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의 다양한 변주, ‘준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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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7 오후 5:22:11

색상환을 구성하는 색이 6개만 있을 경우에는 보색의 쌍은 3개만 만들어진다. 하지만 색상환을 구성하는 색의 가짓수가 늘어나게 되면 구성할 수 있는 보색의 쌍들은 훨씬 늘어나고 그만큼 표현의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하나의 색에 단지 하나의 색만 연결되어야 하는 보색대비는 그 자체로 적지 않은 색의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결점을 극복하고 다양한 표현력과 강렬한 대비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준보색의 활용이다.



보색의 증식


색상환을 이루는 기본 원색을 6개, 즉 빨강, 파랑, 노랑, 오렌지, 녹색, 보라색으로만 정해 놓고 보면 보색은 3쌍밖에 안 만들어진다. 보색의 효과가 뛰어나기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서는 다양한 표현을 하기에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색상환을 이루는 색의 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6개의 기본 원색들도 사실은 논리적 편의를 위해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색상환에 참여할 수 있는 색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색상환을 구성하는 색의 수가 6개에서 12개, 24개, 48개 등으로 늘어나게 되면 보색의 쌍들도 따라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앞에서 살펴본 3개의 보색 쌍들을 기준으로 다양한 특징을 가진 보색의 쌍들을 늘려나갈 수 있다.

<그림 1>처럼 색상환을 이루는 색이 12개가 된다고 하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보색의 쌍들은 2배로 늘어나게 된다.

<그림 2>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보색의 쌍들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3원색을 기준으로 한 보색들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또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식시키게 되면 다양한 보색의 변주가 가능해지고 보색을 통한 표현력이 증대된다. 달랑 3개의 보색 쌍들만 가지고 어떻게 해보려는 입장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색채의 자산이 윤택해진다.

하지만 색상의 증가로 보색의 쌍이 늘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보색의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력하기는 하나 배색에 있어서 단조로움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마치 일부일처제처럼 하나의 색이 반드시 하나의 색으로만 맺어지는 것이 보색인데 이렇게 파트너를 바꿀 수 없는 일대일의 닫힌 관계는 색의 효과와는 정반대로 색의 융통성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 말하자면 보색이라는 논리하에서는 하나의 색은 반드시 거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색으로만 짝이 지워지기 때문에 설사 보색의 종류가 늘어나서 디자이너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진다고 해도 하나의 색이 가질 수 있는 상대색의 가능성은 오직 하나일 뿐이다. 즉, 색의 융통성이 떨어지게 된다.


준보색
보색의 효과가 강렬하기는 하지만 실지 디자인에서 보색대비가 법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의 색은 눈의 감각에 따르는 것이지 수학적으로 정확한 보색의 값을 계산해서 색을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명을 위해서 색채학이라는 논리를 만들고 거기에 어떤 수학적 규칙을 대입해서 과학적으로 색을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결국 색을 선택하고 반응하는 것은 우리의 눈이고 눈을 통해 얻어지는 인상이다. 따라서 완전한 보색을 정확하게 구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보색에 대한 이론적 내용들도 결국은 색상의 효과를 최대화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실지 디자인을 할 때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보색대비의 강렬함을 약간 양보하면서 대비되는 색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좇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현명한 디자이너들은 보색대비의 강렬한 효과와 색상의 융통성을 동시에 얻고자 하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보색대비를 구현하는 경우보다는 보색대비를 기준으로 다양한 색의 변주를 꾀하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난다.

예컨대 <그림 3>을 얼핏 보면 색의 대비가 심해서 보색대비로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그림 3>에서 상의의 에메랄드블루와 속에 입은 원피스의 밝은 마젠타 색은 정확한 보색이 아니다. <그림 4>의 색상환을 보면 그 사실이 분명해진다.

마젠타 색의 보색은 정확히 연두색인데 에메랄드블루는 이 연두색으로부터 살짝 옆으로 비껴나 있다. 하지만 색상환에서의 거리는 연두색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멀기 때문에 이 두 색을 대비시키게 되면 대비감이 심해 보인다. 하지만 연두색 계통의 색을 배색해서 정통적인 보색대비를 이룬 것보다는 색의 다양성이 훨씬 좋아진다. 예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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