌던 패션계를 강타한 이들 아이템은 모두 인간의 손길이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수작업’ 혹은 ‘자연스럽게 낡은 모습’을 갖춘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과소비와 자원 낭비가 다반사가 된 지금, 꼼꼼한 작업자의 손맵시가 드러나 있는 이들 아이템은 보다 ‘느린’ 생활 패턴에 익숙했던 20세기 초창기의 모습을 기억하게 하는 향수어린 수공예 아이템이다. 또한 새로운 기능성 섬유나 부자재, 그리고 과장된 디자이너의 욕망이 덧칠해진 화려한 모습보다는 섬유 자체가 갖고 있는 소박한 느낌과 작업자 특유의 예술적 정서가 만난 것이다. 그렇다면 모던 테크놀로지가 부상하는 요즘, 왜 ‘손맵시’가 강조된 수공예 아이템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21세기 수공예 버전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산업혁명에 反하여 일어났던 수공예(Arts&Craft) 운동의 21세기 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규모 공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통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영국의 목초가 공장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에 오염되어 가던 당시의 상황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자원 과소비가 진행되는 지금의 현상이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

따라서 테크놀로지와 자원 과소비, 비인간적인 패션의 흐름에 싫증난 소비자들이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속성을 갖춘 수공예 아이템들에 매료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으려는 사람들, 일보다는 인간적인 삶에 관심을 갖고 도회지를 떠나는 사람들, 자원 과소비를 염려하는 사회의식이 높아지면서 모던 테크놀로지 또는 도회적 삶이 주는 압박으로부터 도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사회적 트렌드와 맞물려 보다 자연친화적인 형태로, 오랜 시간에 걸쳐 생산되는 수공예품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는 분석이다(1930년대 일본에서 민속공예품 운동이 일었던 것과도 비슷하다).

물론 지금의 2005년 패션 트렌드를 ‘19세기로 돌아가자’로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원하는 것, 혹은 패션을 통해서 표출하려는 것이 물질중심주의적인 것에서 좀더 편안한 것, 개인의 가치와 맞는 것을 찾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드리스 반 노튼­불완전함의 아름다움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은밀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많은 마니아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수공예적, 자연친화적인 최근의 정서, 일명 ‘오가닉 스피리트(Organic Spirit)’를 잘 표현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본인 스스로 중독되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정원 가꾸기를 즐기는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과격한 슬로건 대신 복잡한 손작업을 거친 프린트나 질감이 돋보이는 패브릭이나 수공예적 기법을 대입한 어패럴을 통해서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자연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시화적이면서도, 신화적인 느낌이 잔잔히 깔려 있는 그의 의상은 바로 정원손질을 하면서 깨달은 자연에 대한 애정에서 표출된 것. 특히 그는 꽃이나 풀이 화려하게 필 때에 집중하는 대신 꽃이 피고 지고 다시 자라는 영광과 폐허의 변화 모두를 인정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정서는 낡은 빈티지 의류나 늘어진 크로셰 카디건, 서투르게 꿰어 만든 듯한 비즈 목걸이가 묘한 감성으로 정서를 건드리는 지금의 현상과 통하는 면이 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최근 컬렉션에서 블랙 플라워 코사지를 선보이며 ‘지나친 아름다움은 두려움을 낳고 지나친 사랑스러움은 지루하다’라는 표현을 통해 불완전한 자연, 혹은 불안정한 정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의도적으로 과장한 다알리아에서 보듯 아름다움 속에 숨은 광폭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수작업 프린팅을 통해 다소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프린트를 차용하는 등 과도한 정돈됨을 피한다.



「마르니」의 자연정서
그렇다고 해서 자연정서가 반드시 수공예품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유난히 돋보이는 플로럴 패턴이나 자수, 크로셰, 나비나 새 무늬·장식 등도 자연을 그리는 사람들의 심성을 건드리는 오가닉 스피리트 장치로서 트렌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Marni)」가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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