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청록색의 준보색 조화
청록색과 보라색 계통의 조화는 깊은 맛과 우아한 품격을 가져다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림 1>에서는 청록색이 옷의 전체를 감당하는 주조색으로 작용하고 있고 보라색이 포인트 색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보라색의 비중이 약해진 것 같기는 하지만 서로 비슷한 면적으로 디자인을 양분했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른 맛을 보여준다. 비록 명도가 서로 비슷하여 눈에 확 들어오는 색 조합은 아니지만 포인트로 들어간 보라색의 선적 인상이 넓은 면적일 때 못지않게 강해 보인다. 면적은 보잘 것이 없는데도 이렇게 보라색의 존재감이 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형태도 마찬가지지만 색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실제 점하고 있는 면적이 아니라 주변 관계이다. 보라색이 면이 아니라 가느다란 선적 요소로 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형태나 청록색의 면과는 면적에 있어서나 형태에 있어서 강한 대비를 이중으로 이루고 있다. 비슷한 면적에 색만 달리한다면 대비는 색상 하나밖에 없겠지만 여기서는 색채와 형태, 면적으로 대비의 양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비슷한 면적으로 색만 대비를 이루는 경우에 비해서 한결 조형적으로 강해 보이는 것이다. 점하는 공간적 범위만 커진다고 힘이 강해지지 않는 것이 조형세계의 특징인 것이다.
<그림 2>는 <그림 1>의 경우와 똑같은 논리로 색의 조화가 이루어진 디자인이다. 역시 넓은 청록색과 가느다란 보라색의 허리띠가 강한 대비감을 주고 있다.
위의 디자인에서 사용된 색상들이 아주 채도가 낮은 색들로 바뀌어서 대비를 이루게 되면 <그림 3>처럼 된다.
<그림 3>은 채도가 낮고 명도도 약간 낮추어진 청록색과 역시 명도와 채도가 많이 떨어진 보라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귀족적이고 화려한 느낌은 많이 삭감되었지만 앞의 디자인들과는 또 다른 인상을 보여준다.
앞으로 배우겠지만 같은 색이라고 하더라도 채도나 명도가 달라지게 되면 마치 전혀 다른 색들처럼 색의 인상이 많이 바뀌게 된다. 채도와 명도는 색상을 풍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무기이다.
붉은 색 계통의 준보색들
<그림 4>는 보라색과 어울리는 준보색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그림 4>의 상의는 보라색인 것도 같지만 파란색의 기운도 많이 느껴지는 색이다. 색상환에 입각하자면 파란색 쪽으로 많이 다가간 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라색에 근본을 둔 색인 것은 분명하다. 앞에서 살펴본 디자인에서는 보라색에 청록색이 대응되었는데, 보라색을 기준으로 보자면 청록색은 보라색의 준보색의 한쪽 측면이며 또 다른 한쪽 측면에서도 대응되는 준보색들을 설정할 수 있다. 청록색은 보라색의 보색인 노란색에서 파란색 쪽으로 치우친 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란색에서 빨간색 쪽으로 기울어진 색의 군들을 보라색의 또 다른 준보색 후보로 설정할 수 있다.
<그림 4>의 치마는 청록색의 반대편에 있는 보라색의 준보색으로 볼 수 있다. 청록색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는 배색이긴 하지만 상의의 색과 대비를 이루어서 강한 색감을 주는 면에 있어서는 역시 준보색의 위력을 한껏 느끼게 한다. 같은 보라색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쪽의 준보색이 쌍을 이루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다양한 색의 표정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4>의 배색은 보라색과 청록색의 경우처럼 청량함을 중심으로 한 귀족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보라색이 부족한 열정적인 느낌을 더해 주고 있다. 고동색 계통의 다소 어두운 색이 배색되면 그다지 튀지는 않지만 적당하게 정열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 만일 채도나 명도가 높아서 원색에 가까운 색이 들어가게 되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그림 5>는 <그림 4>의 보라색에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경우이다. 면적은 아주 좁지만 거의 보색에 가까운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보라색의 소극적인 느낌이 <그림 4>에서보다도 훨씬 덜해지고 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보라색의 소극적인 느낌과 빨간색에 가까운 색이 강하게 대비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이 강해 보인다고 해야 하겠다. 빨간색이 강해 보이기 때문에 전체의 느낌이 강해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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